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지지율 1위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본격적인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이 지사는 12일 서울 상암동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에서 열린 ‘민주평화광장’(광장) 출범식에 참석해 “기대가 크다. 앞으로 먼 길 함께 손잡고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매우 가슴이 벅차고 환영한다”고 말했다.
5선의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공동대표를 맡은 ‘광장’은 이 지사의 외연 확장을 위한 조직이다. 발기인만 1만 5000명에 달한다. 민주당 현역 의원 가운데에는 조정식·민형배 등 이 지사를 지지하던 의원 외에도 김성환·이해식·이형석 등 친(親)이해찬계까지 18명이 참여했다. 이날 행사엔 안민석·노웅래·정성호·김영진·김병욱·임종성·김남국·이규민 등 이 지사 지지 의원이 모두 참석해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이 지사는 “대한민국엔 저출생·실업·청년문제·세대갈등 등 여러 문제점이 있는데, 이 문제의 원천은 저성장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보다 훨씬 많은 자본과 자원, 더 나은 기술, 충분한 인프라에도 성장을 못 하는 것은 자원의 편중, 불평등 때문이다. 공정성을 회복해가는 것이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길”이라며 자신이 최근 내세우고 있는 ‘성장과 공정’ 담론을 재차 강조했다.
향후 ‘광장’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이 지사는 “뜻을 함께하는 분들인 것 맞지만, 어떤 관계일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광장’ 측은 대선 승리를 목표로 내걸었다. 조정식 공동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우리는 또 앞으로 더 큰 미래,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갈 과제를 안고 있다”며 “이런 시대적 전환을 담당할 다음 대통령 선거가 딱 10개월 앞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종석 공동대표도 “민주평화정부 재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 지사 측은 20일 국회에서 지지 의원 모임인 ‘성장과 공정 포럼(성공포럼)’을 의원 30여 명 규모로 발족할 계획이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성공포럼이 원내 지지 의원 모임이라면, 광장은 원외 전국조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장은 13일 경남 광장 출범을 시작으로 17개 시도마다 지역 조직을 꾸릴 계획이다.
이낙연 ‘신복지 포럼’ 발족…캠프는 옛 文 캠프 건물에
또다른 여권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8일 자신의 핵심 지지 지역인 광주를 시작으로 ‘신복지 포럼’ 발족식을 이어가고 있다. 역시 17개 시·도에서 릴레이 행사를 개최하며 지지세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 전 대표는 앞서 지난 10일에는 자신의 정책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의 첫 토론회를 개최했다. 현역 의원 40여 명이 참석한 이 행사엔 홍영표·홍익표·정태호·신동근·강병원 등 당내 친문 의원들이 여럿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전 대표도 “문재인 정부의 성취와 과제를 토대로 역사를 발전시키고 국민의 삶을 지켜드리는 것이 나와 민주당의 기본적 책임”이라며 친문 적통성을 강조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지난해 6월부터 대선 캠프의 맹아 조직인 ‘플랫폼 더숲’도 가동 중이다. ‘더숲’은 2017년 문재인 캠프가 위치했던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 자리 잡았다. 이 건물엔 최근 송영길 대표가 전당대회 캠프로 사용한 사무실도 입주해 있다. 이외에도 이 전 대표 지지 조직은 행복국가포럼(극동빌딩), 정의평화포럼(한양빌딩), NY포럼(진미파라곤) 등 여의도 곳곳에 흩어져 있다. 이 전 대표 측은 “현장 분위기가 올라오고 있다. 경선이 본격화되면 지지율이 반등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정세균 ‘국민시대’ 복원…“카카오톡 채팅방만 수백개”
후발 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전날(11일) 지지 의원 모임 ‘광화문 포럼’ 행사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이 행사엔 김영주·안규백·이원욱·김교흥·김민석 등 정세균계 핵심 의원들은 물론, 송영길 대표와 백혜련·김영배·김용민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 홍영표·김종민 등 친문 의원까지 현역 의원만 50명 넘게 참석했다.
정 전 총리 측은 오랫동안 다져온 조직세에 기대를 걸고 있다. 2011년 결성돼 2012년 대선 경선 때 지지 조직으로 활동했던 ‘국민시대’부터 지역별로 복원에 들어갔다. 지난 2월 국민시대 전북지부를 재출범시켰고, 광주·인천 등 다른 시·도에서도 지지자들이 재결집 중이라고 한다. 12일부터 엿새간 호남을 방문할 예정인 정 전 총리는 이날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호남미래포럼에서 “미래를 제대로 만들어가기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준비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온라인에서는 일종의 팬클럽인 ‘우정(우리가 정세균이다) 포럼’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지역별 카카오톡 채팅방만 수백개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정 전 총리 측은 “최근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면서 옛 지지자들이 다시 모여들고 있다”며 “분위기 만큼은 확실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밝혔다.
오현석·김준영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