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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심장부 수상한 지하도로…김정은 관사 확 뜯어고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평양시 중구역 노동당 본부청사 옆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거처. 2015년 대대적인 공사를 진행했다. [사진 구글 어스 캡처]

평양시 중구역 노동당 본부청사 옆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거처. 2015년 대대적인 공사를 진행했다. [사진 구글 어스 캡처]

북한이 ‘김정은 시대의 랜드마크’로 꼽고 있는 ‘미래 과학자 거리’를 건설중이던 2015년 5월 평양 시내에 위치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무실 겸 거처를 대대적으로 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 어스가 촬영한 과거 위성사진을 본지가 분석한 결과다. 구글 어스가 2015년 5월 21일 촬영한 사진에는 평양시 중구역의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남남동쪽으로 250m(출입문 기준 직선거리) 가량 떨어진 김 위원장의 거처 일부가 공사장으로 변해 있다.

정원 만들고 지붕 새로 얹어 #지하 통하는 출입구도 등장

건물의 지붕 절반이 뜯겨 나간 상태이고, 부속실로 보이는 건물이 사라졌다. 또 건물 북쪽 부분의 연회장 또는 집무실로 사용될 것으로 보이는 시설의 대대적인 공사 흔적도 발견됐다. 정원을 재단장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다음해인 2016년 8월 7일 같은 지역을 촬영한 사진에는 사라졌던 부속실이 다시 생겼고, 지붕도 말끔하게 정리된 상태다. 2015년 초부터 그해 중반 이후까지 공사를 진행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①2009년의 당초 모습

평양시 중구역 노동당 본부청사 인근에 위치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거처. 2009년의 모습. [사진 구글 어스 캡처]

평양시 중구역 노동당 본부청사 인근에 위치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거처. 2009년의 모습. [사진 구글 어스 캡처]

②2012년: 지하 출입구 새로 등장 

평양시 중구역 노동당 본부청사 인근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거처. 2012년 촬영된 사진엔 건물 앞에 지하로 통하는 출입구(원안)가 등장했다. [사진 구글 어스 캡처]

평양시 중구역 노동당 본부청사 인근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거처. 2012년 촬영된 사진엔 건물 앞에 지하로 통하는 출입구(원안)가 등장했다. [사진 구글 어스 캡처]

③2015년: 지붕 뜯어내 대대적 공사 

평양시 중구역 노동당 본부청사 옆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거처. 2015년 위성 사진에선 건물 지붕을 벗겨낸 채 대대적인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 구글 어스 캡처]

평양시 중구역 노동당 본부청사 옆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거처. 2015년 위성 사진에선 건물 지붕을 벗겨낸 채 대대적인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 구글 어스 캡처]

④올해 1월: 말끔한 지붕과 외부 조경 

지난 1월 촬영된 위성 사진. 지붕이 말끔하고, 외부 공간도 깨끗하게 정리돼 있다. [사진 구글 어스 캡처]

지난 1월 촬영된 위성 사진. 지붕이 말끔하고, 외부 공간도 깨끗하게 정리돼 있다. [사진 구글 어스 캡처]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 위원장의 동선을 분석한 결과 2015년 5월 김 위원장이 동해안 지역에서 진행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실험을 참관하는 등 원산지역을 방문하는 등 공개활동을 14차례 했다”며 “2015년 김 위원장의 월간 평균 공개활동이 12.7회를 웃돌고, 대부분이 지방에서 현지지도를 집중적으로 한 점으로 이뤄 거처 공사기간중 지방 활동을 대거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고위 탈북자는 “김 위원장은 2009년 후계자로 내정된 뒤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북쪽으로 약 400m가량 떨어진 곳을 집무실로 사용했다”며 “이 곳은 김 위원장의 생모인 고용희(2004년 사망)가 생전 머물던 곳이었는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2011년)한 뒤 김 위원장이 거처를 본부청사 옆으로 옮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평양 시내와 근교 뿐만 아니라 전국에 특각(별장)을 설치해 숙소로 이용하고 있는데 김정일 위원장이 살아 있을 땐 생모가 사용하던 시설을,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뒤엔 아버지(김정일 위원장)가 머물던 시설을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탈북자는 “김 위원장이 사실상 이곳을 거처로 사용하면서 인테리어 현대화 뿐만 아니라 도ㆍ감청을 방지하는 시설을 했을 가능성도 크다”고 추정했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평양 현대화를 위해 대동강변에 고층 아파트를 지어 과학자들을 입주시켰고, 2016년엔 평양판 신도시로 불리는 여명거리를 조성했다. 이 시기에 자신의 거처를 리모델링한 셈이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제2의 고향으로 삼고 있는 원산의 특각도 평양의 집무실 수준으로 리모델링하고, 특각 인근에 경마장을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 자신의 생모인 고용희의 묘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직선거리로 4㎞ 가량 떨어진 곳에 새로 조성했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거처 사진중 눈에 띄는 점은 건물 앞 도로에 지하로 진입하는 출입구가 생긴 사실이다. 정부 당국은 2010년말~2011년 초 지하 출입구를 설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직 정보 당국자는 “평양의 중심부, 특히 노동당 본부 청사 인근에는 유사시 최고 지도자의 이동을 위한 지하 도로가 있다는 첩보가 있다”며 “지하 진입 공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기 직전 이동의 편의를 위해 공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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