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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의 질' 나빠져도 자화자찬…文 "부동산만큼은 할말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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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 직후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 직후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취임 4주년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 특별연설의 핵심 키워드는 ‘경제’였다. 문 대통령은 정부 경제 정책 성과를 치켜세우며 임기 말까지 현재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부동산만큼은 할 말이 없다”며 정책 보완을 언급했다.

[대통령 특별연설]

문 대통령은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 특별연설에서 ‘경제’를 48차례에 걸쳐 가장 많이 언급했다. 이어 ‘국민(29회)’, ‘코로나(26회)’, ‘위기(22회)’, ‘회복(21회)’ 순이었다. 문 대통령이 통상 연설에서 가장 자주 말하는 ‘국민’보다 ‘경제’를 19번 더 언급한 건 남은 임기 1년간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제 위기를 잘 헤쳐나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 경제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이미 지난 1분기에 코로나 위기 전 수준을 회복했다”며 “4월까지 수출 실적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고, 설비투자와 소비, 경제 심리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호전됐다”고 평가했다.

남은 1년도 그간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문 대통령은 “적극적 확장 재정으로 경제 회복을 이끌고, 방역 안정에 맞춰 과감한 소비 진작책과 내수 부양책을 준비하겠다”며 “선제적인 기업투자의 지원과 함께 수출 역대 최대 실적을 목표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 "고용에 긍정적 변화"

10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TV로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TV로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고용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3월의 고용 회복에서 민간 일자리 증가가 큰 몫을 차지하는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 ‘3월 고용동향’에서 취업자 수가 13개월 만에 플러스로 반등하고, 상용직 취업자 수도 늘어나는 등 지표에 근거해서다.

그러나 정부가 세금으로 만든 단기 일자리가 취업자 증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산업별로 보면 공공일자리 비중이 큰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은 7.6%,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은 9% 취업자가 증가했다. 반면 코로나19 타격을 받은 도·소매업은 4.8%, 숙박 및 음식점업은 1.3% 취업자가 줄었다. 특히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중추인 제조업의 취업자 수는 441만명으로, 3월 기준으로는 2014년 이후 최소다. 2018년 4월부터 21개월 동안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해 1월 반등했지만, 다시 3월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13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같은 통계에서 근속 기간이 짧은 임시ㆍ일용직 일자리가 늘고, 경제 허리인 30ㆍ40대 취업자가 줄어드는 등 고용의 질이 나빠졌는데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부분에만 주목했다”며 “3월에 13개월 만에 반등을 이루긴 했지만 지난해 ‘기저효과’가 큰 만큼 고용 상황이 호전했다고 말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후한 경제 평가에 따른 당연한 귀결일까. 문 대통령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기존 3% 중후반에서 4%대로 올려잡았다. 그는 “더 빠르고 강한 경제 반등을 이루겠다”며 “올해 우리 경제가 11년 만에 4%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정부 역량을 총동원하고 민간의 활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당초 설정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3.2%)나 최근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언급한 3% 중후반대보다도 상향했다. 문 대통령 언급대로라면 이명박 정부 시절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기록한 2010년 경제성장률(6.8%) 이후 가장 강한 반등세다.

외환위기 이후 22년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외환위기 이후 22년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올해 4%대 성장에 대해선 최근 들어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다. 한국금융연구원(4.1%), LG경제연구원(4%), JP모건(4.6%) 등이 잇따라 최근 4%대 성장을 점쳤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1분기 GDP 성장률 브리핑에서 “산술적으로 나머지 2분기부터 4분기까지 분기별 성장률이 0.6∼0.7%면 3.8%가 된다”며 4% 성장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내다봤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만ㆍ싱가포르 같은 아시아 경쟁국이 한국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예측하고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12배 큰 미국은 1분기 한국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냈다”며 “‘경제 회복’이란 수식어를 붙이려면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서 경제성장률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대책 변화 예고

그나마 변화를 언급한 건 부동산 대책이었다. 문 대통령은 언론과 일문일답에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고 지난 보궐선거에서도 그에 대해서 아주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며 “부동산 정책의 성과는 부동산 가격의 안정이라는 결과로 집약되는 것인데 그것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정말 부동산 부분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그런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엄중한 심판이 있었기 때문에 기존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다시 한번 재검토하고 보완하고자 하는 노력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부동산 투기를 금지하자는 것 때문에 실수요자가 집을 사는데 오히려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든지 더 큰 부담이 되고 있다든지 하는 부분들은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실수요자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 지원을 언급한 만큼 정부ㆍ여당을 중심으로 대출규제 완화, 재산세 감면 등 정책 논의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부는 대출규제와 관련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하는 대책을 검토 중이다. LTVㆍDTI를 10%포인트 추가로 더 높이고, 소득ㆍ주택가격 요건을 낮추는 방안 등이다. 재산세와 관련해선 1가구 1주택자의 감면 확대 범위를 기존 6억 원 이하에서 9억 원 이하로 올리는 방안,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소득 없는 1주택 고령자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실수요자가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해버린 상황을 인정하고 집값 폭등을 견인한 25번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이제라도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잘못된 부동산 정책을 바로 잡겠다는 의지나 결단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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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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