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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양아들 7시간 여행가방 감금폭행 여성…징역 25년 확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9살 난 아동을 여행용 가방에 8시간 가량 가둬 살해한 혐의 등으로 중형을 선고받은 40대 여성. [뉴시스]

9살 난 아동을 여행용 가방에 8시간 가량 가둬 살해한 혐의 등으로 중형을 선고받은 40대 여성. [뉴시스]

9살 양아들을 여행 가방에 가두고 7시간 동안 폭행해 숨지게 한 40대 계모가 대법원에서 징역 25년을 확정받았다.

대법 "살인죄 인정 법리 오해 없어"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자신이 맡아 기르던 아동 A군을 여행가방에 장시간 감금해 살해한 혐의(살인ㆍ특수상해·상습아동학대)로 기소된 성모(41)씨에 대해 징역 25년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살인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해달라는 검사의 상고는 “살인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하기엔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씨는 2018년 무렵부터 동거하던 남성의 자녀 A·B군, 자신의 친자녀 두 명 등 네 명을 맡아 기르다가, B군이 성씨의 체벌과 폭행을 견디지 못해 친모에게 보내지면서 A군과 자신의 자녀 세 명과 함께 생활해 왔다. 평소에도 A군이 집안의 물건을 버리거나 지폐를 가져간다고 의심해왔다.

A군의 친부는 일 때문에 1~2주 간격으로 집에 방문해 성씨와 아이들만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지난해 7월 자신의 자녀가 “A군이 게임기를 옮겼다”며 추궁하자, 성씨가 스스로 게임기를 옮긴 것임에도 “네가 거짓말을 하는 것 아니냐”며 A군을 추궁했다.

이후 여행용 가방을 꺼내와 A군을 그 안에 웅크리고 들어가게 한 뒤 3시간 동안 열어주지 않았다. 키 132㎝의 A군이 들어갔던 가방은 가로 50·세로 71.5·너비 30㎝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성씨는 A군을 가방에서 나오게 한 뒤 더 작은 가방에 들어가게 했다. 이번엔 44ㆍ세로 60ㆍ너비 23㎝에 불과한 공간이었다. 감금은 8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A군은 여행 가방 안에서 소변을 보고 “엄마, 숨이 안 쉬어져요”라고 하는 등 고통을 호소했지만, 성씨는 “정말 안 쉬어져?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라며 A군을 꺼내주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자녀 두 명과 함께 여행가방 위에 올라가 뛰거나, 가방의 지퍼 틈새로 헤어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을 쐬고 구멍을 테이프로 막기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군은 질식에 의한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사망했다.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성씨는 “훈육 목적이었지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 죽이려 했으면 자녀들을 범행에 가담시켰겠느냐”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성씨에 대해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인 대전고법은 형량을 높여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10년간 아동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지만, 위치추적장치 부착 명령은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살인죄는 반드시 계획적 의도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고, 자신의 행위로 타인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예견된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며 “성씨는 자신의 가해 행위로 A군이 사망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성씨는 동거남의 자녀들을 키우면서 쌓인 미움의 감정을 풀지 못하고 피해자들에게 신체·정서적 학대를 가했다”며 “당시 9세에 불과했던 A군은 성씨의 잔인하고 무자비한 공격에 어떤 방어도 하지 못한 채 끔찍한 고통과 공포 속에서 짧은 생을 마감했다”고 꾸짖었다.

대법원도 “이와 같은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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