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동산 범죄와 전쟁’ 두 달…219명 송치, 고위직 1명도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부동산 부패는 반드시 청산하겠다.”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공직자와 공공기관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가 국민들 마음에 큰 상처를 준 것을 교훈 삼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은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에서 촉발된 전국 규모의 부동산 범죄를 수사하고자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를 출범시킨 지 두 달이 되는 날이기도 했다.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력 입증의 첫 시험대로 불리기도 한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의 2개월 간 성적표는 어떨까.

합수본 2개월 성과, 2082명 내·수사 진행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내부 간판. 임현동 기자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내부 간판. 임현동 기자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에 따르면 10일 현재 경찰이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내·수사 중인 인원은 1720명이다. 앞서 219명을 검찰로 송치했고 143명은 ‘혐의없음’ 등으로 불송치하거나 불입건했다. 경찰이 현재까지 들여다본 사건은 532건이고 대상 인원만 2082명이다. 또한 합수본은 16건에 해당하는 440억원 상당의 부동산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주도하는 부동산 범죄 수사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다. 국회의원이나 고위공무원 등 고위직에 대한 수사가 더디다는 지적도 그중 하나다. 합수본은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혐의로 101명, 기획부동산 관련 혐의로 118명을 송치했지만, 고위직에 대한 송치 성과는 현재까지 0건이다.

219명 검찰 넘겼지만 고위직 송치는 ‘0’

합수본의 내·수사 대상 중 고위직으로 분류되는 대상은 고위공무원 5명·국회의원 5명·지방자치단체장 10명이다. 이들 중에서 합수본이 혐의를 확인해 검찰에 송치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고위직에 대한 수사가 더디다는 지적에 대해 이날 합수본 관계자는 “고위직이라고 수사가 특별히 더딘 것은 아니다”며 “조만간 국회의원 등에 대한 수사상황을 공개할 테니 기다려달라”며 말을 아꼈다.

LH 신도시 투기 의혹 폭로 초기부터 이목이 집중된 차관급의 이모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의 구속영장은 현재 보완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 전 청장은 세종시 국가산단 예정지 인근 땅 투기 의혹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합수본은 지난달 30일 이 전 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남구준 국수본부장은 기자들에게 “영장을 신청할 만한 사안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흘 만에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청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10일 현재까지 합수본은 이 전 청장의 구속영장에 대한 보완수사를 진행 중이다.

수사권 조정 후 부동산 수사 책임진 경찰

3기 신도시 정부합동특별수사 어떻게 이뤄지나 그래픽 이미지.

3기 신도시 정부합동특별수사 어떻게 이뤄지나 그래픽 이미지.

앞서 정부는 지난 3월초 참여연대 등이 폭로한 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이른바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치솟는 집값과 전세 대란 등으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여론이 민감해진 상황에서 터진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은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정부는 국가수사본부 주도 하에 범정부 수사본부를 꾸렸고, 수사 대상도 신도시 투기 의혹을 넘어 기획부동산 등 전국 규모의 부동산 범죄 전반으로 확대했다.

당시 정치권 일각에선 검찰이나 특검(특별검사)이 수사를 맡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정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올해 신설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수사를 책임지는 것으로 정리했다. 이에 지난 3월 10일 남 국수본부장이 합수본부장을 맡고 국수본과 전국 시·도경찰청 소속의 수사인력이 총동원돼 770여명 규모의 ‘매머드급’ 수사본부가 꾸려졌다. 여기에는 국세청과 금융위원회 등의 파견인력도 합류했다.

“평가 아직 일러, 속도감 있게 수사 지속할 것”

지난 3월 8일 정세균 국무총리(왼쪽)가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초대 국수본부장으로 임명된 남구준 본부장으로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 수사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8일 정세균 국무총리(왼쪽)가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초대 국수본부장으로 임명된 남구준 본부장으로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 수사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남 국수본부장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고위직 수사가 더디다는 질문에 “수사가 더디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며 “고위공직자든 국회의원이든 법과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두 달 종안 최선을 다한 결과 의미있는 성과가 나왔다고 평가한다”며 “앞으로 조금 더 속도감 있게 수사를 지속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