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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 호랑이' 탈출에 뒤집힌 美…주인은 살인 용의자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 텍사스 휴스턴의 한 마을에서 호랑이 한 마리가 거리를 어슬렁거리고 있다. 트위터

미 텍사스 휴스턴의 한 마을에서 호랑이 한 마리가 거리를 어슬렁거리고 있다. 트위터

미국의 한 가정집에서 키우던 호랑이 1마리가 종적을 감추면서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CNN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휴스턴 경찰은 10일(현지시각) 벵갈 호랑이를 키우다 적발돼 도주했던 빅터 휴고 쿠에바스(26)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차를 타고 함께 사라졌던 호랑이는 실종됐고, 경찰 당국은 수색에 나선 상태다.

경찰과 코에바스가 마당에 있는 호랑이를 두고 대치하고 있다. 트위터 캡쳐

경찰과 코에바스가 마당에 있는 호랑이를 두고 대치하고 있다. 트위터 캡쳐

앞서 이웃 주민들은 쿠에바스의 집 마당에 벵갈 호랑이가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보고 놀라 경찰에 신고했다. SNS에는 이웃이 찍은 호랑이의 사진과 영상이 연이어 올라왔다. 경찰이 출동하자 쿠에바스는 호랑이를 자신의 차량에 태우고 도주했다. 이후 경찰은 쿠에바스를 체포했지만, 호랑이는 사라진 뒤였다.

호랑이의 주인인 쿠에바스가 살인 용의자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2017년 휴스턴 남서부 포트벤드 카운티에 있는 한 식당에서 다른 남성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혐의로 체포됐다가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상태다. 쿠에바스는 호랑이 외에 원숭이도 두 마리 키우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호랑이 5000마리 키우는 미국, 대부분 개인 소유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타이거 킹'. 넷플릭스·AFP=연합뉴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타이거 킹'. 넷플릭스·AFP=연합뉴스

호랑이 같은 맹수를 개인이 키우는 건 최근 미국 내에서도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타이거 킹: 무법지대’가 공개되면서 '타이거 킹'이라 불린 남자, 조 이그조틱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맹수를 모아 사설 동물원을 만든 그는 호랑이를 마치 반려동물처럼 다루는 모습으로 충격을 줬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약 5000마리의 호랑이가 사육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 세계 야생에 남아 있는 호랑이(3900마리)보다 많은 숫자다.

이렇게 포획된 호랑이의 대부분은 개인 소유이며 뒷마당이나 개인 사육 시설 등에서 살고 있다. 전체 사육 호랑이의 6%만이 동물원·수족관 협회가 인가한 동물원 등의 시설에 살면서 관리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렇게 많은 호랑이는 대부분 중국이나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의 호랑이 농장에서 수입되며, 불법 밀매를 통해 유입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은 주마다 야생동물 거래나 소유에 대한 규제가 제각각이어서 개인이 키우는 맹수들이 어떻게 관리되는지 파악조차 안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연방정부 차원에서 호랑이 같은 야생동물의 소유를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물구조대 '빅 캣 레스큐'의 캐롤베스킨은 휴스턴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주마다 다른 법을 가지고 있고 텍사스주의 경우 개별 지역과 도시에 맡겼기 때문에 어떤 곳도 좋은 규제나 법을 고안하지 못하고 있다”며 “호랑이 학대 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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