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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테슬라 때리기 시작됐나…4월 판매량 27% 급감

중앙일보

입력

2021 상하이 모터쇼에서 한 여성이 테슬라 모델3 위에 올라가 항의하고 있다. [사진 바이두 캡처]

2021 상하이 모터쇼에서 한 여성이 테슬라 모델3 위에 올라가 항의하고 있다. [사진 바이두 캡처]

중국의 테슬라 때리기가 본격화한 것인가. 중국에서 승승장구하던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4월 중국 판매량이 27% 급감했다. 중국에서는 당국이 직접 테슬라의 정보 유출 의혹을 제기하고 소비자까지 안전문제를 거론하면서 반 테슬라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미·중 관계가 풀리지 않으면서 중국도 테슬라 견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다판매 기록 직후 27% 급감 

12일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가 발표한 신에너지차 통계에 따르면 테슬라의 4월 중국 판매량은 2만5845대로 지난달 대비 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신에너지차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와 수소연료전지차(FCEV)를 포함하고 있으며 약 80%가 순수전기차(BEV)다.

CPCA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전체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12% 감소했다. 테슬라의 월간 판매량 감소폭(27%)은 시장의 평균 감소보다 두 배가 크다. 지난 3월 테슬라는 중국에서 최다 월간 판매 기록(3만5478대)을 세웠지만, 한달만에 판매량이 급감한 것이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테슬라의 판매가 최근의 여러 풍파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공산당 "보이지 않는 살인자" 비판 

최근 중국에선 '반 테슬라' 정서가 공공연하게 표출되고 있다. 지난달 19일 상하이 모터쇼에서 한 여성은 테슬라 전기차에 올라가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기습 시위를 벌였다. 상하이 모터쇼의 기습 시위 직후 중국 공산당 정법위원회는 한술 더 떠 테슬라를 일컬어 "보이지 않는 살인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중국에선 공산당이 특정 기업을 공개 비판하면 주류 관영 언론이 비판 보도를 쏟아내고 대중의 불매 운동으로 번지는 일이 빈번하다.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때에도 관영 언론들이 한국 기업 불매를 부추기는 사설을 쏟아냈고, 현대차·롯데가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정부의 테슬라에 대한 압박은 수위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공정위 격인 국가시장감독총국이 차량 화재,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실패 등과 관련한 소비자 불만을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3월에는 중국 정부가 군과 공안, 일부 국영기업 임직원에게 “테슬라 전기차에 타지 말라”고 지시했다. 테슬라 전기차에 들어가 있는 카메라·센서가 중국 곳곳을 촬영해 미국 정부에 넘기는 '스파이 웨어'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심 때문이다. 테슬라는 최근 중국 내 대관 인원을 늘리기 위해 취업 공고를 내기도 했다.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에 가동 중인 조립 공장 내부. [신화=연합뉴스]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에 가동 중인 조립 공장 내부. [신화=연합뉴스]

테슬라는 최근 중국 상하이에 있는 조립공장 증설 계획을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테슬라가 토지를 추가로 매입해 상하이 공장을 확장하려던 계획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미·중 갈등이 이어지면서 중국에서 생산한 차량의 중국 이외 수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또 한편에선 테슬라가 중국 당국이 견제를 본격화하자 무리한 시장 확대보다 몸조심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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