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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국방부,성전환 군인 부당한 전역 개선 권고 불수용"

중앙일보

입력

고(故) 변희수 전 육군 하사. 뉴시스

고(故) 변희수 전 육군 하사. 뉴시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11일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한 부사관을 부당하게 전역 처분한 것과 관련해 제도 개선을 권고했지만, 국방부와 육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지난 10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논의한 결과 육군이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하면서다. 인권위는 “국방부는 인권위 결정문의 취지를 존중하며 이에 대한 제도 개선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구체적 이행 계획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점 등에서 권고를 수용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봤다.

인권위는 또 “우리 사회가 관련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국방부에 제도 개선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5조 제5항에 따라 관련 내용을 공표한다”고 덧붙였다.

육군은 지난달 인권위에 권고 미이행 사유를 제출했다. 피해자에 대한 전역처분은 적법한 행정절차에 따른 것이었으며 전역처분 취소소송이 현재 진행 중이라는 점을 들면서다. 국방부는 군의 특수성과 국민적 공감대를 고려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과 정책 연구를 통해 제도 개선 여지가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알려왔다는 게 인권위 측 설명이다.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한 부사관에게 심신장애 판정 후 강제 전역조치를 한 것은 인권침해”라는 내용의 결정문을 냈다. 그러면서 “육군참모총장에게는 전역처분을 취소해 피해자의 권리를 원상회복할 것을, 국방부 장관에게는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한 장병을 복무에서 배제하는 피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고(故) 변희수 전 육군 하사가 전역 심사를 이틀 앞둔 지난해 1월 20일 인권위에 진정을 낸 데 대한 판단이었다. 변 전 하사는 부당한 전역 심사 중지를 요청하는 긴급구제 신청도 함께 제기했다. 그는 2019년 11월 군 복무 중 휴가를 내고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했다.

성전환 수술을 한 뒤 강제전역한 변희수 전 하사가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지난 3월 4일 국회 정의당 대표실 앞에 변 전 하사를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성전환 수술을 한 뒤 강제전역한 변희수 전 하사가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지난 3월 4일 국회 정의당 대표실 앞에 변 전 하사를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인권위는 지난 3월 변 전 하사가 숨졌을 당시 최영애 위원장 명의로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인권위는 “뿌리 깊은 차별과 혐오에 맞서다 사망한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성전환 수술 이후에도 군인으로서의 직무를 다하고자 한 노력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위원회도 이 같은 슬픔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 정비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국회에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 논의가 조속히 착수되기를 재차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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