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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한·미 회담 앞두고 삼성전자 찾아 "반도체 공급망 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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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3일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의 위상을 굳건히 하고 시스템반도체까지 세계 최고가 되어 ‘2030년 종합반도체 강국’의 목표를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삼성전자 평택 단지에 있는 반도체 3라인 건설현장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대회'에서 “반도체 산업은 기업간 경쟁을 넘어 국가 간 경쟁의 시대로 옮겨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며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은 선제적 투자로 국내 산업생태계를 더욱 탄탄하게 다지고 글로벌 공급망을 주도해 이 기회를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경기 평택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5 13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경기 평택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5 13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 취임후 반도체 공장 방문은 다섯번째다. 삼성 사업장 방문은 2019년 화성 공장에 이어 두번째다. 특히 이날 방문은 오는 21일 한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반도체를 사실상의 전략무기로 인식하며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12일에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회사 CEO를 화상으로 만나 미국내 반도체 생산 관련 투자를 요구하기도 했다. 미 상무부는 정상회담 바로 전날인 20일 삼성전자 등 반도체 및 자동차 기업들과의 화상 회의를 재차 소집한 상태다. 외교가에선 이를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삼성의 대규모 투자를 요청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는 정상회담을 전후해 20조원 규모의 미국 공장 증설 계획 발표를 검토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4일 백악관에서 반도체·전기차배터리·희토류 등 주요 물자의 공급망 점검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반도체 칩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바이든은 이날 서명하면서 동맹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EPA]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4일 백악관에서 반도체·전기차배터리·희토류 등 주요 물자의 공급망 점검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반도체 칩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바이든은 이날 서명하면서 동맹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EPA]

문 대통령은 그런데 이날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 기업들이 향후 10년간 51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며 “압도적인 투자를 통해 한반도에 세계 최대의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평택과 화성의 생산라인을 대규모로 증설하고, SK하이닉스도 용인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새롭게 구축할 계획”이라는 구체적 계획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민관이 힘을 모은 K반도체 전략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거센 파고를 넘어설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도 반도체 강국을 위해 기업과 일심동체가 되겠다. 기업의 노력을 확실하게 뒷받침하겠다”며 “반도체를 국가 혁신전략기술로 지정해 기술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최대 6배까지 확대하고, 연구개발 투자에는 최대 50%를 세액공제하겠다”고 밝혔다. 또 “1조원 이상의 특별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해 기술투자에 저리의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소개했다.

여권의 고위 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투자 압력과 관련한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지원책 발표 차원”이라며 “동시에 국내 생산 거점을 강화해 향후 반도체 경쟁에서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을 강조한 조치로 이해해달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경기 평택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보고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5 13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경기 평택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보고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5 13 청와대사진기자단

반도체 협력안은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여권에선 “국내 기업의 대규모 투자 결정이 이뤄질 경우 청와대가 미국이 요구하는 반도체 분야를 협력하고 일종의 반대급부로 코로나 백신 협력을 이끄어낼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가 구상하는 반도체와 백신을 매개로 한 한·미 협력 구상에는 삼성전자 등 대기업의 역할이 클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현재 노바백스의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또 청와대 내에선 “이번 회담에서 추가로 모더나 백신의 국내 위탁생산이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오는데,  모더나의 국내 생산 파트너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날 문 대통령의 삼성전자 방문 일정에는 김기남 부회장이 참석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 구속수감 중이다. 각계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특별사면 건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연설에서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서 우리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더 높여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면서도 “충분히 국민의 많은 의견을 들어 판단하겠다”고 했다. 재계와 정치권 주변에선 "5월 19일 석가탄신일과 8·15 광복절 등을 앞두고 문 대통령의 고민이 클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4월 삼성전자 경기도 화성 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출하한 EUV(극자외선)공정 7나노 웨이퍼에 서명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4월 삼성전자 경기도 화성 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출하한 EUV(극자외선)공정 7나노 웨이퍼에 서명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공개된 엠브레인퍼블릭ㆍ케이스탯리서치ㆍ코리아리서치ㆍ한국리서치의 공동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64%로 반대 의견 27%보다 2배 이상 높았다.

◇文 대통령과 ‘주먹 인사’ 나눈 이재명=이날 행사에는 여권 차기 주자 중 지지율 1위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도 참석했다. 이 지사는 15분 일찍 현장에 도착해 문 대통령을 기다렸고, 행사 때는 문 대통령의 바로 뒷줄에 앉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경기 평택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보고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인사하고 있다. 2021.5 13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경기 평택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보고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인사하고 있다. 2021.5 13 청와대사진기자단

두 사람이 직접 만난 건 지난해 10월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 후 7개월 만이다. 두 사람은 기념촬영 직후 주먹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이 지사는 이날 행사 참석에 앞서 기자들에게 ‘문 대통령께 어떤 말씀을 드릴 거냐’는 질문을 받자 “반도체 문제 때문에 뵙는 것이니 그 얘기 말고 특별히 드릴 말씀이 있겠냐”며 말을 아꼈다.

강태화ㆍ김준영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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