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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식료품점, 내부는 딴 세상···마약 오가는 도박장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마약탐지견 벨라(5)가 인천공항에서 마약탐지을 하고 있다. 사진 인천본부세관 제공

마약탐지견 벨라(5)가 인천공항에서 마약탐지을 하고 있다. 사진 인천본부세관 제공

지난해 2월 인천경찰청에 첩보가 들어왔다. 중앙아시아에서 온 외국인들이 불법 도박장을 차리고 마약흡입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인천 지역에 중앙아시아 외국인이 많이 살고 있어서 인천경찰청은 촉각을 곤두세우던 상황이었다. 마약 유통책까지 연관됐을 가능성이 컸다.

경찰은 국가정보원과 함께 추적을 시작했다. 먼저 외국인 첩보원을 도박장으로 의심되는 곳에 언더커버(undercover·비밀리에 하는 첩보활동)를 투입했다.

충남 아산, 경기도 안산, 경남 김해 등 도박장으로 지목된 건물들은 밖에서 보기엔 평범했다. 아산에선 간판이 달리지 않은 식료품점이었다. 그러나, 내부는 딴 세상이었다. 우즈베키스탄 음식과 식재료를 판다고 했지만, 이 건물 2층엔 테이블만 여럿 놓여 있었다. 식료품점의 실체는 딜러까지 갖춘 채 포커를 하는 도박장이었다.

러시아 국적 A씨(38)는 도박장소를 제공하면서 스파이스, 대마 등 마약류를 서비스로 건넸다. 마약에 빠진 이들을 위해 판매도 했다. 도박장은 마약 거래 통로이자 흡입 장소였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불법도박장 등지에서 경찰이 압수한 필로폰, 대마, 야바 등 마약과 범죄 수익금. 사진 인천경찰청

불법도박장 등지에서 경찰이 압수한 필로폰, 대마, 야바 등 마약과 범죄 수익금. 사진 인천경찰청

김해 난투극 이후 꼬리 감추기 시작

경찰이 포위망을 좁히던 중 악재가 생겼다. 지난해 6월 경남 김해시 부원동에서 외국인 간 집단 난투극이 벌어진 것이다. 이들 중에는 관광비자나 취업비자로 국내에 들어온 고려인도 있었다. 경남경찰청은 집단 난투극이 우발적이 아니라 조직 폭력 형태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확대했다. 전국적으로 고려인들이 어디서 사설도박장 등 업소를 운영하는지 등 파악에 나섰다.

수사가 확대되자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던 외국인이 슬며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인천경찰청은 지난해 7월 중순을 D데이로 정했다. 외국인 숙소, 도박장 등을 전방위 압수수색해 도박장 관리자 4명 등 외국인 23명을 검거하고 마약류를 압수했다. 경찰은 도박장 장소를 임차한 A씨가 국내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쫓고 있다.

SNS 통해 태국에서 마약 밀반입

외국인들이 필로폰을 넣어 밀반입한 커피믹스 봉지. 사진 인천경찰청

외국인들이 필로폰을 넣어 밀반입한 커피믹스 봉지. 사진 인천경찰청

한편 경찰은 불법 도박장을 수사하던 중 태국 현지 알선책으로부터 마약을 밀반입해 판매한 일당이 있다는 첩보도 입수했다. 첩보를 토대로 태국인 B씨(26)를 비롯한 국내 판매책과 마약 투약자 등 32명을 차례로 붙잡았다.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속칭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주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태국 현지 알선 알선책 C씨(22)는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 적색 수배가 내려진 상태다.

인천경찰청 국제범죄수사계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19명을 구속하고 36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필로폰 296g, 대마 416g, 야마 623정 등 범죄수익금 6300만원을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국민끼리 네트워크를 갖춘 외국인들이 몰래 모여서 범행을 했다”며 “주범을 검거하는 데로 마약 밀반입 경로 등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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