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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ㆍ헬멧 필수인지 몰랐다”…강화된 전동킥보드 단속 첫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면허 있으세요?" "무슨 면허요?"

13일 오후 1시 30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경찰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차도를 지나던 A(35·남)씨를 불러세웠다. 면허가 있냐는 질문에 A씨는 "운전면허는 있다. 그런데 전동킥보드를 타는데 무슨 면허가 필요하냐"고 되물었다. 경찰은 A씨에게 "오늘(13일)부터 전동킥보드를 타기 위해서는 '원동기장치 자전거' 면허 이상이 필요하다"며 "헬멧 미착용, 인도 이용도 범칙금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계도기간이라 오늘은 범칙금을 부과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개인형이동장치 전동킥보드 단속 현장 경찰

개인형이동장치 전동킥보드 단속 현장 경찰

경찰의 계도를 받은 A씨는 "위험을 줄이려는 법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전동킥보드는 짧은 거리를 갈 때 주로 타는데 굳이 헬멧까지 챙겨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며 불만을 표했다. 헬멧을 쓰고 있지 않았던 A씨는 전동킥보드를 끌고 걸어서 단속 현장을 벗어났다.

면허·헬멧 안 쓰면 범칙금…"몰랐다"

이날 100여분간 단속에서 적발된 '개인형 이동장치(PM)' 이용자는 총 78명이다. PM 이용자들은 대체로 법 개정 사실을 몰랐다. 2명이 함께 전동킥보드를 타다 계도를 받은 이모(41·남)씨는 "2인 이상 탑승 시 범칙금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며 "면허, 헬멧 착용이 필수인 줄도 오늘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전동킥보드로 횡단보도를 건넌 김모(22·여)씨는 "헬멧을 안 쓴 것은 잘못한 일이라 반성한다"면서도 "횡단보도를 전동킥보드로 건넌 것은 몰라서 그랬다"고 했다.

13일 오후 2시 경찰의 계도를 받은 후 전동킥보드를 끌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 이날 단속 현장에서는 헬멧을 쓴 전동킥보드 이용자들도 종종 보였다. 편광현 기자

13일 오후 2시 경찰의 계도를 받은 후 전동킥보드를 끌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 이날 단속 현장에서는 헬멧을 쓴 전동킥보드 이용자들도 종종 보였다. 편광현 기자

13일부터 적용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르면 PM 사용자는 '원동기장치 자전거'(만 16세 이상 취득 가능) 이상의 면허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안전모를 쓰지 않거나, 2인 이상이 함께 탑승해도 범칙금 부과 대상이다. 안전모 미착용은 2만원, 2인 이상 탑승 시 4만원, 무면허 및 음주운전은 10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킥라니 안전주의보'에 다시 강화된 PM 규제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규제 원상복구'와 '범칙금 부과 근거 마련'이다. 국회는 지난해 6월 '공유 경제'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PM 장치 탑승 연령을 만 13세 이상으로 낮추고, 안전장비 미착용 시 범칙금 조항을 없앤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10일부터 올해 5월 12일까지 약 5개월간 적용됐다.

하지만 지난 1월 국회는 개정 7개월 만에 도로교통법상 PM 탑승 연령을 만 16세로 다시 높이고 안전장비 미착용 시 처벌조항을 부활시켰다. 이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이날부터 적용된 것이다. 마포경찰서 교통과 관계자는 "PM 단속은 예전부터 해왔던 것"이라면서도 "이번에 범칙금 조항이 다시 생긴 만큼 규칙 미준수자들을 명확히 단속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한 시민이 전동킥보드를 타는 모습.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로 분류되기 때문에 횡단보도를 이용할 수 없다. 뉴스1

지난해 12월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한 시민이 전동킥보드를 타는 모습.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로 분류되기 때문에 횡단보도를 이용할 수 없다. 뉴스1

도로교통법이 7개월 만에 재개정된 이유는 전동킥보드 규제 완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PM 규제 완화'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이후인 지난해 12월 20일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은 '전동킥보드 소비자안전주의보'를 발령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0년 11월까지 일어난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는 1252건이다. 당시 한국소비자원 측은 "조사결과 전동킥보드 사고 시 부상 부위는 '머리 및 얼굴'(36.3%)이 가장 많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PM 관련 교통사고는 2017년 117건(사망 4명)에서 지난해 897건(사망 10명)으로 증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민들이 안전수칙을 꼭 지켜줬으면 한다"고 했다. 이날 공유 전동킥보드를 타던 정모(29)씨는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 차원에서도 안전대책을 빨리 마련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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