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가 알아서 최선의 숙고와 검증을 통해 안을 만드는 게 좋겠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더불어민주당 내 경선 연기 논란의 공을 송영길 대표에게 넘겼다.
정 전 총리는 11일 오전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자신을 지지하는 의원모임인 ‘광화문포럼’ 행사를 마친 뒤 만난 기자들이 경선연기론에 대한 입장을 묻자 “지도부의 일차적인 책임은 정권 재창출에 있다”며 “후보들도 노력해야겠지만, 지도부가 어떻게 정권 재창출을 할 것인지 고민해, 룰(규칙)을 만들고 일정을 확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후보들이 합의하면 논의할 수 있다는 당 지도부의 기류에 대해서도 “그건 앞뒤가 뒤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에도 지도부가 후보자들 의견을 청취하고 조율하는 프로세스를 거쳤지만, 그건 마지막 단계에서 참고하는 수준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 전 총리는 “선수(후보자)들은 주어진 룰에 맞춰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덧붙였지만, 당내에선 “송 대표가 총대를 메고 경선연기 여부를 적극 검토하라고 압박한 것”(서울 재선 의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 전 총리의 한 측근 의원도 “야당은 대선 60일 전쯤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를 통해 컨벤션 효과를 누릴 텐데, 우리만 먼저 뽑으면 불리하니 일정을 늦추자는 취지”(수도권 중진 의원)라고 말했다.
정 전 총리가 퇴임 이후 광화문포럼 행사에 모습을 보인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본격 세 결집에 나선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김영주·안규백·이원욱·김교흥·김민석 등 정세균계 주축 의원들뿐 아니라 송영길 대표와 백혜련·김영배·김용민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 홍영표·김종민·조승래 의원 등 의원만 50명 이상 참석해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정 전 총리는 ‘담대한 회복-더 평등한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한 기조 강연에서 “여든 야든, 진보든 보수든 모든 국민이 함께 통용할 수 있는 이 시대 궁극적 정의는 ‘더 평등한 세상‘”이라며 “더 평등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두 개의 뒷바퀴 중 오른쪽 바퀴는 혁신이며, 왼쪽 바퀴는 돌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회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혁신 경제로의 전환”이라며 창업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정부 부처인 ‘지식재산처’ 신설 필요성을 주장했다. 또 ‘돌봄사회’로 가기 위한 방법으로는 ▶20년 적립형으로 1억원을 사회 초년생에게 지원하는 ‘미래씨앗통장’ 제도 ▶국민 1인당 평생 2000만원, 연간 최대 500만원을 지급하는 ‘국민 직업능력개발 지원금’ 제도 등을 제안했다.
한편, 정 전 총리는 전날 이재명 경기지사가 제기한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관료 책임론에 대해선 “당연히 (내게) 책임이 있다”면서도 “아마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었을 것”이라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