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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실·출산휴가 다 없다…용혜인 "아기 일찍 나와 법안 못내"

중앙일보

입력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지난 8일 SNS에 아이 사진과 함께 출산 소식을 알리고 "첫 세상 나들이를 응원해주시고 축하해주신 많은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현역 의원이 임기 중에 출산한 것은 용 의원이 세 번째다.   사진은 지난달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에게 질의하는 모습. 연합뉴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지난 8일 SNS에 아이 사진과 함께 출산 소식을 알리고 "첫 세상 나들이를 응원해주시고 축하해주신 많은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현역 의원이 임기 중에 출산한 것은 용 의원이 세 번째다. 사진은 지난달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에게 질의하는 모습. 연합뉴스

“건강하게 태어난 튼튼이(태명)를 만났습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지난 8일 저녁 자신의 출산 소식을 알리며 페이스북에 적은 글이다. 현역 국회의원이 임기 중 아이를 낳은 건 이번이 세 번째다. 19대 국회에선 장하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대 국회에선 신보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출산했다.

용 의원이 페이스북에 적은 글엔 이재명 경기지사가 “축하드립니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김상희 국회 부의장과 정성호·김두관·이동주·조정훈 등 여야 의원들도 댓글로 축하 인사를 남겼다.

“임산부 어려움 온몸으로 경험”

현직 국회의원의 임신·출산 과정이 순조롭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임신 초기였던 지난해 10월이 연중 회의가 가장 많은 국정감사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용 의원은 “정기국회 국정감사 시즌이었던 임신 초기, 유산 징후로 새벽에 병원 응급실에 자주 가야만 했다. 매일 달라지는 몸 상태 때문에 마음도 많이 졸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용 의원은 이 과정에서 경험한 임산부 건강보험 적용 문제를 페이스북(5일)에 언급하기도 했다. 용 의원은 “임신 및 출산과 관련한 많은 검진이나 주사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으로 남아있었다”며 “병원에 갈 때마다 수만 원에서 수십만원의 병원비를 지출해야 했다”고 밝혔다.

국회의원은 출산휴가 없어…“남편이 육아 휴직”

향후 의정 활동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국회의원은 현행법상 출산·육아 휴직을 신청할 수 없다. 외국과 달리 회의장에 영아를 데리고 올 수도 없다.

신보라 전 의원이 2018년 출산을 앞두고 국회의원의 출산·육아 휴직을 90일까지 보장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이 법안은 20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당시 신 전 의원은 출산휴가 대신 청가서(請暇書·불출석 시 사유와 기간을 적어 제출하는 서류)를 내는 방식으로 45일간 산후조리를 마친 뒤 복귀했다.

병원에서 산후조리 중인 용 의원에게 9일 오후 전화 통화로 향후 의정활동 계획에 관해 물었다. 다음은 용 의원과의 일문일답.

축하드린다. 몸은 좀 어떠신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원래 5월 말 출산 예정이었다. 5월 초·중순쯤 본회의장의 수유 공간을 보장하거나 의원 출산휴가에 대한 법을 발의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아기가 일찍 나와서 법안을 제출하진 못했다.”
국회의원은 출산휴가 규정이 아예 없나.
“과거엔 남성 또는 나이 많은 여성이 대부분이다 보니, 이런 논의 자체가 필요 없던 것 같다. 하지만 해외의 경우엔 출산휴가 규정이 있고, 그 기간 의정 활동을 어떻게 하는지를 정해 놓는다. 예컨대 출산 휴가 기간 직무를 대행할 ‘대리 의원’ 제도가 있는 나라도 있다. 이런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향후 의정 활동에서 걱정되는 점은?
“당장 급한 건 수유 문제다. 본회의란 게 최소 2~3시간씩 걸리곤 한다. 영유아는 본회의장 안에 동반할 수 있게 하거나, 국회 회의장 안에 수유실을 설치하는 게 필요하다. 최근 국회의장과 만나 이런 문제를 말씀드렸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지난 5일 임산부로서 겪은 어려움을 적은 글과 함께 SNS에 올린 사진. 기본소득당 당직자인 용 의원 남편은 1년간 육아휴직을 냈다고 한다. 용혜인 의원 페이스북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지난 5일 임산부로서 겪은 어려움을 적은 글과 함께 SNS에 올린 사진. 기본소득당 당직자인 용 의원 남편은 1년간 육아휴직을 냈다고 한다. 용혜인 의원 페이스북

일과 육아를 어떻게 병행할 계획인가.
“제가 육아 휴직이 없어서, 남편이 1년간 육아 휴직을 신청했다. 그리고 친정 근처로 이사도 했다. 임신·출산·육아를 하려고 고민하다 보니, 시스템 자체가 이렇게 사적인 관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더라. 맞벌이 부부, 일하는 아기 엄마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감당이 안 된다.”
벌써 3번째 여성 의원 출산인데, 제도는 그대로다.
“이게 여성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영환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올해 초 득녀를 했다. 육아는 결국 모두의 문제다. 국회 차원의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다만 국회의원 연령대가 다양해지면서 이런 논의가 시작된 측면도 있다. 이 역시 한국 정치 변화를 나타내는 증거 아닐까 생각한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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