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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 '無니코틴'이라 괜찮다? 법은 피해도 유해성은 똑같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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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가수 임영웅이 미성년자인 가수 정동원 옆에서 흡연을 했다는 주장이 나오며 실내 흡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트로트 가수 임영웅이 미성년자인 가수 정동원 옆에서 흡연을 했다는 주장이 나오며 실내 흡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가수 임영웅 씨(29)가 실내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워 과태료 처분을 받은 가운데 “니코틴이 없는 전자 담배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니다”라는 소속사 측 해명을 두고 전자 담배 규제 논란이 일고 있다.

임 씨는 지난 4일 TV 조선 예능 프로그램 ‘뽕숭아학당’ 촬영이 진행된 서울 마포구 DMC디지털큐브 건물 안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흡연을 하는 사진이 퍼져 비판을 받았다. 서울 마포구청은 지난 11일 이와 관련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미스터트롯’ 부산 콘서트 현장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듯한 사진이 공개돼 해운대구가 뒤늦게 과태료를 부과했다.

임씨의 소속사인 뉴에라프로젝트는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해운대구 보건소에 저희가 사용해온 무니코틴 액상에 대해 성분표 등을 첨부해 충실히 소명했다”며 “이에 관청은 무니코틴 액상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7개월 전에 부산에서 사용한 액상이 현재 소명한 것과 동일하다는 검증이 어렵다는 사유로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법에 정한 과태료 부과 기준은 사용한 대상물이 담배 또는 니코틴이 함유된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과태료 부과 상황으로 보면 행위 자체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것이 법이 정한 기준에 부합하는가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건강증진법 제34조에 따르면 금연 구역에서 흡연한 자는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다만 임영웅 측의 주장대로 니코틴이 없는 전자 담배는 현행법상 담배가 아니라 담배 유사제품으로 분류해 흡연이라고 볼 수 없다. 담배사업법에 따르면 담배란 연초(煙草)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사용해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을 뜻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니코틴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현행법상 과태료 처분을 하지 않는 것은 맞다. 눈으로 니코틴 유무를 파악하긴 어렵기 때문에 증명 책임은 당사자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니코틴 없으니 OK?…“유해한 건 담배와 같아”

전자담배는 연초의 잎에서 추출한 니코틴 농축액이 들어 있는 필터와 니코틴을 흡입할 수 있게 하는 전자장치로 구성된 것을 의미하지만 대부분 전자담배 액상 회사에서는 니코틴 농축액을 연초의 ‘잎’이 아닌 줄기나 뿌리 등에서 추출했다는 식으로 규제를 피해간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니코틴 함유 여부 관계없이 맛과 향을 넣은 액상 기화 물질(에어로졸)에는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담배사업법상 담배의 정의를 넓히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자담배는 연초의 잎에서 추출한 니코틴 농축액이 들어 있는 필터와 니코틴을 흡입할 수 있게 하는 전자장치로 구성된 것을 의미하지만 대부분 전자담배 액상 회사에서는 니코틴 농축액을 연초의 ‘잎’이 아닌 줄기나 뿌리 등에서 추출했다는 식으로 규제를 피해간다. 뉴스1

전자담배는 연초의 잎에서 추출한 니코틴 농축액이 들어 있는 필터와 니코틴을 흡입할 수 있게 하는 전자장치로 구성된 것을 의미하지만 대부분 전자담배 액상 회사에서는 니코틴 농축액을 연초의 ‘잎’이 아닌 줄기나 뿌리 등에서 추출했다는 식으로 규제를 피해간다. 뉴스1

니코틴의 유무로 담배를 판단하는 현행법은 실내 흡연을 금지한 국민건강증진법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이 센터장은 “전자담배에서 발생하는 기체를 ‘연기’가 아닌 수증기라고 광고하는데 이 역시 잘못됐다. 정확히는 ‘에어로졸’이다”며 “쉽게 말해 살충제와 비슷한 성질의 기체인데 전자담배에서 발생하는 에어로졸 안에는 1급 발암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 폼알데하이드 등과 중금속, 환경호르몬, 미세먼지가 들어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자담배는 담배가 아니어서 간접흡연이 아닌 ‘간접노출’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간접노출 될 경우 제삼자가 유해물질로 인해 피해 보는 건 담배와 똑같다. 실내에서 니코틴 없는 전자담배를 피웠으니 괜찮다는 식의 해명은 국민에게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자담배 ‘향기’도 문제

전자담배 액상에 들어가는 가향성 물질도 문제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일반적으로 니코틴 액상에 여러 가지 향을 첨가해 매캐한 담배 냄새 대신 딸기향, 박하 향 등 상쾌한 향기가 나도록 한다. 이러한 향기가 유해성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고 궁금증을 유발해 청소년의 흡연을 유인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다양한 디자인의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들. 게임기와 스마트 워치, USB, 화장 파우더 등 여러 형태로 청소년을 유혹한다. 중앙포토

다양한 디자인의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들. 게임기와 스마트 워치, USB, 화장 파우더 등 여러 형태로 청소년을 유혹한다. 중앙포토

실제로 궐련형 담배 시장에서는 청소년에게 거부감이 적은 가향담배의 판매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담배 전체 판매량 가운데 가향담배가 차지한 비중은 지난 2011년 6.1%에서 지난해 38.4%로 6배 넘게 늘었다. 담배 필터 안에 향료 캡슐을 삽입한 ‘캡슐 담배’ 비중도 2011년 1.6%에서 지난해 30.6%로 폭증했다.

미국은 가향담배가 청소년의 흡연율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해 강력히 규제한다. 미국 식품의약처(FDA)는 최근 박하 향 담배와 향이 나는 시가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미국은 박하 향 외 인공 천연향을 비롯해 딸기, 포도, 오렌지 등 향료를 담배에 첨가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유럽연합(EU), 캐나다, 브라질 등도 특정한 향이 나는 담배 제조 및 판매를 금지한다.

우리나라도 관련 규제가 국회에 올라간 상태다. 현재 제21대 국회에는 담배의 정의를 넓히는 담배사업법 개정안과 전자담배의 성분 정보 제출을 의무화하는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안’ 등이 발의됐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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