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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기·코골이에도 물리학이 숨어 있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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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6호 20면

나는 물리로 세상을 읽는다

나는 물리로 세상을 읽는다

나는 물리로 세상을 읽는다
크리스 우드포드 지음
이재경 옮김
반니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나 롯데월드 타워 같은 초고층 건물에 들어설 때 ‘혹시 무너지는 건 아닐까’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대부분은 지진 같은 천재지변이 아니고서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건축에 단단한 과학의 원리들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빌딩의 밑단이 받는 중력은 체중을 지탱하는 우리의 발목이 받는 중력과 비슷하다고 한다. 아무리 높은 마천루라고 하더라도 건물의 높이만큼 밑단의 넓이가 커지면 늘어나는 무게의 압력은 적절하게 분산된다. 광대한 밑단의 넓이 덕분에 지면이 받는 중력은 대기압의 네 배에 불과하다고 한다. 중력이 땅속으로 건물을 잡아당길 때 땅이 정확히 같은 힘으로 건물을 위로 밀어 올리기 때문에 건물이 땅속으로 꺼지지 않는다.

『나는 물리로 세상을 읽는다』에는 이런 일상생활 속 과학, 특히 물리학의 원리가 흥미롭게 소개돼 있다. 막대의 한 지점을 받치고 그 받침점에 작용하는 회전력을 이용해 물체를 움직이는 지레의 원리를 이용한 도구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렌치, 스패너, 크로바뿐 아니라 손잡이, 스위치, 두루마리 화장지도 지레의 원리가 적용되는 사례들이다. 인류 사상 최고의 발명품인 바퀴도 지레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이 책은 이 밖에도 자전거와 현수교의 공통점은 뭔지, 잘 닦은 구두는 왜 반짝거리는지, 해외 라이브 영상이 어떻게 우리 집 TV에 나오는지, 뜨거운 커피보다 빙산이 열에너지가 많은 이유는 뭔지, 고속으로 돌아가는 선풍기에 왜 먼지가 쌓이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코골이와 유체역학의 관계도 재미있다. 잠을 잘 때 공기가 인두를 통과하면서 속도가 붙고 압력은 떨어진다. 이 때문에 기도가 닫혔다 열렸다 하고 이 펄럭임이 코 고는 소리라는 고약한 소음을 야기한다. 코를 고는 사람이 골지 않는 사람보다 숨을 들이마실 때 인두가 더 좁아진다.

일반인이 과학자가 되기는 어렵겠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주변의 물건이나 현상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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