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도 위암, 로봇수술이 복강경·개복수술보다 생존율 높다

중앙일보

입력

연세암병원의 로봇수술 장면. 중앙포토

연세암병원의 로봇수술 장면. 중앙포토

의사가 로봇을 이용해 수술할 때, 복강경으로 할 때, 배를 열고 수술할 때 셋 중 어느 쪽 실적이 좋을까.

연세암병원·노원을지병원 185명 분석 #5년 생존율, 무병 생존율 높고, 재발 낮아 #림프절 절제가 중요한데, 더 많이 제거해 #건강보험 안 돼 총수술비 두세 배 #

수술용 로봇을 활용한 수술이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로봇수술은 3차원 입체 영상으로 뱃속을 들여다볼 수 있고, 손목 떨림을 최소화하는 강점이 있다. 이런 장점 덕분에 암세포를 잘 제거할 수 있어서 성적이 좋게 나왔다.

하지만 로봇수술은 건강보험이 안 돼 수술비가 많이 든다. 문재인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문재인 케어)의 대상에 포함돼 있다. 보건복지부가 건보 적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술에 드는 총비용(입원료·비급여 비용 포함한 환자 부담금 기준)은 로봇수술이 1000만원(입원료 포함) 넘고. 복강경 수술은 400만~500만원, 개복수술은 300만~400원 든다.

연세암병원 위장관외과 김형일 교수와 서울 노원 을지대병원 외과 최서희 교수 연구팀은 2009~2018년 진행성 위암을 앓는 비만환자 185명의 수술 결과를 비교 분석했다. 로봇수술 54명, 복강경 수술 62명, 개복수술(배를 여는 전통적 수술) 69명이다. 비만은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25 이상을 말한다. 로봇수술은 의사가 조종간에 앉아서 로봇을 조작하면서 수술한다. 복강경 수술은 배에 구멍을 5개가량 뚫어 카메라와 칼을 넣은 뒤 카메라가 보내는 영상을 보면서 절제한다. 비만 환자는 내장 지방이 많아 수술이 쉽지 않고 만성질환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대상 환자들은 진행성 위암을 앓고 있다. 암이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하는 환자를 말하는데, 대개 3기가 많고 일부 2기 환자가 포함돼 있다. 4기도 있지만 수술 대상이 아닌 경우가 많아 이번에는 2~3기 환자를 연구 대상으로 정했다. 이들은 위뿐 아니라 주변 림프절을 광범위하게 절제하는 D2 림프절 절제술을 받았다. 림프절에 전이됐거나 전이 위험이 커서 절제한 환자들이다.

연세암병원의 로봇수술 장면. 중앙포토

연세암병원의 로봇수술 장면. 중앙포토

연구 결과, 로봇수술군의 5년 상대 생존율이 89.3%, 무병 생존율이 86%였다. 복강경 수술 환자는 각각 83%,82.2%, 개복수술 환자는 72.2%,59.4%였다. 게다가 로봇수술군이 다른 군보다 3기 암환자가 더 많은 점을 고려하면 의미가 크다. 무병 생존율은 5년 간 위암이 재발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위암 재발률도 로봇수술군이 11.1%, 복강경수술 16.1%, 개복수술은 37.7%로 차이가 났다. 재발률이 낮아서 무병 생존율이 높게 나왔다.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림프절 절제 능력에 있다. 로봇수술 환자당 평균 54.5개의 림프절을 절제했다. 복강경수술(38개), 개복수술(44개)보다 많다. 진행성 위암 환자의 림프절을 제대로 절제하는지가 질병의 예후를 좌우하는 중요한 인자이다.

연세대 김형일(왼쪽), 을지대 최서희 교수

연세대 김형일(왼쪽), 을지대 최서희 교수

연세대 김형일 교수는 “로봇수술을 받은 환자군이 복강경이나 개복 수술을 받은 환자군에 비해 생존율과 무병 생존율이 유의하게 높았다”면서 “재발 없는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로봇수술이 중요한 인자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로봇수술은 수술 부위를 3차원 입체 영상으로 볼 수 있고, 형광물질을 이용한 림프관 조영술을 이용해 정교하게 림프절을 절제한다”면서 “손목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떨림 보정 기능이 있어 안정적으로 수술할 수 있다. 복부지방으로 인해 수술이 어려운 비만 환자들의 수술에서도 더 좋은 결과와 예후를 보인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종양외과학회 학술지 종양외과학회보(Annals of Surgical Onc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신성식 기자 sssh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