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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고집부려 지도" 학대 부모, 세번 가정조사때 암시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기 화성에서 만 2살 입양아동을 학대해 의식불명에 빠뜨려 구속·입건된 양부모가 지난 1월 사회복지단체의 가정조사 당시 “아이가 말로 표현을 잘 안 하고 고집을 부려서 지도 중”이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단체가 입양 후 사후조사를 대부분 전화ㆍ이메일로만 진행해 “학대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는데도 사후관리에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살짜리 입양아동을 학대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린 양부 A씨에 대해 11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중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연합뉴스

두 살짜리 입양아동을 학대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린 양부 A씨에 대해 11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중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연합뉴스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가정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의 한 사회복지단체는 지난해 8월 해당 단체를 통해 A(2)양을 입양한 양부모에 대해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4월에 걸쳐 총 세 차례 가정조사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올해 1월 진행된 가정조사 당시 양부모는 “A양이 기분을 말로 표현하기보다 먼저 울음을 터뜨리거나, 말로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쳐줘도 말을 하지 않으려고 고집을 부릴 때가 종종 있다”며 “지속적으로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양부모는 “아이의 언어발달이 느려서 감정표현이 말로 잘 되지 않아 아이의 마음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가정조사 담당자 역시 “아동이 인지, 언어, 사회성 등이 조금 더딘 편”이라고 파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마지막 가정조사가 진행됐던 지난 4월 16일에도 양부모는 “감정 표현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감정기복이 심할 때 어떻게 지도하면 좋을지 고민이 된다”며 양육 어려움도 호소했다. 그러나 이날 조사를 진행한 담당자는 “아동의 개월 수에 따른 발달 및 심리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책자를 안내했다”고만 보고했다. 양부모의 아동 지도방법 등에 대해서도 “양부모는 아동의 정서적 부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서, 아동에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기다리주며 양육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양부 B(30대)씨는 지난 8일 A양을 손과 구두주걱 등으로 얼굴과 머리 등 신체부위를 수차례 폭행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린 혐의로 11일 구속됐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8일 오전에 아이가 자꾸 칭얼거려서 손으로 몇 대 때렸고, 이후 잠이 든 아이가 일어나지 않아 병원에 데려갔다”고 진술했다. 양모 C(30대)씨 역시 아동학대 방임 혐의로 형사 입건됐다.

담당 사회복지단체가 학대를 의심할 만한 정황을 인지하고도 입양아 사후관리에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담당자가 A양이 언어ㆍ인지발달이 느린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데다, 양부모가 지속적으로 양육의 어려움을 표했는데도 적극적인 관리에 나서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가정조사 가운데 첫 조사였던 지난해 10월을 제외하고 전부 전화와 이메일로만 진행된 사실도 확인됐다.

권영세 의원은 “입양 아동에 대해선 가정조사를 할 때 면밀하게 모니터링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사후 처벌도 중요하지만 입양 아동에 대한 보호가 우선”이라며 “입양 절차에서 (입양가정에 대한) 검증을 철저히 하고, 사후에도 입양아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강화해 학대 방지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양부모가 지역아동보호시설인 ‘그룹홈’ 생활지도사를 지낸 사실도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양모 C씨는 결혼 전부터, 양부 B씨는 결혼 후 생활지도사 활동에 동참했다. 이들은 이미 친자녀 4명이 있는데도 입양을 한 이유에 대해 입양 신청 당시 “아이들이 많을수록 서로 더욱 힘이 되고, 기쁘고 즐거운 일이 배가 된다”고 설명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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