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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진상규명, 수사 지휘 아닌 당부" 文 이례적 답변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이 장자연ㆍ김학의ㆍ버닝썬 사건의 진상규명 지시 논란과 관련해 “구체적인 수사 지휘가 아닌 당부”란 취지의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토론을 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뉴스1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토론을 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뉴스1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곽 의원이 제기한 민사소송과 관련해 이런 내용의 답변서를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앞서 곽 의원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 접대 사건을 무마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올랐다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곽 의원은 "문 대통령이 2019년 3월 이 사건의 특별 수사를 지시했다"며 그해 6월 직권 남용 및 강요 혐의로 문 대통령을 검찰에 고소했다. “문 대통령이 사실상 자신을 겨냥한 ‘기획 사정’을 주문했고, 이는 법령에 근거하지 않았으므로 위법하다”는 주장이었다.

곽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답변서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피고 문재인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는 판결을 구한다”고 썼다. 이어 3쪽에 걸쳐 장자연ㆍ김학의ㆍ버닝썬 사건의 진상규명 지시 배경 등을 상세하게 기술했다.

답변서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세 가지 사건과 관련해 “수사기관을 상대로 구체적 내용의 수사지휘를 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2019년 3월 18일 세 가지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은 뒤 “검찰과 경찰이 과거에 있었던 고의적인 부실ㆍ비호ㆍ은폐 수사 의혹에 대해 주머니 속을 뒤집어 보이듯이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지 못한다면 사정 기관으로서의 공정성과 공신력을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이 함께 책임을 지고 사건의 실체와 제기되는 여러 의혹을 낱낱이 규명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답변서에서 이 같은 진상규명 지시가 “당부”라고 설명했다. “원고(곽 의원)는 피고(문 대통령)의 이러한 당부가 구체적 사건의 수사지휘라고 주장하나, 피고는 행정부 수반의 지위에서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당시 국민적 관심이 지대한 사건들에 대해 마땅히 하여야 할 진상규명을 당부한 것일 뿐”이라고 부연했다. 곽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답변서에 네 차례나 ‘당부’라는 표현을 쓰며 수사지휘가 아니었단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곽 의원은 “과거 ‘대통령이 검ㆍ경에 대해 수사지휘를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던 자신이 수사 지휘를 한 것으로 되면 안 되니 답변서를 제출한 것”이라며 “당시 ‘검찰과 경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라’고도 했는데, 검경이 조직의 명운을 걸 일이 수사 말고 뭐가 있느냐. 명백한 수사지시”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학의 사건과 관련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를 위해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이날 기소될 예정이다. 앞서 이 지검장은 지난 2019년 6월 대검 진상조사단 소속 이모 검사가 허위 사건번호를 부여한 문서로 김 전 차관을 출국 금지했다는 의혹에 대해 2019년 6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수사 중단 외압을 가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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