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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가 코치로 돌아왔다, 대선 '2부리그' 판 키우는 우상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송영길 대표와의 연세대 81학번 동기다. 86그룹 수장격으로 송 대표와 정치적 성향도 비슷하다. 이에 대선을 앞두고 우 의원의 역할론이 당내에서 커지고 있다. 뉴스1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송영길 대표와의 연세대 81학번 동기다. 86그룹 수장격으로 송 대표와 정치적 성향도 비슷하다. 이에 대선을 앞두고 우 의원의 역할론이 당내에서 커지고 있다. 뉴스1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선수’가 차기 대선을 앞두고 ‘코치’로 돌아왔다.

[여의도 Who&Why]

4선의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얘기다. 우 의원은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서 낙선한 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본선에서 도왔다. 하지만 패배 이후 한 달여 간 공개 행보를 삼갔다.

알려진 우 의원 행보는 선영이 있는 경기 포천을 배우자와 함께 찾거나 경선에 도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다는 정도였다. 우 의원 측근 인사는 “포천 선영 옆 텃밭에서 씨를 뿌리며 ‘농부의 마음’으로 정치적 앞길을 고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던 우 의원의 발걸음이 5월부터는 빨라졌다. 표면적으론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지난 4일)에 참여하면서 활동을 재개한 것이지만 사실은 본격화된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에 때를 맞춘 것이다.

지난 8일엔 민주당 대선주자 중 첫 출사표를 던진 박용진 의원의 기자회견에 참석해 박수를 보냈다. 3일 뒤 이광재 의원이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강원전략발표 간담회에선 “이 의원만큼 어젠다를 수립하고 대안 제시에 능수능란한 사람을 못 봤다”며 추켜세웠다.

“신진 대선주자 뛰어든 2부리그 필요”

우 의원이 상대적으로 약체로 보이는 대선주자들을 거드는 듯한 인상을 주는 건 왜일까. 우 의원은 최근 주변에 2002년 16대 대선후보 경선에 대한 기억을 회고하곤 했다고 한다. 당시 이인제 전 의원이 ‘충청 대망론’을 등에 업고 1위를 달렸지만 ‘노풍(盧風)’을 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막판 역전승했다. 그러나 우 의원 회고는 당시 48세로 경선에 참여한 정동영 전 의원의 ‘감초’역할을 기억해야한다는 취지였다.

우 의원은 최근 자신을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은 박용진 의원에게 “대선 경선에 뛰어드는 게 좋겠다. 정 전 의원도 2002년 대선에서 다른 주자들에 긴장감을 심어줬다. 2007년엔 본인이 대선 후보가 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연설을 돕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우상호 민주당 의원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연설을 돕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우 의원은 1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빅3’ 외에 2부리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왜 2부리그가 필요하나.
“흥행 때문이다. 신진들이 새 어젠다를 던지면 ‘빅3’도 조직 싸움만 할 순 없을 거다. 긴장감을 갖고 임할 거고 그러면서 판도 커질 거다.”
누가 합류하나.
“올해 초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출마를 독려했는데 아직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막판까지 고민할 것이다.”
경선연기론은.
“일부 의원의 말일 뿐 ‘찻잔 속 태풍’도 못 된다. 의원단 3분의 2 이상 동의하지 않으면 어려울 거다.”

송영길과 40년 지기…대선 관리자 될까

무(無)계파를 강조한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내년 대선을 진두지휘하게 되자 당내 중립 지대를 지켜 온 우 의원의 역할론도 제기되고 있다. 두 사람은 연세대 국어국문학과(우 의원)와 경영학과(송 의원)를 졸업한 81학번 동기다.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나란히 정치권에 입문했는데 금배지는 송 대표가 2000년 치러진 16대 총선(인천 계양을)에서 먼저 달았다. 우 의원은 2004년 17대 총선(서울 서대문갑)에서 당선됐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13일 오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차기 총선 불출마 의지를 밝혔다. 오종택 기자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13일 오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차기 총선 불출마 의지를 밝혔다. 오종택 기자

2019년 1월 송 대표가 탈원전 정책에 대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하자 송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진의를 사람들이 잘 안다. 하지만 자제하는 게 좋겠다”라고 만류한 것도 우 의원이었다.

대선 주자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7월 경선 국면에서 송 대표가 우 의원에 모종의 역할을 맡길 거란 관측도 나온다. 일부 주자 주변에서 경선연기론이 여전한 만큼 파열음이 언제든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경선룰에 대한 잡음을 막는데 우 의원이 적임자란 평가가 나온다. 우 의원도 “대선기획단을 조기 발족해 방향을 잡아주는 게 당이 흔들리지 않는 길”이라고 말했다.

본인 미래는 서울시장 재출마?

우 의원은 지난해 12월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4·7 보궐선거 패배 후 주변엔 “대선 후보가 정해지면 내가 상근을 하면서 세게 돕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86그룹의 3선 의원은 “우 의원이 ‘킹메이커’ 역할을 바라는 것 같다”며 “정권 재창출 과정에 기여한 뒤 서울시장 선거에 재도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한 표결 하루전인 2016년 12월 8일 우상호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가 탄핵안 부결시 전 의원이 사직서를 쓰겠다며 이를 공개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한 표결 하루전인 2016년 12월 8일 우상호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가 탄핵안 부결시 전 의원이 사직서를 쓰겠다며 이를 공개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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