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장자연ㆍ김학의ㆍ버닝썬 사건의 진상규명 지시 논란과 관련해 “구체적인 수사 지휘가 아닌 당부”란 취지의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곽 의원이 제기한 민사소송과 관련해 이런 내용의 답변서를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앞서 곽 의원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 접대 사건을 무마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올랐다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곽 의원은 "문 대통령이 2019년 3월 이 사건의 특별 수사를 지시했다"며 그해 6월 직권 남용 및 강요 혐의로 문 대통령을 검찰에 고소했다. “문 대통령이 사실상 자신을 겨냥한 ‘기획 사정’을 주문했고, 이는 법령에 근거하지 않았으므로 위법하다”는 주장이었다.
곽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답변서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피고 문재인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는 판결을 구한다”고 썼다. 이어 3쪽에 걸쳐 장자연ㆍ김학의ㆍ버닝썬 사건의 진상규명 지시 배경 등을 상세하게 기술했다.
답변서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세 가지 사건과 관련해 “수사기관을 상대로 구체적 내용의 수사지휘를 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2019년 3월 18일 세 가지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은 뒤 “검찰과 경찰이 과거에 있었던 고의적인 부실ㆍ비호ㆍ은폐 수사 의혹에 대해 주머니 속을 뒤집어 보이듯이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지 못한다면 사정 기관으로서의 공정성과 공신력을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이 함께 책임을 지고 사건의 실체와 제기되는 여러 의혹을 낱낱이 규명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답변서에서 이 같은 진상규명 지시가 “당부”라고 설명했다. “원고(곽 의원)는 피고(문 대통령)의 이러한 당부가 구체적 사건의 수사지휘라고 주장하나, 피고는 행정부 수반의 지위에서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당시 국민적 관심이 지대한 사건들에 대해 마땅히 하여야 할 진상규명을 당부한 것일 뿐”이라고 부연했다. 곽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답변서에 네 차례나 ‘당부’라는 표현을 쓰며 수사지휘가 아니었단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곽 의원은 “과거 ‘대통령이 검ㆍ경에 대해 수사지휘를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던 자신이 수사 지휘를 한 것으로 되면 안 되니 답변서를 제출한 것”이라며 “당시 ‘검찰과 경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라’고도 했는데, 검경이 조직의 명운을 걸 일이 수사 말고 뭐가 있느냐. 명백한 수사지시”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학의 사건과 관련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를 위해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이날 기소될 예정이다. 앞서 이 지검장은 지난 2019년 6월 대검 진상조사단 소속 이모 검사가 허위 사건번호를 부여한 문서로 김 전 차관을 출국 금지했다는 의혹에 대해 2019년 6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수사 중단 외압을 가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