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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내 책 없애라"던 법정…직접 쓴 책 35년만에 나온다

중앙일보

입력

법정 스님이 직접 쓴 책이 35년 만에 세상에 첫선을 보인다.

법정 스님의 맏상좌 덕조 스님은 9일 “은사 스님(법정 스님)께서 생전에 당신의 불교 이해와 실천 방법을 요약 정리한 원고를 책으로 출간한다. 은사 스님께서 원고를 작성한 이후 35년 만에 세상에 선을 보인다”며 “책 제목은 『진리와 자유의 길』로 정했다. 이달 중에 출간된다”고 밝혔다.

법정 스님이 직접 쓴 원고가 35년만에 세상에 첫선을 보인다. 법정 스님이 직접 쓴 책의 출간 2008년 이후 13년만에 처음이다. [중앙포토]

법정 스님이 직접 쓴 원고가 35년만에 세상에 첫선을 보인다. 법정 스님이 직접 쓴 책의 출간 2008년 이후 13년만에 처음이다. [중앙포토]

법정 스님이 직접 쓴 책은 2008년에 출간된 『아름다운 마무리』가 마지막이었다. 그러니까 2008년 이후 13년 만에 법정 스님이 직접 쓴 책이 세상에 나오는 셈이다. 그동안 『일기일회』(2009년) 등의 책이 법정 스님 이름으로 출간되기는 했으나, 법정 스님이 직접 써서 펴낸 책은 아니었다. 생전의 법문이나 강연 내용 등을 정리한 책이거나 이미 출판된 책의 내용을 재편집한 것이었다. 그도 아니면 법정 스님의 회고나 사진집 등이 대부분이었다.

덕조 스님은 “은사 스님은 1980년부터 91년까지 11년 동안 송광사에서 수련원장을 맡으셨다. 수련생을 위해 불교의 핵심 내용을 집필하고 편집해서 수련 교재를 직접 만들어 강의도 하셨다”고 말했다. 그 이후 수련원장을 그만두면서 수련 교재도 덩달아 잊혔다. 덕조 스님은 “이번에 월간 『맑고 향기롭게』에 싣기 위해 스님의 원고를 정리하다, 그때 쓰신 친필 원고를 발견하게 됐다. 수련 교재를 위해 쓰신 글들이었다”며 “원고를 보는 순간, 이 소중한 자료가 그동안 잠들어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됐다. 고민 끝에 35년 만에 세상에 내놓기로 결정했다”고 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법정 스님이 생전에 서울 성북구 길상사에서 동안거 결제 법회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법정 스님이 생전에 서울 성북구 길상사에서 동안거 결제 법회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법정 스님은 열반 직전, “자신의 책을 모두 없애라”고 유언했다. 이번에 법정 스님의 유고를 책으로 출간하면서 맏상좌인 덕조 스님의 고민도 컸다. 그렇지만 부처님의 법을 세상에 전하는 것이 출가자의 사명이니, 열반하신 법정 스님도 결국 고개를 끄덕일 것이란 주위의 조언이 크게 작용했다.

법정 스님이 쓴 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대중이 읽기 쉽게 쓴 수필ㆍ신문 칼럼 모음집ㆍ법문집이고, 나머지 하나는 대중이 불법을 쉽게 만날 수 있도록 옮긴 경전 번역서다. 그런데 이번에 출간하는 책은 성격이 좀 다르다. 불교의 핵심에 대한 법정 스님의 생각이 오롯이 담겨 있다. 지금껏 출간된 책들과 내용과 구성 면에서도 차이가 난다. 한마디로 ‘법정 스님이 생각한 불교’를 엿볼 수 있다.

22003년 서울 성북구 길상사에서 열린 창건 6주년 기념법회에 참석한 법정 스님이 설법을 마친 뒤 신도들과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22003년 서울 성북구 길상사에서 열린 창건 6주년 기념법회에 참석한 법정 스님이 설법을 마친 뒤 신도들과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0년 전남 순천 송광사 근처의 슾에서 법정 스님의 다비식이 열리고 있다. [중앙포토]

2010년 전남 순천 송광사 근처의 슾에서 법정 스님의 다비식이 열리고 있다. [중앙포토]

이번에 출간되는 책에는 부처님의 생애와 사상, 초기 경전 이야기, 부처님이 설한 깨달음의 내용, 근본 불교와 대승경전 이야기, 선문답과 참선, 좌선 수행 강의 노트 등이 담겨 있다. 여기에 원효 스님과 지눌 스님의 수행에 대해서 풀어놓은 법정 스님의 이야기도 함께 담긴다.

책의 판매 수익은 모두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로 들어간다. 법정 스님의 유지를 따라 우리 사회를 좀 더 맑고 향기롭게 만드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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