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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1인세대도 많다…창원 60대 싱글세대 전국 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아들이 ‘창원은 집값이 비싸다’며 경남 김해로 가는 바람에 1인세대가 됐어요. 저는 계속 돈을 벌어야 하니 창원에 남을 수밖에 없었죠.”

대기업과 제조업 하청업체 몰려 #아버지·남편 혼자 남은 경우 많아

LG전자 창원공장 하청업체에서 근무하는 김모(63)씨의 말이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아들과 함께 살던 그는 최근 혼자가 됐다. “아들이 분가를 결정한 지난해부터 집값이 치솟으면서 창원에선 집을 살 엄두를 못 냈기 때문”이다.

싱글들의 도시, 들여다보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싱글들의 도시, 들여다보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창원은 지난해 연말 기준 60대 싱글세대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도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창원(3만922세대), 수원(2만5150세대), 고양(2만3992세대) 순으로 60대 싱글세대가 많다. 인구수로 따지면 창원(103만4977명)이 오히려 수원(118만6200명), 고양(108만2420명)보다 적다. 창원이 60대 싱글세대의 도시가 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높은 집값과 지역사회에 대한 애착, 제조업 일자리가 많다는 점 등을 이유로 꼽았다. 창원시정연구원의 이영  박사는 “창원이 김해보다 집값이 1억~2억원 정도 비싼 탓에 자녀는 김해, 양산 등지로 빠져나가고 경제력 있는 60대 부모만 창원에 남는 경우가 많다”며 “젊은 층이 많이 살던 의창구와 성산구 집값이 지난해 많이 올랐다는 점에서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1인세대 900만 시대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행정안전부·통계청]

1인세대 900만 시대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행정안전부·통계청]

KB부동산 리브온의 주택가격 동향에서도 의창구와 성산구의 집값 상승세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2019년 11월 의창구의 아파트 3.3㎡당 매매가격은 평균 925만9000원이었다. 하지만 1년 뒤(2020년 11월)에는 1234만3000원으로 33.3% 올랐다. 의창구 신월동의 A아파트(전용면적 134㎡)는 같은 기간 5억4000만원에서 10억50000만원으로 94% 뛰었다.

성산구 또한 같은 기간 아파트 3.3㎡당 매매가격이 평균 934만9000원에서 1171만3000원으로 25.3% 상승했다. 이 기간 동안 성산구 가음동 B아파트(전용면적 100㎡)는 5억2000만원에서 8억원으로 54% 올랐다.

1인가구 증가 전망치 보니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2019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총인구 예상은 중위 추계 기준]

1인가구 증가 전망치 보니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2019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총인구 예상은 중위 추계 기준]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제조업 일자리가 많은 것도 창원의 60대 싱글세대가 많은 이유다. 2020년 12월 현재 창원의 1인세대(15만3406세대) 중 60대는 3만922세대(20.16%)에 달한다. 이어 50대(19.27%), 70대(18.07%), 40대(15.52%) 순으로 많다.

2019년 기준 중장년층(40~64세) 1인가구(5만1658가구)에서 남성 비중(50.2%)이 여성(30.5%)보다 1.7배 많은 것도 일자리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인숙 경상남도여성가족재단 기획조정실장은 “LG, 한화, 두산 등 대기업과 하청업체가 많아 남편 혼자 창원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창원에 대한 애정이 고령층에게서 높게 나타나는 측면도 있다. 2012년을 전후해 제조업 경기가 하락하면서 젊은층은 떠나갔지만 60대 이상은 상당수가 창원에 남았다. 이영 박사는 “계획도시로 성장하던 1980년대부터 창원에서 살아온 60대는 지역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창원은 내가 만들었다는 심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창원은 2019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3.4%로 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창원시 노인장애인과 관계자는 “지난달 8일 금강노인종합복지관 증축 공사에 착수하는 등 복지관과 경로당을 계속 짓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현예·최은경·이은지·김준희·박진호·백경서·최연수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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