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장 '갑질'에 온라인 경마 추진 불똥…馬산업 빨간 불

중앙일보

입력 2021.05.10 05: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영에 빨간 불이 커진 한국마사회의 앞날에 먹구름이 짙어가고 있다. 최근 자신의 측근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직원에게 욕설·폭언을 한 김우남 마사회장의 ‘갑질’ 논란이 불거지며, 마사회가 돌파구로 추진해 온 온라인 경마 사업마저 걸림돌을 만났다.

10일 정부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김 회장의 인사 조치를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 앞서 청와대는 “조사 결과 김 회장이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의 비서실장 채용 검토 지시를 한 사실과 특별채용 불가를 보고한 인사 담당과 다른 직원에게도 욕설과 폭언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감찰 결과와 자료를 주무부처인 농식품부에 이첩하고 규정에 따라 상응하는 조처를 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갑질 회장’에 발목 잡힌 숙원 사업   

지난 3월 취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우남 한국마사회장. 한국마사회

지난 3월 취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우남 한국마사회장. 한국마사회

마사회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김 회장에 대한 해임 건의와 직무정지 등을 할 수 있다. 마사회 노조는 “김 회장이 이번 파문이 일어난 이후에도 인사 강행을 시도했다”며 “외부 직무관계자와 면담하는 등 경영권을 부적정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3월 김 회장이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마사회 내부에선 새 회장에 대한 기대감이 일부 존재했다. 임명 직후 마사회 노조는 김 회장에 대해 “국회의원 시절에 마사회 임직원의 급여와 복지 수준이 과하다고 지적한 적이 있고 구성원 개인의 급여명세까지 요구한 인물”이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온라인 경마 사업의 추진만큼은 3선 의원 출신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 회장의 이력이 도움될 것으로 봤다.

온라인 경마는 창사 이후 최대 경영 위기에 빠진 마사회의 숙원 사업이다. 현행 한국마사회법은 경마의 마권을 경마장이나 장외 발매소에서만 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마권을 팔려면 법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 회장도 취임식에서 “온라인 발매 도입에 전사적인 역량을 도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9년 당기순이익 1449억원을 올렸던 마사회는 지난해 경마 중단으로 영업에 차질을 빚으며 당기순손실 4368억원을 기록했다.

농식품부 결정이 관건 

코로나19로 중단한 경마를 지난해 6월 무관중으로 재개했던 경기도 과천의 렛츠런파크. 중앙포토

코로나19로 중단한 경마를 지난해 6월 무관중으로 재개했던 경기도 과천의 렛츠런파크. 중앙포토

김 회장의 거취와 온라인 경마 여부는 농식품부에 달려 있다. 현재 국회엔 마권 발매의 제한을 풀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4건 발의돼 있다. 말산업계는 국내 경마가 멈춘 틈을 타 외국 경마 영상을 활용한 불법 사설 경마가 급증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온라인 경마를 허용할 경우 사행성이 있는 경마가 무분별하게 퍼질 수 있다며 우려해 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 발의한 개정안에 대해 다시 논의하면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해 봐야 하겠지만, 농식품부의 입장은 기존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장 김 회장에 대한 정부의 조치가 내려지기 전까지 마사회와 말산업은 사실상 경영 공백에 빠질 전망이다. 9일 말산업 종사자로 구성된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는 “(농식품부는 청와대의) 이첩 사안을 신속히 처리하고 온라인 마권 발매 법률안을 조속히 개정할 것을 요구한다”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생존권 보호를 위한 단체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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