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배 값 더 내겠다” 中알몸 김치 쇼크에 국내산 ‘귀한 몸’ [영상]

중앙일보

입력 2021.05.11 05:00

업데이트 2021.05.1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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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3만원 초반까지 낼 테니 연간 공급해달라”

“중국산 김치 가격에 2~3배까지 내겠습니다. 국내산 재료로 만든 김치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줄 수 있겠습니까.”

수입 김치 99% 중국산, 기피 확산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도 공급 문의
기상 여건 따라 가격 차 커 어려움
괴산·해남 대규모 생산 단지 조성

지난달 초 경기 화성시에서 김치를 생산하는 A업체에 걸려온 전화 내용이다. ‘국내산 재료로만 만든 김치를 연 단위로 공급받고 싶다’는 취지의 전화였다. 이날 문의전화를 한 곳은 전국 150여 곳에 가맹점이 있는 프랜차이즈 업체였다. 해당 프랜차이즈 측은 “현재 중국산 김치를 쓰는데 가맹점에서 쓰는 모든 김치를 국내산으로 바꾸고 싶다”며 “10㎏ 기준 3만원 초반대 가격에 연간 공급 계약을 맺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A업체 측은 “여름철엔 10㎏당 7만~8만원까지 올라가니 곧바로 확답을 해주긴 어렵다”며 가격 협상을 제안했다. A업체 대표는 “중국인이 알몸으로 김치를 담그는 영상이 퍼지면서 돈을 더 쓰더라도 국산 김치를 먹어야겠다는 문의가 쏟아지는 상황”이라며 “현재 6개 프랜차이즈와 김치 공급 가격 등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중국의 비위생적인 절임 배추 제조 현장을 담은 이른바 ‘알몸 절임 배추 영상’이 확산하면서 한국 김치 소비 시장이 급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중국산 김치를 쓰는 식당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자 대형 프랜차이즈부터 소규모 식당들까지 국산 김치를 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중국 ‘알몸 절임 배추 영상’ 보고 경악

연도별 중국산 김치 수입량.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연도별 중국산 김치 수입량.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중국에서 김치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라며 국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개된 모습.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중국에서 김치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라며 국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개된 모습.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전국에 80개 가맹점이 있는 또 다른 프랜차이즈도 국내산 김치를 공급해줄 수 있는 업체를 찾고 있다. 배추뿐 아니라 고춧가루를 비롯한 모든 식재료가 국내산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문제는 가격이다. 그동안 중국산 김치 점유율이 높았던 건 일 년 내내 가격이 안정적이어서다. 현재 중국산 김치의 가격은 10㎏당 1만~1만5000원 선이다. 하지만 배추부터 고춧가루까지 모두 국내산 식재료로 만든 김치의 경우 10㎏당 3만원 안팎에 거래돼 2~3배 차이가 난다. 더욱이 기상 여건에 따라 10㎏에 7만~8만원까지 오르는 경우도 있어 고정된 가격에 연간 공급은 사실상 어렵다는 게 김치 생산업계의 설명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들어오는 수입산 김치의 99%는 중국산이다. 국내산 원재료비와 인건비·설비투자비에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해썹·HACCP) 유지까지 감당해야 해 중국산과 가격 경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어서다.

중국산 김치 매년 증가 2019년 30만t 달해

30일 충북 보은에 위치한 김치제조업체인 ㈜이킴 김치공장에서 근로자들이 100% 국내산 재료로 배추김치를 만들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30일 충북 보은에 위치한 김치제조업체인 ㈜이킴 김치공장에서 근로자들이 100% 국내산 재료로 배추김치를 만들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30일 충북 보은에 위치한 김치제조업체인 ㈜이킴 김치공장에서 근로자들이 국내산 배추를 세척하는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30일 충북 보은에 위치한 김치제조업체인 ㈜이킴 김치공장에서 근로자들이 국내산 배추를 세척하는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도는 중국의 알몸 김치 파장이 커지자 김치의 세계화를 목표로 대규모 공공김치 거점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오는 2025년까지 480여억원을 들여 7만㎡ 규모의 공공김치 거점단지를 만드는 게 골자다. 오는 6월 진행한 용역 결과가 나오면 충북지역 시·군 등을 대상으로 후보지 선정에도 나선다. 절임배추(괴산), 고추(음성·괴산), 마늘(단양) 등 김치 관련 농특산물 주산지와 교통·접근성이 좋은 곳들이 거점단지 유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황규석 충북도 유통정책팀장은 “충북은 접근성이 좋은 데다 김치 관련 농특산물 주산지가 많아 김치 거점단지 최적지”라며 “지역 균형 뉴딜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에 중부권 김치 거점단지 조성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배추 산지인 전남 해남군도 김치전문생산단지 조성을 추진한다. 480억원을 투입해 마산면 식품특화단지 2지구 내에 2024년까지 원재료·식품 저장 시설과 물류센터, 가공공장을 짓는 사업이다. 김치 성분 기능성 연구센터와 창업·수출·연구개발 등 지원 인프라도 구축한다. 해남군은 전국 배추 재배면적의 32%(4995㏊)를 보유한 곳이다. 총 3813농가에서 배추를 재배해 전국에 유통한다.

명현관 해남군수는 “김치 종주국의 위상 회복과 김치산업 재도약을 위해 김치 전문생산단지를 조성하겠다”며 “농식품부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해남을 김치산업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자치단체들 ‘김치 지켜라’ 대규모 생산 단지 조성

서울 한 대형 마트에 다양한 종류의 국내산 김치가 진열돼 있는 모습. 뉴스1

서울 한 대형 마트에 다양한 종류의 국내산 김치가 진열돼 있는 모습. 뉴스1

경북도는 김치 수출 증가에 따라 2024년까지 1283억원 투자한다. 농식품가공시설 인프라를 구축해 김치 맛 표준화를 위한 등급화와 김치 종균보급 등 품질경쟁력을 강화한다. 김치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생산자와 기업 간 계약재배를 늘리기로 했다.

김치 관련 업계도 저가 공세로 외식업계를 점령한 중국산 김치를 밀어내기 위해 판로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한민국김치협회는 저렴한 가격에 국내산 김치를 공급할 수 있도록 외식업계와 생산업체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예컨대 강원도 춘천에 있는 프랜차이즈 업체가 가까이에 있는 국내산 김치 생산업체와 거래를 하고 싶은 경우 이 사이트를 통해 업체를 찾고 공급 가격, 맛, 숙성도 등을 협의한 뒤 계약을 맺는 식이다.

이상집 대한민국김치협회 전무는 “일 년 내내 배추를 안정적인 가격에 공급하려면 김치 생산업체에 배추 저장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등 배추 가격이 급등하지 않도록 하는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생산업체와 요식업계 등이 플랫폼을 통해 연결되고 서로 적정한 가격을 찾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청주=박진호·최종권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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