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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라떼’는 그 지역의 문제? “수질 개선, 기후변화 막아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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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2017년 7월 충북 옥천군 군북면 대청호 상류지역에 짙은 녹조가 발생했다. 녹조가 발생하면 수돗물 악취가 발생할 수 있고, 녹조 독소로 인해 건강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수돗물 정화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녹조 원인생물인 시아노박테리아가 호수 바닥에 가라앉은 뒤 분해가 될 때 온실가스인 메탄도 발생된다. 연합뉴스

2017년 7월 충북 옥천군 군북면 대청호 상류지역에 짙은 녹조가 발생했다. 녹조가 발생하면 수돗물 악취가 발생할 수 있고, 녹조 독소로 인해 건강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수돗물 정화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녹조 원인생물인 시아노박테리아가 호수 바닥에 가라앉은 뒤 분해가 될 때 온실가스인 메탄도 발생된다. 연합뉴스

호수의 부영양화와 녹조 발생을 차단하면 지역 환경을 개선해서 좋을 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의 기후변화 피해를 줄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온실가스인 메탄 배출량을 줄여서 얻는 경제적 효과가 절대 작지 않다는 것이다.

부영양화 호수 메탄가스 배출 #전 세계 호수 배출량 다 모으면 #배출량 1위 국가 중국보다 많아

미국 미네소타대학 연구팀은 11일(현지 시각) 국제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지역의 수질 보호가 지구적으로 이익을 준다"는 제목의 논문 발표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전 세계 8000여개 호수·저수지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의 양을 산출한 연구 결과를 인용, 이를 바탕으로 호수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로 인한 기후변화의 경제적 피해를 산출했다.

캐나다 퀘벡 대학과 미네소타대학 팀은 지난 2018년 발표한 논문에서 전 세계 호수에서 배출되는 메탄이 연간 0.55~1 페타그램(Peta-gram, 1 Pg=10억톤)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연간 5억5000만~10억톤에 이르는 호수의 메탄 배출량은 사람이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20%에 해당한다.

호수 부영양화되면 메탄 발생

구지 오토캠핑장 인근 낙동강에 발생한 녹조. 중앙포토

구지 오토캠핑장 인근 낙동강에 발생한 녹조. 중앙포토

사람들이 생활하수 배출이나 농경지 비료 살포 등을 통해 강과 호수에 영양물질을 공급하면 부영양화 현상이 일어난다.

부영양화는 식물플랑크톤이 이용할 수 있는 비료 성분, 즉 질소·인 등 영양물질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부영양화는 식물플랑크톤이 대대적으로 번식으로 이어지고, 녹조도 발생할 수 있다.

죽은 식물플랑크톤은 바닥에 가라앉게 되고, 호수 밑바닥 무산소층에서 식물플랑크톤 사체가 썩으면, 즉 세균이 유기물을 분해할 때 메탄이 만들어진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 잠재력이 20배 이상 크다.

낙동강 구지 오토캠핑장 앞 녹조. 중앙포토

낙동강 구지 오토캠핑장 앞 녹조. 중앙포토

2018년 한국이 이산화탄소 기준으로 7억2760만톤을 배출했는데, 전 세계 호수에서 배출하는 메탄을 같은 이산화탄소로 환산한다면 세계 10위권인 한국 배출량의 20배 수준에 이른다.

1위 배출국 중국(2017년 이산화탄소 124억7600만톤)보다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는 셈이다.

연구팀은 현재 추세대로 부영양화가 심해지면 오는 2100년에는 호수에서 발생하는 메탄이 화석연료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38~53%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변화와 인구증가로 인해 호수의 부영양화가 가속화되는 반면, 화석연료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2015~2050년 사이 호수에서 배출하는 메탄가스로 인해 발생하는 기후변화 피해 비용을 7조5000억~81조 달러(8400조~9경 1000조 원)로 추산했다.
현재 배출량을 어떻게 잡느냐, 향후 배출량이 얼마나 늘어날 것이냐, 피해 비용 산정에서 할인율(3~5%)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른 차이다.

수질 개선을 통해 부영양화가 심해지지 않도록 한다면 6600억~24조 달러 만큼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팀은 "호수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와 아산화질소(N2O)에 의한 배출도 있지만, 이들에 대한 영향을 제외하고 메탄가스에 의한 영향만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낚시 금지 때보다 더 큰 피해

2017년 9월 미국 오하이오 주 톨레도 인근의 이리 호에서 녹조가 발생해 메기가 죽은 채 떠올랐다. AP=연합뉴스

2017년 9월 미국 오하이오 주 톨레도 인근의 이리 호에서 녹조가 발생해 메기가 죽은 채 떠올랐다. AP=연합뉴스

미국 등지에서는 호수에 심한 녹조가 발생하면 수영이나 카약 등 물놀이가 금지되고, 낚시도 금지된다.

시아노박테리아 녹조의 경우 마이크로시스틴 등 독성물질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녹조의 지표인 엽록소a 농도가 일정 농도 이상이 되면 호변 접근이 금지된다.

연구팀은 호수 부영양화로 인한 기후변화 피해가 녹조로 인한 레크리에이션이나 낚시 피해보다 훨씬 큰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특히 북미 5대호의 하나인 이리 호(Erie 湖)에서 호변 폐쇄 비용과 기후변화 피해를 비교했다.

녹조 발생으로 이리 호의 호변 67곳을 폐쇄할 경우 경제적 피해는 2015~2050년 사이 44억~77억 달러로 추정되는 데 데 비해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피해는 10배 수준인 690억~730억 달러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기존 방식으로 집계할 경우 수질 개선 효과보다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는데, 메탄 배출 억제 효과 등을 추가로 고려한다면 호수 수질 개선에 투자하는 것이 결코 손해가 아니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2017년 8월 대전과 충청지역 식수원인 대청호에서 녹조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7년 8월 대전과 충청지역 식수원인 대청호에서 녹조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중앙포토

연구팀은 "수질 악화는 종종 지역 문제로 간주하지만, 수질 문제는 메탄 등의 배출을 통해 지구 기후에도 중요한 영향일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호수의 추가 부영양화를 방지하기 위한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온실가스 배출은 상당히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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