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400여 일 만에 마스크 벗었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1.05.15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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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6호 01면

미국이 마스크를 벗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격히 확산하던 지난해 4월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 지 400여 일 만이다.

CDC “백신 맞으면 안 써도 돼”
1회 이상 접종 47%, 확진자 감소

바이든 “획기적 이정표 세운 날”
한국은 추석쯤 ‘노 마스크’ 기대

현 추세 땐 2년 7개월 뒤 집단면역
질병청, 6개월 뒤 11월 달성 목표
신규 확진, 이틀째 700명대 확산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13일(현지시간)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실내와 실외 활동에 소규모 또는 대규모 인원에 관계없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거리 두기도 하지 않고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중교통이나 의료·요양시설에서는 계속해서 마스크를 써야 한다. CDC는 방역 완화의 근거로 백신 접종 효과로 확진자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점을 꼽았다.

이날 기준으로 미국 인구의 46.6%인 1억5400만 명이 1회 이상 백신을 접종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확진자 수는 하루 3만6000명대로, 1월 중순의 10분의 1수준까지 줄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새로운 방역지침을 “획기적인 이정표”로 평가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왼쪽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미국 방역당국은 이날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은 실내·외 관계없이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새로운 방역지침을 “획기적인 이정표”로 평가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왼쪽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미국 방역당국은 이날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은 실내·외 관계없이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이날 CDC 지침 개정은 코로나19 사태에서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백악관 실내에서 로즈가든으로 걸어 나왔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을 향해 “미소가 멋지다”고 말을 건넸다. 마스크를 벗으니 비로소 서로의 미소를 볼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은 획기적인 이정표를 세운 대단한 날”이라며 “많은 미국인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백신을 맞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치하했다. 그는 백신 접종을 완전히 마쳤는데도 늘 마스크를 착용했다. 방역 의지를 보이기 위해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일 “독립기념일인 7월 4일까지 성인 70%에 대한 백신 접종을 완료해 바이러스로부터 독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3500만 명만 더 접종하면 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날까지 1차 접종 완료자가 인구의 7.2%에 그쳤다. 현재 속도라면 2년 반이 지나야 전체 인구의 75%가 백신을 맞아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에서 밝힌 대로 다음달까지 1300만 명 접종을 완료해도 접종률은 25% 수준이다. 미국의 현재 2차 접종률에도 미치지 못한다.

다만 하반기에는 백신 수급이 풀릴 것으로 보여 접종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이날 방역 당국은 65세 이상 고령층의 예방접종이 신속하게 완료되면 추석 정도에는 실외부터 마스크를 벗는 게 가능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결국 관건은 백신 접종 속도를 올리는 것이다.

‘노쇼’ 백신, 27일부터 네이버·카카오 등 통해 접종 예약 가능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이틀 700명대를 기록한 14일 서울역 중구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이틀 700명대를 기록한 14일 서울역 중구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마스크 프리’를 선언한 미국과는 달리 한국이 현재와 같은 속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접종을 진행할 경우 앞으로 2년 7개월 뒤에나 집단면역이 형성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13일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에게 제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등 각국의 집단면역 도달 예상 시기’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최근 하루 평균 7만8236회의 코로나 예방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도 같은 속도가 유지되면 인구의 75%가 접종하는 데 2년 7개월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는 블룸버그가 각국의 백신 접종 상황을 집계해 공개하는 ‘코로나19 추적기’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은 3개월, 독일·이탈리아·스페인·캐나다·덴마크·스웨덴 등은 4개월, 싱가포르·포르투갈·핀란드·스위스·프랑스 등은 5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인도·페루·말레이시아는 한국과 비슷하고 일본·남아프리카공화국·태국 등은 1~2년 더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정부 발표대로 하반기에 백신이 대량 도입되면 1일 접종 건수가 많이 늘어나기 때문에 집단면역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 질병관리청 등 방역 당국은 앞으로 6개월 뒤인 11월 집단면역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9월말까지 접종 대상 국민 전원에 대한 1차 접종을 마쳐, 집단면역 달성 목표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의료 인프라라면 백신 수급만 제대로 될 경우 접종에는 문제가 없다. 실제 정부가 약속한 9월까지 전체 국민 70% 1차 접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미 1차 접종을 완료한 370만명을 제외하면 3240만명이 넉 달 동안 백신을 맞아야 한다. 하루에 약 27만명 꼴이다. 3분기 안에 약속된 물량의 백신이 도착한다면 목표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전문가들은 1차 접종이 어느 정도 완료된다고 해도 마스크 해제 권고에는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사회 복귀를 위한 거대한 실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시기적으로 이른 감이 있다”며 “한국의 경우 최소한 2차 접종 후 2주가 지나 면역이 완전히 형성된 사람이 50%는 넘어야 마스크 해제를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접종 과정에서 예약 취소 등으로 백신이 남을 때 접종 희망자가 당일 예약해서 접종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곧 개통된다고 14일 밝혔다. 권준욱 방대본제2부본부장은 “네이버·카카오 등 민간 플랫폼 회사와 협력해 예약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65세 이상 고령층 예방접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27일부터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지금도 전국 위탁의료기관에서 예비 접종자 예약을 받고 있다. 앞으로는 미리 이름을 올려두지 않더라도 당일 자기 주변에 어떤 의료기관에서 백신이 남는지 파악해 예약·접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는 전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코로나19 확진자가 747명으로 이틀째 700명대를 기록했다. 전국 17개 모든 시도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것에 더해 지역 발생 확진자의 비수도권 비중이 11일 만에 다시 40%를 넘어가면서 전국적으로 확산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확산세가 이어지자 순천·광양 등 전남 일부 지역의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는 등 확산 차단에 나섰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동부권에 있는 환자가 또 다른 시군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시도에선 개편안이 적용 중이라 풍선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이우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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