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오래]야구 투수가 체중 늘리려고 애쓰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오래] 김병곤의 MLB컨디셔닝스토리(11)

투수는 다리, 하체, 코어를 모두 이용해야 좋은 투구가 나온다. 발에서 시작된 움직임이 고관절을 통과해 허리를 지나야 하고, 이때 어깨와 팔꿈치를 잘 이용해야 한다. [사진 pixabay]

투수는 다리, 하체, 코어를 모두 이용해야 좋은 투구가 나온다. 발에서 시작된 움직임이 고관절을 통과해 허리를 지나야 하고, 이때 어깨와 팔꿈치를 잘 이용해야 한다. [사진 pixabay]

한국·미국·일본 프로야구 구단에서 가장 좋은 선수를 스카우트하라고 하면 거의 모두 구속이 빠른 투수를 선택할 것이다. 모든 구단의 코치, 프런트는 강속구를 가진 투수를 스카우트하고 육성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생각보다 쉽지 않다.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아마추어팀에서부터 선수를 관리하고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간헐적으로 프로에 입단한 후에 투구 스피드가 증가하는 신인 선수도 종종 있기도 하다.

2020년 기준으로 MLB의 경우 투수의 평균 구속은 91~94마일(146~151km)의 속도가 나왔으나, 한국프로야구선수의 평균 구속은 88마일(141.7km)이다. 대략 7~8km 정도의 구속차이가 나는 것은 무엇 때문이고 어떻게 하면 우리도 강속구 투수를 보유할 수 있을지 알아보자.

투수의 피칭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다섯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선수의 근력이다. 근력을 키우기 위해 정확하게 움직이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그리고 트레이닝의 강도를 증가시켜 근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속도는 근력 곱하기 파워에 의해 결정된다. 근력의 증가 또는 스피드의 증가가 파워를 향상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근력을 얻기 위해 운동의 속도를 줄여야 하지만 반대로 스피드를 얻기 위해서는 중량을 줄여 속도를 증가시키는 트레이닝을 해야 한다. 근력과 스피드는 반비례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 부분은 체력 및 컨디션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트레이너가 담당해 관리하게 된다.

두 번째는 적절한 투구역학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올바른 투구 동작을 익히는 것은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투구 스피드가 증가하고 신체에 가해지는 스트레스가 줄어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 야구를 시작하는 어린 선수는 올바른 투구 동작을 익히는 것에 집중해야 빠른 볼을 던질 수 있고 부상을 예방하게 된다. 좋은 투구란 다리, 하체, 코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며, 발에서 시작된 움직임이 고관절을 통과해 허리를 지나 어깨와 팔꿈치를 이용해 투구하는 것이다. 투수가 투구 후 어깨 및 팔꿈치에 근육통이 많이 생긴다는 것은 이런 올바른 투구역학을 지키지 못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투수코치 또는 투구폼을 분석하는 데이터 분석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세 번째 좋은 신체의 가동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강속구를 던지기 위해 신체의 회전력이 필요하다. 사람의 신체 중 회전을 많이 하는 관절이 고관절(엉덩이), 몸통(흉추), 어깨관절이다. 이 세 부분의 관절이 회전하면서 강력한 공을 만들어내게 되는 것이다. 만약 이 세 부분의 회전력이 약해지거나 회전하는 범위가 줄어들게 되면 인접 관절이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부상을 입게 된다. 따라서 강속구 투수를 육성하기 위해서 트레이너는 관절의 가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네 번째 체중이 많이 나가는 투수가 강한 공을 던지게 된다. 많은 연구에서 키가 큰 투수,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투수가 강속구를 던진다는 결과를 증명하고 있다. 키는 선수의 노력으로 만들어 낼 수 없는 요소이므로 의미가 없다. 하지만 체중은 선수의 노력으로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체중을 증가시키려는 전략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무턱대고 체중을 증가시키면 몸이 둔해져 오히려 투구 속도가 줄어들기도 한다. 전략적으로 1년에 2~3kg씩 지방이 아닌 근육으로 체중을 증가시키면 공의 스피드는 자연스럽게 증가하게 된다. 선수나 코칭 스태프는 체지방이 증가하는 것은 볼 스피드에 부정적인 효과가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체중에 관련된 부분은 선수 자신이 계획을 세워 점진적으로 체중(근력)을 증가시켜야 한다. 선수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다섯 번째 신경 및 근육에 피로가 쌓이면 속도가 줄어들게 된다. 만성적으로 피로가 누적되면 신경의 전도 속도가 느려지면서 근육의 동원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투구할 때 사용되는 근육의 수가 줄어들게 되면 속도와 근력이 감소하게 되어 파워가 떨어져 볼 스피드 역시 감소하게 된다. 피로가 누적되지 않기 위해서는 8~10시간 정도의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경기와 연습 후 충분한 수면은 피로를 해소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트레이닝과 경기의 적절한 안배가 필요하다. 과도한 연습과 투구 수 증가는 선수의 피로를 증가시키는 가장 큰 요소이므로 선수의 체력과 컨디션에 맞게 선수를 기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부분은 감독과 코치의 역할에 해당된다. 한명의 선수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위에 언급한 최소한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팀에 전문가가 상주하고 있다면 좋지만 만약 없다면 주변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선수의 성장을 위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키움 히어로즈 단장특별보좌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