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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구두 메시지’, 미·일 ‘일석이조’ 효과 거둘까

중앙일보

입력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보기관장 회의에 이어 지난 12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면담을 가졌다. 사진은 지난 1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박 원장. [뉴스1]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보기관장 회의에 이어 지난 12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면담을 가졌다. 사진은 지난 1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박 원장.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1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을 향해 대화 제안에 나섰다. 지난 12일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를 면담한 박지원 국정원장을 통해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가 담긴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 문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엔 한·일 관계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내용과 함께 정상 간 대화를 통해 국면을 전환해보자는 제안이 담겼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는 일본과 미국을 동시에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임기 말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시도이면서 동시에 한·미·일 3국 협력을 동북아 전략의 핵심축으로 설정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측면에서다. 특히 양국 간 강대강 대치 국면을 깨고 문 대통령이 먼저 대화 제안을 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일 갈등 국면의 해소에 한국이 과거에 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대미 제스처가 된다. 

대결→대화 냉·온탕 오간 文 

2018년 평창올림픽 당시 남북 선수단이 개회식에서 공동입장하는 모습. [연합뉴스]

2018년 평창올림픽 당시 남북 선수단이 개회식에서 공동입장하는 모습. [연합뉴스]

사실 지난 6개월간 일본을 향한 문 대통령의 기조는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2017년 취임 이후 줄곧 일본과의 갈등 국면을 사실상 방치해 오던 문 대통령은 지난해 말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연달아 스가 총리를 만난 박 원장과 김진표 한일의원연맹을 통해 한·일 협력 메시지를 전달하며 대일 기조가 ‘대결’에서 ‘대화’로 바뀌었다. 당시 한국 정부는 2021년 도쿄 올림픽을 ‘어게인(again) 평창’의 계기로 삼아 남북 화해 무드를 조성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한·일 관계 개선은 이를 위한 사전 작업에 해당했다.

하지만 최악으로 치닫던 한·일 관계를 전면적으로 복원하는 데는 무리가 있었다. 또 4월 13일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해양 방류키로 결정했다는 발표가 나오며 또 다시 한·일 갈등 국면이 조성됐다.

대화 문 닫은 '묵묵부답' 일본 

일본은 2019년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 이후 한일 관계가 악화된 이후 2년 넘게 아무런 관계 개선 움직임 없이 대화의 문을 닫은 상태다. 사진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일본은 2019년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 이후 한일 관계가 악화된 이후 2년 넘게 아무런 관계 개선 움직임 없이 대화의 문을 닫은 상태다. 사진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일본은 2019년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시행한 이후 줄곧 대결 모드로 일관하고 있다. 사태 악화의 책임은 문재인 정부에 있는 만큼 한국 정부가 먼저 움직이지 않는 한 해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월 취임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일본 측 카운터파트인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3개월 넘게 전화 상견례조차 갖지 못한 것이 대표적이다.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외교ㆍ개발장관회의를 계기로 지난 3월 정 장관과 모테기 외무상은 회담을 가졌지만 위안부·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등을 둘러싼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이제 한·일 양국이 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는 유일한 변수는 바이든 대통령의 직접적인 개입과 중재 정도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와중에도 스가 총리와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가졌고, 뒤이어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일정을 확정하는 등 한·미·일 3국 공조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특히 한·미·일 간 안보실장·합참의장·정보기관장 회의 등 한·일 간 접촉면을 늘리는 일정을 주선하며 중재자 역할을 맡고 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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