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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지검장 12일 기소된다…조남관 검찰총장 대행 승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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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 위기에 놓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1일 평소 출근 경로인 지하주차장이 아닌 정문 현관을 통해 청사 안으로 들어섰다. 연합뉴스

기소 위기에 놓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1일 평소 출근 경로인 지하주차장이 아닌 정문 현관을 통해 청사 안으로 들어섰다. 연합뉴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1일 검찰수사심의위 기소 권고 결정을 수용해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기소를 승인했다. 이에 수원지검 수사팀은 12일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본부장이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혐의로 이미 재판을 받고 있는 서울중앙지법에 이 지검장을 기소해 사건을 병합할 방침이다.

수원지검 “절차 남아 오늘 중엔 기소 어렵다”

이날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형사3부장)이 올린 이 지검장 불구속기소 승인 요청을 결재하고 관련 기록을 수사팀에 돌려 보냈다고 한다. 수원지검 측은 이에 대해 “이 지검장 기소 전 밟아야 할 절차가 남아 있어 오늘 내에 기소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수사팀이 언급한 ‘기소 전 밟아야 할 절차’는 서울중앙지검 검사 직무대행 발령 절차를 말한다. 수사팀이 지난달 3일 기소해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 중인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본부장의 불법 출금 사건과 병합하려면 이정섭 형사3부장에 대해 중앙지검 직무대행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검은 12일 중 이 부장검사에 대한 직무대행 발령을 해주겠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이에 검찰 안팎에서는 조남관 대검 차장(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시일을 두고 사안을 고민하는 외관을 갖춘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전날 이 지검장이 신청한 수심위에서조차 8대 4라는 압도적 표차로 기소를 의결하면서 이튿날 곧장 대검이 이 지검장에 대한 기소를 승인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하루를 늦춘 셈이다.

앞서 수원지검 수사팀(부장 이정섭)은 2019년 6월 이 지검장(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안양지청이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를 허위 출금 서류 작성 혐의로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하자 압력을 가해 무산시킨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기소 방침을 세웠다. 수사팀은 지난달 대검에 이를 보고했고, 대검도 이를 승인한 바 있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8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8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윤중천 보고서’ 허위 작성 의혹 수사와 병합하나

이 지검장 기소 이후 수사팀에 남은 과제는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처리 문제다. 이 비서관은 수원지검 불법 출금 사건의 공범 혐의를 받는 데다가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변필건 부장)가 수사 중인 이규원 검사의 윤갑근 전 고검장 명예훼손 사건 및 청와대 기획 사정 의혹 수사 선상에도 올라 있다고 한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지난 7일 불법 출금 사건 첫 재판에서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의혹과 관련 "신속히 병합 기소 여부가 결정돼서 본건과 관련된 이 검사의 행위가 종합적으로 평가돼야 한다"며 "해당 사건의 공범이 이 사건 공범과도 상당 부분 일치한다”며 이 비서관을 겨냥하기도 했다.

청와대 기획 사정 의혹 사건은 2019년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가 김학의 전 차관에게 성 접대를 한 건설 브로커 윤중천씨를 면담한 뒤, 보고서를 허위 작성하고 언론에 유출했다는 혐의에서 출발한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 검사가 이광철 비서관과 교감하며 '김학의 별장 성접대 사건'을 부각하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사건이 병합될 경우 이광철 비서관 수사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19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은 “김학의ㆍ장자연ㆍ버닝썬 사건 실체 규명에 명운을 걸라”고 주문했다. [뉴시스]

2019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은 “김학의ㆍ장자연ㆍ버닝썬 사건 실체 규명에 명운을 걸라”고 주문했다. [뉴시스]

박범계 "피고인돼도 재판과 직무배제는 별개"

피고인 신분으로 바뀔 이 지검장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승승장구하며 검찰 내 친(親)정권 성향 2인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청와대 울산 하명 수사 등 정권을 뒤흔들 검찰 수사를 가로막은 공(功)으로 가장 유력한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김학의 사건으로 발목이 잡혔다.

통상 검찰 고위 간부가 수사나 감찰 대상이 될 경우 스스로 사의를 표명하거나 인사 조치를 받았다. 지난 2017년 이른바 ‘돈 봉투 만찬’ 사건이 논란이 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즉시 감찰을 지시했었고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당시 법무부 감찰국장은 다음날 곧장 직을 내려놓기도 했다.

하지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이 지검장이 기소될 경우 직무배제하거나 대기발령 조치를 할 지에 관해 “재판과 징계는 별도의 절차”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김수민·정유진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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