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요즘 중동 국가들에 구애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1.05.14 10:00

지난 3월 중국 관영방송 CGTN에선 주중 파키스탄 대사와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그의 발언의 요지는 이랬다.

"신장위구르 자치 지역에서 중국 정부가 폭력을 저질렀다는 증거를 보지 못했다."

중국 시노팜 백신을 들여오는 등 중국과 더욱 가까워지는 파키스탄 [EPA=연합뉴스]

중국 시노팜 백신을 들여오는 등 중국과 더욱 가까워지는 파키스탄 [EPA=연합뉴스]

그리고 "오히려 신장 지역은 급속한 경제 발전을 경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확실한 '중국 편'임을 공공연히 밝힌 것이다.

CGTN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힌 이는 파키스탄 대사뿐 아니다. 팔레스타인 대사 역시 "중국은 신장을 포함한 모든 곳에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를 칭찬하기 바빴다.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벌어지는 위구르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 탄압으로 궁지에 몰린 중국 정부가 주변 이슬람 국가들과 중동 지역에 절실히 손을 뻗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재무부가 위구르족 탄압에 개입한 중국 관료들에 제재를 가한 데 이어 유럽연합(EU) 역시 제재를 가하며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미국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파키스탄 대사의 발언은 사실 놀랍지도 않다"며 "말할 필요도 없이 이들 국가의 의견은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견해와 매우 다른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그러면서 "일부 이슬람, 중동 국가들이 이 문제에 있어 중국 편을 들고 나선 것은 베이징이 신장 관련 여론을 바꾸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무슬림이 많은 국가들을 공략함으로써 여론의 흐름을 바꾸려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연장선일까. 지난달에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이란, 아랍에미리트 연합, 오만, 바레인 순방에 나서기도 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 [신화=연합뉴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 [신화=연합뉴스]

왕이 부장은 '이슬람 극단주의 근절'을 강조하며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중국이 벌이고 있는 '대테러 조치'를 언급하고 이들 국가들의 지원에 감사를 표했다. '중국은 테러에 맞서 싸우는 것이지 소수민족을 탄압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는 메시지다.

중동 국가들도 중국에 우호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해선 안 된다"며 중국의 신장 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사우디와 적대 관계인 이란 역시 최근 중국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물론 이 국가들이 괜히 중국의 편을 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최근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며 이웃한 이슬람 국가들과 중동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란과는 앞으로 25년 동안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손잡기로 한 포괄적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무려 4000억 달러(약 449조 원) 지원을 약속하면서다.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에 반대해 터키 이스탄불에서 일어난 시위 [EPA=연합뉴스]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에 반대해 터키 이스탄불에서 일어난 시위 [EPA=연합뉴스]

광물 개발 등에서 협력을 약속하며 전통적인 미국의 우방국 사우디에도 손을 내밀었다. 이스라엘에선 항구 개발을 지원한다.

경제적 지원을 넘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양국 대표를 만나겠다는 뜻을 적극적으로 밝히는 등, 정치적 '중재자'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미국이 지지부진한 틈을 노린 것이다.

더 디플로맷은 "미국과 유럽은 중국의 이런 움직임을 잘 살펴야 한다"며 "그저 제재를 가하는 것을 넘어서 중동, 이슬람 국가들과 더 깊이 소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중국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중국보다 앞서 보다 폭넓은 외교전을 펼쳐야 한다는 경고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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