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강 '치맥' 사라지나, 정민씨 사건에 금주구역 검토

중앙일보

입력 2021.05.11 17:15

업데이트 2021.05.16 16:27

지난달 26일 오후 10시 30분이 넘은 서울 서초구 한강시민공원에서 일부 시민들이 음주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오후 10시 30분이 넘은 서울 서초구 한강시민공원에서 일부 시민들이 음주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치맥'도 못하나…서울시, 반발여론은 고민

서울시가 최근 반포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신 뒤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손정민(22)씨 사건 이후 한강공원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늦은 시간까지 한강공원에 음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도 금주구역을 검토하게 된 배경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한강에서의 치맥(치킨과 맥주)을 먹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건강증진과와 한강사업본부 등 관련부서는 조만간 금주구역 지정을 위한 협의를 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야외 음주에 관대한 측면이 있다”며 “금주구역으로 지정하면 음주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포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의견을 듣고 협의하는 단계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특별시 한강공원 보전 및 이용에 관한 기본 조례에도 한강공원 내 음주와 관련된 조항이 있긴 하다. 음주 자체를 금지하진 않고 있으며 '심한 소음 또는 악취를 나게 하거나 술에 취하여 주정을 하는 등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정(제17조)하고 있다. 하지만 마땅한 기준이나 처벌조항이 없다.

다음달 지자체 금주구역 지정 가능  

서울시 한강공원은 현재 광나루ㆍ잠실ㆍ뚝섬ㆍ잠원ㆍ반포ㆍ이촌ㆍ여의도ㆍ망원ㆍ난지ㆍ강서ㆍ양화 등 11곳이다. 서울시는 2017년 ‘서울특별시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에 관한 조례안’을 만들었다. 서울시장이 도시공원이나 놀이터 등을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 위반시 1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당시에도 서울시 도시 직영공원 22곳만 대상이 됐을 뿐, 한강공원은 제외됐다. 한강공원이 도시공원법이 아닌 하천법의 적용을 받는 시설이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한강시민공원에서 시민들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한강시민공원에서 시민들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이번에 서울시가 한강공원 금주구역 지정을 검토한 배경에는 다음달 30일부터 시행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과도 맞물려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자체는 공공장소를 금주구역으로 지정해 위반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개정안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실태조사나 의견수렴을 해서 금주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지자체장에게 권한을 주고 있다"면서 "시행을 앞두고 복지부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지만, 이와 상관없이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얼마든지 금주구역 설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강서 치맥도 못하다니"…반대여론도 

서울시 안팎에선 한강공원 금주구역 지정을 두고 찬반 여론은 엇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손정민씨 사건 이후 서울시 게시판 등에는 한강 공원을 ‘금주 공원’으로 만들자는 청원이 이어졌다. 심야시간대 음주단속을 통해 불상사를 예방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반대 여론도 만만찮다. 실제로 2017년 서울시가 도시공원 22곳을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했을 때에도 '한강에서의 치맥(치킨과 맥주)을 못하게 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당시 조례에는 한강공원이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이런 반응이 나왔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최근 반포한강공원 사망사건을 계기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금주구역 지정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각계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봐야 하고, 무엇보다 시민들의 목소리가 가장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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