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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나 있을 부실 배식, 군은 환골탈태해야

중앙일보

입력 2021.05.10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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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

“군대는 뱃심으로 행군한다.” 나폴레옹의 발언으로 알려진 이 격언은 현대에도 유효하다. 뛰어난 용사를 만드는 기본은 제대로 된 한 끼 식사이다. 대부분의 군대는 전쟁 중 전투 식량을 먹더라도 최소 하루 한 끼는 제대로 된 따뜻한 밥을 먹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병력이 소모품이란 사고 벗어나
미군 수준 복지 군대 만들어야

그런데 전쟁통도 아닌 지금, 용사들이 식사를 못 챙기는 상황이 발생했다. 휴대 복귀 뒤 코로나 예방을 위해 격리된 용사들이 대상이었다.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는 한눈에도 처참할 정도인 급식판 사진들이 올라왔다. 교도소 죄수의 급식보다 못한 처참한 모습에 ‘콩밥보다 못한 짬밥’이라며 많은 국민이 분노했다.

언론 보도로 문제가 퍼지자 각 부대는 격리자들의 휴대폰 사용 금지에 나섰다. 군이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기보다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부실 배식 사진을 공개한 용사들을 처벌하려는 것으로 알려지자 국민 여론은 더욱 들끓었다.

서욱 국방장관은 부실 배식을 사과하면서 격리 용사들의 휴대전화 사용 허용, 급식 여건 개선, 격리시설의 생활환경 개선 등을 지시했다. 그러나 몇몇 부대에서는 이러한 지시가 잘 지켜지지 않는 듯하다. 게다가 격리 용사를 챙기라고 했더니 일부 부대에서는 격리 대상이 아닌 일반 용사의 배식이 줄어드는 사태도 벌어졌다. 그야말로 밑돌 빼서 윗돌 고이는 하석상대(下石上臺)의 해결책이 난무한다.

‘작전 실패는 용서받아도 배식 실패는 용서받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농담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중요한 지혜가 담겨 있다. 무기로 적을 분쇄하는 것이 군인이라면, 그 군인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한 끼 식사다. 밥도 챙기지 못하는 군대가 무기나 탄약을 제대로 챙길 수 있을 리 만무하다. 한 마디로 군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가부터 진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 군은 부족한 병력을 부대구조 정예화로 극복하겠다는 국방개혁안을 밝혀왔다. 즉 전투부대에 많은 인력을 배치하고 비전투 분야 인력은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비전투 분야에 군수가 포함됐고, 줄어든 군수 인력을 대체할 전문 인력이나 민간 아웃소싱은 준비되지 못했다.

첨단 무기를 바탕으로 하는 현대 전쟁은 안정적인 군수 지원을 전제로 한다. 아프가니스탄·이라크전에 참전한 미군은 전투 인력보다 비전투 인력이 더 많았다. 제아무리 전차·전투기가 많아도 기름 없고 탄약 없고 제때 정비를 못 하면 고철에 불과하다. 현대전에서 보급이 끊긴 지 3일을 넘은 부대는 사실상 전멸에 이른다.

전쟁 초심자는 전술에만 집착하지만 노련한 지휘관은 싸움에 앞서 보급부터 챙긴다. F-35 스텔스 전투기도 좋고 경항모도 좋지만, 기본적인 식사조차 제대로 못 챙기면서 전시에 첨단 무기와 탄약을 챙길 수 있을지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부실 배식은 군 전체의 모습이 아니다. 실제로는 용사들을 제대로 챙기는 부대들이 더 많다. 그런데도 왜 문제가 발생할까? 이는 우리 군이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군대가 아니라는 방증일지 모른다. 즉 지휘관이나 간부들 개인 희생과 노력으로 구조적 문제를 틀어막으면서 억지로 국방을 유지해온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보아야 한다.

육대전을 통해 군 내부 문제가 터져 나오는 것은 지휘부가 용사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증거다. 진정한 민주국가의 군대라면 용사들의 신뢰와 존경을 바탕으로 군대가 건설돼야 한다. ‘용사의 주적은 간부’라는 말이 사라지려면 여전히 병력은 소모품이라는 노동집약적 군대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군만큼 장병 복지가 잘되는 군대를 만들자. 그러나 이에 앞서 용사들의 마음부터 사로잡는 것이 핵심임을 잊지 말자.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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