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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MZ세대 재테크 “청약저축 들고, 틈나면 주식 공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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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기도청 인근의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에서 일하는 윤준식(28)씨의 직급은 대리. 윤씨는 천안에 있는 대학에 입학한 이후 기숙사 생활을 해오다 취업이 되면서 천안에서 출퇴근을 했다. 꼬박 두 달을 자전거→지하철→버스를 갈아타며 버텼다고 한다.

“월세 30만원 원룸 대출이 반 이상 #‘종잣돈’ 어떻게 모을까 최대 고민 #대출 장벽 절감 ‘내집’ 꿈 못 꿔”

그러다 2019년 말 자취방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자금은 군 전역 후 3~4개월간 조선소에서 용접 보조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500만원. 조건은 무조건 ‘직주근접(職住近接)’. 그리고 저렴한 월세였다. 그는 “전세자금 대출이 되지 않아 애를 먹었는데 다행히도 사정을 들은 집주인이 원룸 월세를 깎아줬다”며 “부족한 금액은 신용대출을 받아 채웠다”고 말했다.

윤태훈씨와 윤준식씨(왼쪽부터)는 전국에서 1인세대가 가장 많은 수원에서 첫 ‘자립생활’을 시작했다. 김경록 기자

윤태훈씨와 윤준식씨(왼쪽부터)는 전국에서 1인세대가 가장 많은 수원에서 첫 ‘자립생활’을 시작했다. 김경록 기자

윤씨는 대학 4학년 때부터 재테크를 시작했다. 독립을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 손을 빌리긴 싫어서였다. 틈틈이 청약저축에도 가입하고, 주식투자도 했는데 공부를 하지 않고 무작정 투자를 하니 돈을 잃었다. 그때부턴 주식투자 책을 사다 읽기 시작했다. 지금껏 그의 책장에 쌓인 투자 관련 서적은 15권. 올해 안에 3000만원을 모으고, 내년까지 전셋집을 구할 수 있는 종잣돈을 만드는 게 목표다. 윤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밤사이 미국 증시 상황을 체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며 “결혼을 할 땐 장기임대주택이나 신혼부부를 위한 행복주택으로 시작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원시에 사는 직장인 윤태훈(29)씨는 대학입학과 함께 수원으로 거처를 옮겨왔다. 고향은 인천. 기숙사에 살다 독립해 4년째 1인세대로 살고 있다. 자취방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원. “운 좋게도 부모님이 월세를 부담해주셔서 월급은 미래를 위해 차곡차곡 쌓고 있다”고 했다. 청약저축과 청년우대형저축으로 종잣돈을 마련 중인데 두달 전부터 주식 투자도 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주식 이야기만 하니까 시작했는데 고점에 들어간 것 같다”며 웃었다.

주얼리 회사를 창업한 조은비(29)씨도 집값이 싼 이유 때문에 관악구로 이사를 왔다. 셰어하우스에 살았는데 방이 너무 좁았다고 한다. ‘요가를 방바닥에서 해보고 싶은 게 꿈’이 되면서 원룸을 구해 나왔다. “요즘 청년들은 집을 살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희망조차 가질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고통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상은 녹록지 않았다. 원룸 계약을 했지만 알고보니 그곳은 주택이 아닌 ‘근린생활시설’. 옛 고시원을 원룸으로 개조한 것으로 부동산에선 조씨에게 ‘주택’이라고 설명을 하고 정작 복비를 받을 땐 근린생활시설 기준을 책정해 10만원을 더 받았다.

조씨는 “대학만 가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될 것 같았는데, 정작 독립을 해보니 세금 내는 것, 집을 구할 때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선 하나도 배우지 못했다는 걸 알았다”며 “차라리 학교에서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교육을 충분히 받고 독립했더라면 좋을 텐데 공부만 하다 사회에 나오도록 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현예·최은경·이은지·김준희·박진호·백경서·최연수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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