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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송영길, 이재명 정책 첫 수용…'지자체 근로감독권'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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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만공사에서 최고위를 마치고 열린 이선호 씨 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부친 이재훈 씨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만공사에서 최고위를 마치고 열린 이선호 씨 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부친 이재훈 씨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지방자치단체에 근로감독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당내 산업재해 TF에 지시했다. 지난달 22일 평택항에서 화물 적재 작업 도중 숨진 고(故) 이선호씨 사고에 대한 공분이 커지자 산업재해에 대한 해법 차원에서 내놓은 지시다. 재하청업체 아르바이트생이던 이씨는 안전장비도 갖추지 못한 채 항만작업에 투입됐다가 300㎏ 무게의 컨테이너 벽에 깔려 사망했다.

송 대표는 12일 경기 평택시 평택항만공사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안전관리와 안전책임자 배치 없이 준비 안 된 일용노동자들이 소모품처럼 이렇게 쓰러져가는 현장을 더는 방치할 수가 없다”며 “중대재해처벌법 보완점을 점검하고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최고위원회의에 이어 이선호씨의 유가족 등과 만나 대책 마련 간담회를 연 송 대표는 김영배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이날 구성된 ‘산업재해 TF’에 관련 지시를 내렸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7일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7일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송 대표의 지시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줄곧 주장해 온 내용과 같은 것이어서 더 눈길을 끌었다. 이 지사가 주장한 정책 어젠더를 민주당 대표가 공식적으로 수용해 입법 의제로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지사는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이씨 사망사고를 언급하며 “(정부에) 근로감독권한을 지방정부와 공유해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며 “인력과 여력이 충분하지 않아 근로 감독에 어려움이 있다면 과감하게 업무를 나누고 공유하면 된다”고 적었다.

이 지사는 지난해 6월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 당시에도 “근로감독관 증원과 근로 감독 기능을 지방정부와 공유시켜 위법현장을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1월에는 재차 “대한민국 노동자 숫자가 2000만명에 육박하는데 근로감독관은 고작 2400명에 불과하고, 근로감독관 1명이 담당하는 업체 수가 900여곳이나 돼 서류 접수하기에도 빠듯하다”고 호소했다.

고 이선호씨 사고가 난 개방형 컨테이너. 이선호씨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

고 이선호씨 사고가 난 개방형 컨테이너. 이선호씨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

송 대표가 움직인 것은 지난 8일 평택 안중백병원에 마련된 이씨의 빈소를 찾은 자리에서 노동계의 건의를 받은 게 직접적 계기가 됐다. 곧바로 당내 전문위원들에게 1차 검토를 지시했고 지난 11일 “중앙정부가 근로감독권을 행사하되, 지자체와 권한을 공유하면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았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윤준병 민주당 의원이 이미 발의한 상태다.

남은 벽은 고용노동부의 반대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지자체가 근로감독권한을 가질 경우 근로감독의 전국적 통일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영배 최고위원은 이날 중앙일보 통화에서 “본격적인 검토와 당정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이날 사고 현장 신고 의무를 지는 대상을 넓히는 내용의 소방기본법 개정 검토도 지시했다. 현재 사고 현장 신고 의무화 대상은 ‘발견자’지만 이를 ‘현장 관계인’으로 개념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중대재해법에 대해선 법개정보다 시행령 보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1월 본회의를 통과한 중대재해법은 내년 1월 시행 예정이며 정부가 시행령을 만들고 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섣불리 법 개정을 추진하면 다시 노동계와 재계의 첨예한 대립이 시작돼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며 “디테일을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 송 대표가 지방자치단체에 근로감독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소식에 “환영하며 감사 말씀드린다. 노동운동가로서 노동현장을 직접 경험하신 생애체험의 결과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노동부의 반대 이유인 전국적 통일성과 일관성은 ’노동기준에 불부합하는 불법의 방치상태’를 전국적으로 통일적·균질적으로 유지하자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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