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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대중 정책 전략적 불협화음 제거…양국 접점 넓혀 윈윈하는 계기 삼아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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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6호 07면

[SPECIAL REPORT]
바이든 시대 첫 한·미 정상회담 D-7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 셋째와 둘째)이 지난 3월 18일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 셋째와 둘째)이 지난 3월 18일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오는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은 최근 국제 정세가 매우 민감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양국 정상이 처음 대면한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런 만큼 우리 정부도 전략적 방향성을 분명하게 설정한 뒤 최대한의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미 관계 조율 어떻게 #2+2 회의 때 주요 현안 놓고 시각차 #일본에 대한 외교적 열세 극복 기회 #동맹 강화로 중국 영향력 견제해야

지난 3월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에서 드러났듯이 현재 한·미 간에는 주요 현안을 둘러싸고 분명한 입장 차이가 존재한다. 2+2 회의 당시 한·미 양국은 특히 대북 정책과 대중국 정책에서 적잖은 시각차를 보였다. 대북 정책에서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라는 용어 대신 ‘한반도 비핵화’를 선호했으며 중국과 관련해서도 쿼드(Quad) 가입 문제를 놓고 이견을 나타냈다. 한국은 공식적인 쿼드 가입 요청이 없었다고 했지만 미국은 양국이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란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간극은 그동안 한·미 공통의 전략적 목표에 대한 동맹 차원의 조율이 부재했음을 방증한다. 2016년을 끝으로 2+2 회의가 중단된 이후 한·미 간에는 안보 전략의 차이를 조율하고 공통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미국은 한·미동맹이 중국 견제를 위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 반면, 한국은 북한을 위협 대상이 아닌 대화 파트너로 인식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한·미동맹의 존재 이유 자체가 불분명해진 셈이다. 이번 정상회담이 양국의 전략적 불협화음을 제거하고 목표를 공유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돼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미·중 경쟁 속에서의 한·미 협력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의제로 꼽히고 있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은 점점 강경하게 전개되고 있다. 같은 민주당 소속이지만 미·중 관계를 중시하며 중국의 공격적 행보를 용인했던 오바마 행정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 대선 경선 과정에서 선보였던 대중 전략보다도 한발 더 나아가는 분위기다. 얼마 전 발간된 잠정 국가안보전략서(Interim NSS)에서도 힘에 기반한 대중국 정책, 모든 정부 부처 차원의 접근, 체제 경쟁 등 고강도 대책을 쏟아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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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강경 입장은 워싱턴의 공통된 분위기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최근 미국의 한 싱크탱크가 발간한 ‘Longer Telegram’이란 보고서가 상징적이다. 1946년 냉전 시대 옛 소련에 대한 미국의 봉쇄 전략을 담아 널리 알려진 ‘Long Telegram’을 암시하는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이 매우 강경한 대중국 정책을 담고 있다. 아직까진 미국의 군사력이 중국을 압도하는 만큼 미·중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기필코 승리해 시진핑 정권의 붕괴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보고서의 시각처럼 현재 미 행정부와 의회 내에는 중국 정권의 실패(regime failure)가 발생하지 않는 한 미·중 경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일까. 중국을 다루는 바이든 정부의 태도 또한 매우 단호해졌다. 아직 국력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상황을 십분 활용해 미·중 경쟁을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국제 질서를 다시 미국이 중심이 되는 체제로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그런 만큼 시진핑 정부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힘의 우위에 있는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 정부는 대북 정책 조율이란 난제도 풀어야 한다. 마침 2+2 회의에서 나타난 양국의 입장 차이는 최근 미국이 발표한 대북 정책 리뷰 결과를 통해 다소 해소돼 가는 분위기다. 미국은 ‘조정된 실용적 접근법’을 통해 한국 정부의 입장을 상당 부분 반영했고, 북한 비핵화라는 단어도 강조하지 않았으며, 단계별 협상과 싱가포르 합의 수용 등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용어들도 다수 포함했다.

초기 대미 압박 발언을 거세게 내뱉던 북한도 최근 미국의 제안에 심사숙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북한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 등 미국이 줄 수 있는 대북 인센티브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으며 이는 향후 북·미 실무협상에서 논의해야 할 문제다. 제재 완화와 핵 폐기 검증 등을 둘러싼 간극도 실무협상을 통해 줄여가야 할 사안들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한·미·일 협력 강화도 주요 이슈로 거론될 전망이다. 최근 들어 일본은 한·일 관계 악화와 더불어 한국 외교에 적잖은 짐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한국의 중국 경사론을 부추긴 것도 일본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정도다. 일본도 점점 한국을 부담으로 느끼는 모습이다. 한국의 쿼드 가입에 그다지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는 게 대표적이다. 그런 만큼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일본에 대한 우리의 외교적 열세를 극복하는 중요한 기회이자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내적으로 일본을 무분별하게 비판만 해댈 게 아니라 일본에 대한 외교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한·미 관계의 실질적인 강화가 시급한 시점이다.

오늘날 한국의 외교력은 중요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 당장 반도체·배터리 등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 계획에 어떻게 협력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북 정책과 백신 확보 등 우리에게 필요한 이익도 얻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도 한·미동맹은 한국의 국익에 그 무엇보다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지리적으로 중국 대륙과 맞닿아 있는 한반도는 시간과 비례해 중국의 영향력에 흡수되기 쉬운 구조다. 이런 여건 속에서 한·미동맹을 통한 중국 견제는 갈수록 거세질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는 데 필수 요소가 될 것이다.

미·중 사이에서 한국의 균형 외교는 한·미동맹의 약화가 아닌 강화를 통해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쿼드 등 미국 중심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협력을 무작정 무시만 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정상회담이 쿼드의 분야별 협력 등을 통해 미국과의 접점을 최대한 넓히고 한·미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 양국이 윈윈하는 관계로 나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브라운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지워싱턴대 방문교수와 청와대 국가안보실 자문위원 등을 지냈으며 한·미동맹과 동아시아 안보, 북·미 관계 분야에서 다수의 논문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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