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판타지 속 판타지를 찾아서 40화. 이세계 판타지

중앙일보

입력 2021.05.10 09:00

마법 세계 간다면 어떤 모험의 주인공 되고 싶니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앨리스는 판타지 세계에서 모자 장수, 하얀 여왕, 붉은 여왕 등을 만난다. 또 다른 세계를 모험하면 이처럼 흥미로운 상황이 전개된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앨리스는 판타지 세계에서 모자 장수, 하얀 여왕, 붉은 여왕 등을 만난다. 또 다른 세계를 모험하면 이처럼 흥미로운 상황이 전개된다.

어느 평온한 날, 갑자기 밀려온 소용돌이가 한 마을을 덮쳤습니다. 강렬한 소용돌이가 사방을 휩쓰는 가운데 한 소녀가 집에서 자고 있었죠. 소용돌이가 사라지고, 밖에 나온 소녀는 그곳이 자신이 살던 마을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소녀의 고향은 고사하고, 심지어 소녀가 살던 세계도 아니었죠. 소용돌이가 집채로 소녀를 보내버린 곳은 바로 마녀와 마법사가 사는 세계, 판타지의 나라 오즈였어요.

‘이세계 모험담’(차원 이동물)이란 말 들어봤나요. 평범한 누군가가 자신이 살던 세계와는 다른 어떤 곳으로 날아가서 그 세계를 모험한다는 이야기인데요. 다양한 세계 중에서도 마법이 있고 괴물이 살며, 요정과 드래곤이 날아다니는 판타지 세계가 가장 인기가 좋아서 ‘이세계 판타지’라고 부르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세계 판타지는 생각보다 오랜 역사를 가졌어요. 앞서 소개한 『오즈의 마법사』말고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피터팬과 웬디』 같은 동화가 유명하고, 전설이나 설화 또는 신화에서도 ‘또 다른 세계로 향하여 모험하는 이야기’는 워낙 많죠. 근래에도 『끝없는 이야기』(30화 참고)나 『십이국기』처럼 다양한 작품이 나왔고, 최근 웹 소설이나 라이트 노벨에서도 인기가 높습니다.

이세계 판타지의 매력은 도로시(『오즈의 마법사』)나 앨리스(『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우리 세계의 평범한 누군가가 다른 세계를 모험한다는 데 있습니다. 도로시는 어떤 마법의 힘도 갖고 있지 않죠. 착한 북쪽 마녀의 도움을 받아 ‘보호의 마법’을 얻고 동쪽 마녀의 마법 구두를 신긴 했지만, 도로시 자신이 어떤 특별한 능력을 지닌 것은 아닙니다. 앨리스 역시 마찬가지죠. 차를 마시고 커지거나 작아지기도 하고, 그밖에 온갖 일을 겪지만 앨리스 자신은 평범한 소녀 그대로예요. 그런데도 그들은 뭔가 특별한 일을 하게 됩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이 특별한 어떤 곳이기 때문이지만, 동시에 그들이 그런 세계 속에서 자신만의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에요. 그 결과, 세계의 위기를 구하고 영웅이 되며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죠.

우리와 비슷한 누군가가 판타지 세계에서 모험하는 걸 보면 “어쩌면 나도 판타지 세계를 모험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품게 됩니다. 그리고 ‘나라면 어떻게 할까?’ 상상하게 되죠. 우리 세계의 누군가가 주역이기 때문에, 그들의 눈에서 바라본 세상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마법이 없는 평범한 세계에서 간 주인공의 눈으로 바라본 판타지 세계는 더없이 놀랍고도 흥미롭죠. 본래부터 그 세계에서 살아가던 누군가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경이로 가득한 세상이니까요. 마치 생전 처음 외국에 나가는 것처럼, 이국적이면서도 신기한 일을 손쉽게 경험하게 됩니다.

특히 검과 마법의 세계에서 거대한 모험에 동참해 그 세계를 구해내는 경험은 우리 세계에선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죠. 우리 세계는 판타지의 모험과는 거리가 머니까요. 롤플레잉 게임을 즐기고, 테마 공원에서 놀 수는 있지만, 거기에서 끝. 우리의 모험은 우리 세계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판타지 세계에선 그 무엇도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말하고 걸어 다니는 허수아비가 등장하고, 동물들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양철로 된 나무꾼이 도끼로 나무를 베어내죠. 물론 위험한 마녀와 괴물이 있고 때로는 재앙이 밀려올 수도 있지만, 그 상황조차 이세계 판타지에서는 즐거운 여정의 일부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최근 이세계 판타지 중엔 주인공에게 특별한 힘을 주는 작품이 많습니다. 모험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기왕 판타지 세계이니 마법 정도는 맘대로 써 보자’라는 마음이 더 강하겠죠. ‘판타지 세계에서 마음대로 활동하고 싶다’는 마음이 지나치게 강해진 결과, 그냥 장난감을 갖고 놀듯이 세계를 뒤흔들어 버리기도 합니다. 개미집을 발견해 물을 붓거나 막대기로 쑤시는 느낌으로 세계를 내 맘대로 만들어버리는 거죠. 이런 이야기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 역시 재미있는 판타지의 하나니까요. 하지만 관점을 바꾸면 어떻게 될까요. 가령 우리 세계에 마법을 쓰는 누군가가 나타나서 세상을 맘대로 휘젓는다면?

이세계 판타지는 마법이 존재하는 흥미로운 세계를 모험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세계가 아닌 만큼 더욱 맘대로 활동할 수 있죠. 그야말로 테마 공원처럼 즐거운 탐험의 기회를 만끽할 수 있어요. 그래서 판타지 작품 중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세계 판타지를 통해 다양한 판타지 세계를 모험하는 건 정말로 즐거운 일입니다. 하지만, 한 번쯤 그 세계에 살아가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가령 오즈의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도로시를 바라본다면? 어쩌면 여기에서 또 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세상은 정말로 다채롭고,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죠.

글=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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