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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수십만 랜선 집사 웃게 하는 ‘이웃집의 백호’와의 만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연예인 못잖은 인기 스타펫 반려동물 인식 개선에도 도움 되죠

왼쪽부터 초보 랜선 집사 3인방 김인아(충남 우성중 2) 학생기자·유지민(서울 구룡초 4)·현지용(서울 가곡초 6) 학생모델이 대표적인 펫스타 백호를 만나 같이 산책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왼쪽부터 초보 랜선 집사 3인방 김인아(충남 우성중 2) 학생기자·유지민(서울 구룡초 4)·현지용(서울 가곡초 6) 학생모델이 대표적인 펫스타 백호를 만나 같이 산책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요즘 SNS에서는 높은 인기를 끄는 반려동물들이 있습니다.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리고 책을 내며 광고를 찍는 등 스타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죠. 이들의 뒤에는 수많은 랜선 집사가 있습니다. 매일 SNS를 방문해 근황을 확인하며, 얼굴이 그려진 굿즈를 구입하기도 하죠. 평소 동물을 좋아하고, 현재 팔로우한 동물 SNS 계정이나 구독한 유튜브 동물 채널이 있나요? 만약 그렇다면 당신도 랜선 집사의 길에 발을 들여놓은 것입니다. 지금부터 랜선 집사의 세계와 펫스타(pet-star)의 매력에 빠져보세요. 초보 랜선 집사 3인방과 트위터‧인스타그램‧유튜브 도합 76만 명의 팔로워를 지닌 셀럽견, 웰시코기 ‘백호’와 또 함께 살고 있는 코리안 숏헤어 고양이 ‘호랑이’의 팬미팅 현장도 중계합니다.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인아(충남 우성중 2) 학생기자·유지민(서울 구룡초 4)·현지용(서울 가곡초 6) 학생모델

“나만 없어 진짜 사람들 고양이 다 있고 나만 없어!”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을 부러워하며 고양이 영상을 보면서 만족해하는 랜선 집사의 모습을 표현한 문장이죠. 이런 말을 유행시킨 랜선 집사는 인터넷을 통해 다른 사람이 키우는 반려동물의 사진·동영상 등을 즐겨보며 심리적 위안을 받고 대리만족을 느끼는 사람을 얘기해요. ‘보다’라는 뜻의 영어 view와 ‘동물’을 뜻하는 animal의 합성어 ‘뷰니멀족’으로도 불리죠. 강아지나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무조건 기를 순 없어요. 일단 동물을 키우려면 사료·접종비 등 만만찮은 돈이 들고, 배설물 치우기, 산책, 놀아주기, 밥 주기 등 많은 시간이 필요하죠. 도덕적 책임감, 식구들의 반대, 알레르기 등의 이유로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으로 뷰니멀족이 나타난 거죠.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2018년 전국 만 19~34세 반려동물 콘텐트 소비자 808명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양육 및 콘텐트 소비 실태와 인식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하루 평균 반려동물 콘텐트 소비 시간은 1시간 43분으로 밝혀졌어요. 콘텐트를 보는 상황으로는 ‘휴식할 때(49.3%)’와 ‘잠들기 전(24.1%)’이 가장 높아 여가시간 집에서 힐링하려는 성향이 나타났죠. 또 유료 콘텐 구입 경험이 있는 소비자도 30%에 달했습니다.

최근엔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SNS 속 동물 스타를 본격적인 덕질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도 많죠. 아이돌의 음반을 사듯 관련 책과 캐릭터 상품을 구매하고 굿즈를 사면 기부가 되는 이벤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죠. 간식·옷 등 선물을 보내기도 해요. 실시간 라이브 방송에 참여해 ‘밥 먹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발바닥을 보여주세요’ 등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운영자와 소통합니다. 팬미팅·팬사인회를 가듯 반려동물과 산책하는 모임인 산책회를 찾아가고, 출판 기념 발도장 사인회를 찾는 등 직접 만날 기회를 놓치지 않아요.

수많은 랜선 집사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반려동물들. 얽힌 사연도 다양하고, 채널의 스타일도 다 다릅니다. 서울 강동구에서 택배기사로 근무하는 경태아부지는 유기견이던 경태를 입양, 일하러 나갈 때마다 울부짖는 등 분리불안 증세가 심한 경태와 함께 배송을 다닙니다. 반려견의 외로움을 덜고자 차량에 싣고 다니는 경태아부지의 사연에 수많은 응원과 관심이 쏟아졌죠. 1월 말 경태 소식을 알리고자 ‘경태아부지’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했고(팔로워수 21만), 경태는 SNS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이후 경태는 경태아부지가 근무하는 CJ대한통운의 명예 택배기사로 임명돼 화제를 모았죠.

‘개무룩’으로 유명해진 강아지 달리는 사람 음식을 앞에 두고 신나는 모습과 먹지 못해 시무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으로 유명세를 탔어요. 사랑스러운 모습 뒤에는 사고로 다리 한쪽을 잃고 버려진 아픔이 있었죠. 현재의 주인을 만나 국내는 물론 해외여행까지 즐기며 인천국제공항 명예홍보견으로 위촉되기도 했죠. 인스타그램·유튜브 도합 55만 명의 랜선 집사들과 일상을 공유하며 책도 냈죠. 사과밭 도랑에 빠졌다 구조된 인절미는 지금의 주인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개를 주웠는데 어떡해야 하냐’는 글을 올린 후 일약 스타가 됐어요. 순한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표정, 동그랗고 처진 눈은 보기만 해도 입가에 웃음이 번집니다. 책 출판, 캐릭터 상품 발매, 방송 광고도 찍고, 인스타그램·유튜브 도합 81만 명이 넘는 랜선 집사들이 지켜보고 있죠.

108만 명 구독자의 마음을 빼앗은 유튜브 채널 haha ha는 양어장을 무대로 길고양이들과 함께하는 일상을 공유합니다. 잉어·붕어 등을 포식하는 모습, 넓고 한적한 시골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고양이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죠.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겁 많은 아기 고양이 순무는 ‘순무 엄마’에게 입양돼 천천히 용기를 얻으며 애교쟁이 고양이로 거듭났어요. 그 과정을 담은 사진과 글을 통해 인스타그램·유튜브 도합 53만 명이 넘는 랜선 집사 응원을 받으며 2018년에는 책 『순무처럼 느려도 괜찮아』를 출간했죠.

초보 랜선 집사 이웃집의 백호랑이 만나다

진주 강씨 26대손 강백호. 뉘집 아들이냐고요? 유튜브·트위터·인스타그램 도합 76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대표적인 펫스타 SNS 계정 ‘이웃집의 백호’의 주인공 웰시코기 강아지입니다. 우리 백호는요~♪ 핵인싸 관종견이라고 불릴 만큼 처음 만나는 사람의 관심을 갈구하고, 세상에서 자기 예뻐해 주는 건 제일 잘 알아봐요. 대부분 동물들이 싫어하는 동물병원 가는 것마저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아하죠. 산책길에는 단골집에 들러 간식을 얻어먹어야 하고요. 하이마트 매장에 자주 놀러가 명예 사원증도 받은 대기업 출신 댕댕이랍니다. 셀럽견 답게 2019년 『이웃집의 백호』 책을 냈고, 농림축산부와 한국관광공사 명예홍보대사를 맡는 등 활약했어요. 굿즈를 제작·판매해 유기견 보호소에 꾸준히 기부하고 있죠. 혀를 내밀고 환하게 웃으며 뽀송뽀송 식빵을 닮은 치명적인 뒤태를 뽐내는 백호가 제일 좋아하는 건 랜선 집사들을 실제로 만날 수 있는 산책회랍니다. 산책회만 열면 300~400여 명의 팬을 만날 수 있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산책회를 못 해서 많이 속상해요. 백호에겐 ‘호랑이’라는 이름의 코리안 숏헤어 고양이 동생이 있는데요. 둘을 합쳐 백호랑이라고 부르죠.

랜선 집사들을 대신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이웃집의 백호랑이를 만나러 갔습니다. 스타를 만나러 가는데 빈손으로 갈 수 없죠. 응원 메시지를 담은 미니 플래카드를 제작하고, 인간 화환이 되어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현관 벨을 누르자 “멍!멍!” 우렁찬 백호 목소리가 들렸어요. “백호야! 호랑아 안녕~ 반가워.” 백호는 격하게 엉덩이를 흔들며 반겼죠. 백호랑이의 반려인(일명 ‘백호 누나’) 강승연씨가 “오 기분 좋아~ 우리 백호 그렇게 좋아? 행복해?” 말하자마자 백호는 학생기자단의 손을 한 명씩 돌아가면서 할짝할짝 핥아줬습니다. 호랑이도 주변을 배회하며 반가움을 표시했어요.

왼쪽부터 김인아(충남 우성중 2) 학생기자·현지용(서울 가곡초 6)·유지민(서울 구룡초 4) 학생모델이 백호(앞 가운데)를 만나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람을 좋아하는 백호는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인사하고, 손을 핥아주며 팬 서비스를 펼쳤다.

왼쪽부터 김인아(충남 우성중 2) 학생기자·현지용(서울 가곡초 6)·유지민(서울 구룡초 4) 학생모델이 백호(앞 가운데)를 만나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람을 좋아하는 백호는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인사하고, 손을 핥아주며 팬 서비스를 펼쳤다.

백호 누나가 “뭘 들고 온 거예요. 백호가 글을 읽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요즘 인싸 동물들은 다 한다는 동물 화환을 백호의 목에 걸어줬죠. 모자·우비 등 소화 못 하는 게 없는 백호답게 너무 잘 어울렸어요. 호랑이는 싫어할 수도 있어 목에 걸지 않고 선물로 줬습니다. “실제로 보니까 더 크고 더 귀여워요.”(지민), “호랑이 털이 부드럽고 너무 예뻐요.”(인아), “백호 눈이 초롱초롱 반짝반짝 너무 멋져요.”(지용) 간식에 진심인 백호를 위해 간식도 주고, 교감하는 시간을 한참 보냈지요.

백호 산책길에도 동행했습니다. 최근엔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이 많은 길 대신 숲길 쪽으로 산책을 간다고 했죠. 영역 표시를 하고, 풀 냄새를 마음껏 맡으며 힘차게 걷는 모습을 보다니 랜선 집사로서 너무 행복한 시간입니다. 사람보다 개를 더 불편해하는 백호답게 산책길에서 만난 댕댕이 친구들과는 낯을 가리고 인사하지 않았어요. 얼른 코로나19가 사라지고 백호와 랜선 집사들이 마음껏 산책회를 할 수 있을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

이웃집의 백호랑이 누나 인터뷰

‘이웃집의 백호’ 계정은 백호의 귀여운 행동과 표정, 강승연씨의 찰진 멘트와 동물에 대한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많은 응원과 사랑을 받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채널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고 랜선 집사 문화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지민 처음 백호 이야기를 SNS에 올리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여러분 또래일 때 강아지 가족을 처음 데려왔었어요. 그때만 해도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고, 카메라도 집집마다 없었죠. 이 아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는데 사진이 한 장도 없는 거예요. 얼굴이 점점 희미해져 가는데, 추억 거리가 한 개도 없었죠. 근데 백호를 데려왔을 때는 휴대전화 카메라도 너무 좋고 사진 찍는 게 워낙 생활이 됐어요. 백호의 기록을 웹에 올려놓으면 파일이 날아가도 나중에 볼 수 있겠지 하는 마음에 2014년부터 일기처럼 올렸죠. 그때는 동물 이야기만 하는 계정이 없었어요. 처음 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엄청 관심을 가져줬죠.

지민 백호와 호랑이가 SNS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애들이 웃겨서 아닐까요? 친구들도 동물 계정을 많이 볼 거 아니에요. 보면 진짜 예쁘게 생긴 강아지·고양이가 엄청 많아요. 나는 내 새끼니까 예쁜데 객관적으로 그렇게 예쁜 애들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애들 행동은 웃기고, 상황을 설정하지도 않고 일상에 있는 얘기를 올려서 인기가 많은 게 아닌가 싶어요. 그냥 진짜 이웃집 강아지 같은 느낌이잖아요.

인아 백호와 호랑이가 사랑받고 뿌듯하셨을 때가 있다면 언제였나요.
저는 백호랑 호랑이로 돈을 벌지 않아요. 광고를 하더라도 기부하거나 공익 광고밖에 안 하거든요. 유명해지다 보면 사실 돈 벌 수 있는 요소가 많아요. 저는 애초에 직업이 따로 있고 운영하는 회사가 있다 보니까 애들을 데리고 돈 벌 생각 자체도 없었고, 인기가 많아지자 이걸로 할 수 있는 좋은 일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기부를 시작했죠. 유기동물 돕는 데 백호의 영향력을 사용해보자 한 거예요. 기부를 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실감했어요. 정말 많은 분들이 같이 해주셔서 어느덧 6년째 작년 기준으로 1억원 넘게 기부를 했거든요. 사실 액수보단 기부한 것 자체가 중요한데, 규모가 커지고 백호가 그렇게 많은 친구를 도와줄 수 있게 돼서 좋아요. 기부할 때 진짜 기쁘고 실감도 많이 납니다.

인아 가장 기억에 남는 팬과 댓글이 있다면요.
백호로 인해 하루가 너무 힘들었었는데 힘이 났다, 백호 이야기가 올라와서 오늘 그나마 한번 웃을 수 있었다 이런 걸 보면 되게 기분이 좋아요. 여러분도 학교생활에서 유독 힘든 날이 있잖아요. 어른들도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까 기분이 나쁠 때가 많아요. 하루 종일 상사한테 혼나고 되는 일도 없고 친구 만나고 싶은데 내일 당장 출근이라 만날 수도 없고 이렇게 우울한 기분으로 퇴근할 때 딱 휴대전화를 보니까 백호랑 호랑이 얘기가 올라와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는 거죠. 이런 걸 보면 '아 내가 올리는 얘기가 진짜 나한테는 맨날 있는 일이지만 이 사람들한테는 정말 기쁨이고 행복인 순간이구나' 싶어요.

지민 유튜브 방송은 조금 늦게 시작하신 편인데요.
사실 유튜브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요. 동물 친구들한테 뭔가 강제로 시키는 영상이 있는데, 약간 놀리거나 스트레스받을 만한 상황을 만들고 반응을 보면서 사람들은 그게 재미있고 귀엽다 하는 경우가 많아요. 강아지든 고양이든 놀랄 때 눈이 커지니까 귀여워 보일 수 있거든요. 일부러 그런 영상만 찍어 올리는 사람이 너무 많은 거예요. 그래서 나는 유튜브 할 생각이 없다고 꾸준히 이야기했었는데 친구가 그럼 그런 영상 말고 정말 자연스러운 영상을 올리면 되지 않냐고 하는 거예요. 백호가 금니 수술을 했는데 그런 수술을 한 친구가 국내에 몇 없어요. 그런 경험담 같은 걸 올리면 진짜 도움이 될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설득했죠. 보는 사람이 많은데 잘못된 정보를 주거나 했을 경우 내가 책임질 수 있겠는가 싶어 많이 고민했는데 친구가 도와줄 테니까 한번 해보자 해서 지금 같이하고 있어요. 기부를 위해 백호랑이 얼굴이 새겨진 상품 같은 걸 만들어서 판매하는데, 그 일을 하는 팀도 다 친구들이죠. 친구들과 함께하니까 재밌게 일해요.

지용 백호에 이어 호랑이를 키우게 된 이유가 있다면요. 동시에 기르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요.
엄청나게 망설였어요. 내가 만약 고양이를 키워서 강아지랑 고양이가 같이 있는 게 귀여워 보여 강아지를 키운 사람이 고양이를 데리고 오거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강아지를 입양했는데 너무 안 맞으면 파양해야 한단 말이에요. 그 상황이 생길까 봐 고민했죠. 호랑이의 엄마는 양계장에 목줄로 묶여서 밥도 제대로 못 먹어서 후원하던 고양이에요. 고양이를 목줄에 묶어둔다는 건 말이 안 되거든요. 스트레스 때문에 그냥 죽을 수도 있죠. 그래서 계속 후원하고 구조하려고 노력하던 중에 낳은 애가 호랑이예요. 근데 흔한 색이라며 끝까지 입양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데려왔어요. 다행히 백호가 잘 받아주고 진짜 형제처럼 지내요.

지용 강아지와 함께 사는 건 현실이지 꿈이 아니라고 했는데요. 어떤 점에서 그렇게 말씀하셨나요. 
저도 어렸을 때 지나가는 강아지나 사진으로 보는 강아지가 너무 귀여워서 강아지 키우고 싶다고 졸랐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 친구들 많잖아요. 그렇게 되면 엄마는 자식을 하나 더 키우는 거거든요. 지나가던 꼬마 친구들이 백호 귀엽다고 엄마한테 강아지 키우게 해달라고 하면 제가 먼저 물어봐요. 하루에 3시간씩 산책시켜줄 수 있냐고요. 처음에는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정말 쉽지 않거든요. 엄마·아빠가 퇴근하고 강아지를 돌보기 위한 시간을 내야 하는 거예요. 제 친구가 고양이 키우고 싶다고 해도 퇴근한 후에 힘들어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고양이랑 2시간 동안 낚싯대 놀이해주고 화장실 청소 다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죠. 귀여운 모습만 보지 말라는 거예요. 귀여운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죠. 이게 현실이라는 거예요.

지민 반려동물을 키우면 집이 박살 나는 게 사실인가요.
당연하죠. 이 집도 다 수리했어요. 이빨 힘이 너무 세서 문을 다 뜯고 벽지를 찢고 장판도 뜯죠. 산책을 하루에 조금이라도 덜 하면 그렇게 돼요. 집을 망가뜨리면서 에너지를 발산하는 거예요. 또 친구들이 엄청 아끼는 물건도 아무렇지도 않게 부숴버려요. 무선 이어폰을 백호가 6번이나 망가뜨렸죠. 열심히 한 숙제도 다 찢어버릴 수 있어요. 진짜 강아지랑 고양이를 키운다는 건 내가 소중히 여기는 물건이 언제든지 망가질 수 있다는 거예요.

인아 다양한 채널을 운영하면서 혹시 다 그만두고 싶으셨을 때가 있나요.
있죠. 제가 기부를 많이 하는데 기부는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걸 저한테 해달라고 강요하는 사람들이 되게 많아요. 여기는 기부해줬으면서 왜 자기는 기부 안 해주냐는 거죠. 또 무책임하게 백호랑 호랑이를 보고 고양이랑 강아지를 입양했는데 백호와 호랑이 같지 않다는 거예요. 아니 어떻게 같을 수가 있겠어요. 심지어 쌍둥이도 다르잖아요. 그런데 백호처럼 애교도 많지 않고 호랑이처럼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서 매일 숨는대요. 너를 보고 데리고 왔으니까 네가 데려가라 책임져라 이렇게 무책임한 사람이 많아요. 사실 제일 불쌍한 건 그 강아지·고양이죠. 그럴 때마다 채널이고 뭐고 다 때려치울까 생각해요. 근데 안 그런 사람들이 훨씬 많으니까 그냥 하는 거예요.

지용 펫스타가 반려동물 문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점이 있다면요.  
스타가 되고 싶고, 강아지랑 고양이로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한 번이라도 더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자극적인 걸 만들기도 하죠. 우리 집 강아지와 고양이도 유명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에 사실 학대받는 애들이 정말 많아요. 보다 보면 정말로 그냥 돈벌이에 이용되는구나 싶은 애들이 있죠.

지민 랜선 집사 문화가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나요.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못 키우니까 대신 랜선에 있는 누구를 예뻐해야지' 하는 건 좋은 거예요. 애초에 내가 키우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는 거잖아요. 자신의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고양이랑 강아지가 너무 좋아서 보고 대리만족을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죠.

인아 반려동물 콘텐트를 제작하는 분들께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애들한테 강제로 뭔가 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챌린지라고 참 많았었거든요. 넘기 어려운 장애물 같은 걸 놓고 “넘어봐!” 하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애들은 스트레스를 받아요. 장애물을 뛰어넘다가 다칠 수도 있고요.

지용 반려동물을 처음 기르는 친구에게 조언해주세요.
공부를 많이 해서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게 애들한테 맞는지, 더 좋은 게 나왔는지 등을 알려면 끊임없이 공부해야 돼요. 공부하다 보면 뭐가 잘못된 정보인지 아닌지 알게 되죠. 그런 것들을 스스로 걸러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민 이웃집의 백호랑이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일단 반려동물과 사는 게 이렇게 한 사람의 인생, 또 한 가족의 삶에 있어서 엄청나게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우리 집은 전부 백호랑 호랑이 위주로 돌아가거든요. 얘네들을 혼자 두고 싶지 않아서 출퇴근 시간을 서로 조정해요. 일반 직장인이면 힘들겠지만 우리는 각자 다 개인 사업을 해서 가능하죠. 그러니까 이렇게까지 여건이 되지 않으면 쉽게 키우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평소 ‘이웃집의 백호’, ‘그루밍데이 고양이 cat vlog’ 등을 자주 챙겨봅니다. 평소 팬이었던 ‘이웃집의 백호’를 취재할 수 있어 너무 특별했죠. 사실 전 강아지·고양이를 조금 무서워해서 어쩔 수 없이 랜선 집사가 됐는데요. 막상 백호·호랑이를 만나니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고, 활발해서 두려움은 사라지고 즐거움·설렘만 마음속에 가득 차게 되었어요. 백호는 사람을 좋아하고 애교가 많아서 귀여웠고, 호랑이는 고양이치고 사람을 좋아해서 거리낌 없이 먼저 다가와서 장난치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습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에 살아서 층간소음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층간소음 때문에 반려동물 못 키우는 사람도 있겠죠? 저처럼 겁이 많거나 층간소음 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 하는 사람들은 랜선 집사를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김인아(충남 우성중 2) 학생기자

지금 반려동물을 키우지는 않지만, 평소 관심이 많아요. 이번 취재를 통해 유기견 같은 도움이 필요한 동물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됐죠. 백호 누나가 학대받던 고양이, 호랑이를 입양했고, 평소 유기견을 도와주고 기부도 한다는 얘기를 듣고 대단하다는 생각과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백호와 호랑이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게 너무 좋았고, 반려동물 키우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유지민(서울 구룡초 4) 학생모델

취재를 가기 전에 친구들이 ‘정말? 정말 네가 백호랑이 보러 간다고?’라며 부러워했어요. 기대에 찬 마음으로 본 백호랑이! 손을 내밀었더니 백호는 정말 반갑다는 듯 손을 핥아주었어요. 또 내가 조마조마하며 다가가니까, 호랑이도 나를 귀엽게 쳐다봐주고 재롱도 부렸죠. 랜선 집사들이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었어요. 백호는 의젓하며 재미있고, 호랑이는 귀여우니까 나도 모르게 자꾸만 미소가 지어졌죠. 이번 취재를 통해서 반성한 부분도 있었어요. 처음에 개를 키우고 싶어한 이유 중 하나가 ‘그냥 심심하니까 개랑 놀려고’였는데요. 백호 누나의 얘기를 들으니 하나의 생명체를 키우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죠. 순간 엄청난 반성을 하게 되었고 이번 취재를 통해 생명체를 더욱 존중할 수 있게 되었어요.   현지용(서울 가곡초 6)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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