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럴 부모 있을까” 체험활동→인턴 슬쩍 바꾼 정경심 해명

중앙일보

입력 2021.05.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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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 [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 [뉴시스]

재판장: 피고인은 왜 체험활동을 인턴으로 바꿨습니까? 그 때 생각은 무엇이었나요?

경심 교수: 체험활동 확인서 형식은 고등학교 때 형식이었습니다. 장모 교수에게 확인서 재발급을 요청할 때는 딸이 대학생이었고요. 그러다보니 체험활동 확인서보다는 인턴십 확인서로 바꾸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10일 서울고등법원. 자녀 입시 비리 혐의 항소심을 받는 정경심 교수가 재판장의 질문에 입을 열었습니다. 항소심에서 정 교수가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은 처음이라 온 법정이 정 교수의 대답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法ON]조국 2라운드 ⑤
'입시비리' 검-변 5시간 논쟁

엄마는 왜 ‘체험활동’→‘인턴’으로 바꿨나

2013년 정 교수는 딸의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를 앞두고 과거 단국대 장영표 교수에게 받았던 ‘체험활동 확인서’를 재발급받습니다. 딸 조씨는 2007년 7월 23일부터 8월 3일까지 2주간 장 교수 밑에서 체험활동을 했다는 확인서를 받고 이를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 기재했는데 의전원에 지원하려니 새로 필요해졌기 때문입니다. 정 교수는 이때 ‘체험활동’을 ‘인턴십’으로 확인서 제목을 고칩니다. 활동시간도 96시간으로 기재했습니다. 재판장은 이걸 왜 바꾼 건지 물어본 거죠.

앞서 1심은 이 제목 수정을 ‘허위’라고 판단했습니다. 1심은 굳이 ‘인턴십 확인서’로 제목을 바꾼 것을 두고 “체험활동 확인서와 달리 조씨가 전문적인 인턴 활동을 한 것처럼 가장하고, 인턴 시간을 써서 정량적인 활동량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반면 변호인은 이 확인서에 쓰인 서류가 ▶허위라고 볼 수 있는지 ▶허위라면 정 교수에게 작성 책임이 있는 건지 ▶성인인 딸이 대학원 입시에 낸 서류를 정 교수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변론했습니다.

‘체험활동’과 ‘인턴십’이 큰 차이가 있는지, 확인서를 써준 장 교수에게도 책임을 물을 것인지 묻는 것이죠. 기재 내용 중 약간의 과장이나 미화가 있을 순 있어도 이를 모조리 허위라고 볼 순 없고, 이 확인서를 써준 교수들을 모두 처벌할 거냐는 겁니다. 조씨가 낸 스펙이 어떻게 평가받았는지 명확히 알 수 없는 데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인정하기는 어렵고, 형사법이 아닌 다른 제재방안을 생각해볼 시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 교수 측은 안 그럴 부모가 얼마나 될지, 무한의 정직성을 요구할 순 없다고도 했습니다.  단국대 스펙뿐 아니라 조씨의 이른바 ‘7대 허위스펙’ 모두에 대해서 말이죠.

조민 ‘7대 허위스펙’ 1심 판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조민 ‘7대 허위스펙’ 1심 판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스펙품앗이 서울대 15일 인턴 확인서 "아빠의 권한"

 정경심 동양대 교수 측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가 주최한 학술대회에 참석한 딸 조씨 모습으로 공개한 자료. 1심은 이 영상 속 여성이 조씨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연합뉴스]

정경심 동양대 교수 측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가 주최한 학술대회에 참석한 딸 조씨 모습으로 공개한 자료. 1심은 이 영상 속 여성이 조씨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연합뉴스]

뒤이어 단국대 인턴 경력과 ‘스펙 품앗이’한 것으로 1심이 판단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확인서에 대한 변론도 이어졌습니다. 이 인턴확인서는 조씨가 외고 3학년이던 2009년 5월 1일부터 15일까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고등학생 인턴으로 활동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조씨에게 단국대 인턴 확인서를 발급해준 장 교수의 아들도 이 서울대 인턴확인서를 받아서 1심에서 ‘스펙 품앗이’로 대가관계가 인정됐습니다.

변호인은 이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진술을 언급했습니다. 변호인은 “인턴 기간이 정확한 건 아닌 것 같다”라면서 “1일부터 15일까지 인턴활동을 한 건 아니지만, ‘이걸 위해서 그 전에 계속 과제를 주고 준비 활동을 시켰으니 그 기간을 15일 정도로 평가해서 인턴십 확인서를 발급해주면 되지 않겠는가’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라고 조 전 장관의 말을 전했습니다. 그 판단에 대한 법적 평가는 유보하더라도 일단 사실이 그렇다는 취지로 말입니다. 그해 5월 15일에 열린 세미나의 책임 교수가 조국 교수여서 섭외나 인턴 참여도 조국 교수에게 맡겨진 권한이었다는 주장입니다.

반면 검찰은 변호인 측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검찰이 내민 건 2019년 9월 6일 열린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 속기록입니다. 당시 주광덕 의원이 “딸 친구가 검찰 진술에서 조국 교수 딸이 자기 것까지 인턴 증명서를 가지고 와서 제출했다고 한다”라고 묻자 조 전 장관은 의혹을 부인합니다. 조 전 장관은 “제가 만들거나 신청하거나 한 적 없다”라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답했습니다.검찰은 “인제 와서 조국이 인턴 확인서를 작성할 권한이 있다는 주장은 청문회 때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냐”라고 몰아세웠습니다. 변호인 측은 당시 센터장이었던 한인섭 교수를 다시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위조 '총장 표창장' 나온 동양대 PC '소재지' 논쟁

검찰이 2019년 9월 동양대 교양학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이 2019년 9월 동양대 교양학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뉴스1]

이날 변호인 측은 동양대 표창장 위조 등 입시 비리 관련 혐의에 사용된 동양대 강사휴게실 PC가 검찰이 특정한 '위조 시점'인 2013년 6월 당시 정 교수의 방배동 자택이 아닌 동양대에 있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또 지난번 공판과 마찬가지로 2019년 검찰 압수 수색 당시 동양대 PC에 USB가 삽입된 흔적이 있다며 이 PC의 증거능력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이어나갔습니다.

검찰은 변호인 측의 의혹 제기에 대해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한다”라며 “변호인이 자체 포렌식을 진행했으니 PC에서 오염된 자료가 있다면 밝혀야 할 텐데 어떤 주장도 없는 건 오염된 파일이 없기 때문”고 반박했습니다.

한편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등 시민 1600여명은 11일 “조국 전 장관의 숱한 거짓말과 불법행위 등으로 우울증ㆍ탈모ㆍ불면증 등이 생겼다”며 1인당 100만원씩 총 16억 1800만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습니다. 집단 소송으로까지 번진 '조국 사태'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마무리지어질까요. #法ON이 중계하는 정 교수 항소심 다음 공판은 24일 열립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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