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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차이나 중국읽기

중국, 3억 일당이 던진 질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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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유상철 중국연구소장

유상철 중국연구소장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인가. 최근 중국에서 회자되는 두 개의 일당(日當)이 중국의 사회주의 정체성을 의심케 하며 많은 중국인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첫 번째는 연초 미국서 대리모를 통해 낳은 아기를 포기해 구설수에 올랐던 여배우 정솽(鄭爽)의 일당. 드라마 ‘천녀유혼(倩女幽魂)’에 77일 출연하고 1억 6000만 위안(약 278억원)을 받았다. 하루 약 208만 위안(약 3억 6000만원)을 챙긴 셈.

두 번째는 베이징 인사국 노동관계처 부처장 왕린(王林)이 민초의 삶을 살핀다며 체험에 나서 번 돈. 그는 중국판 ‘배민’에 해당할 메이퇀(美團)의 직원이 돼 실제 음식배달에 나섰다. 12시간 동안 100위안 벌이가 목표였지만 교통체증 등으로 간신히 5개의 주문만을 소화하며 41위안(약 7100원) 벌이에 그쳤다. 배달이 늦으면 보수의 60%가 깎이는 등 갖은 압력에 시달린 그의 입에선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는 탄식이 터졌다.

중국읽기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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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생업이었지만 일당 차이가 5만배가 넘으며 ‘중국이 과연 사회주의 국가인가’란 의문을 낳았다. ‘무엇이 사회주의인가’와 관련 중국에선 덩샤오핑(鄧小平)의 말이 금과옥조처럼 여겨진다. “사회주의의 본질은 생산력을 해방하고 발전시켜 착취와 양극화를 없애 공동부유를 이루는 것이다”. 여기엔 두 가지 함의가 담겼다. “가난은 사회주의가 아니다”란 것과 “사회주의는 빈부격차에 반대해 공동부유를 이뤄야 한다”는 점이다.

한데 ‘부자는 늘 부유하고 빈자는 갈수록 가난해지는(富者恒富 貧者越貧)’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말해주는 지니계수(0에 가까우면 균등, 1에 가까우면 불평등)의 경우 중국은 여느 자본주의 국가보다 훨씬 상황이 나쁘다. 2008년 0.491에서 2015년 0.462로 떨어졌다가 2018년 다시 0.468로 올랐다. 한국은 그 해 0.345, 미국은 0.390이었다. 『21세기 자본론』의 저자 토마스 피게티는 “중국의 빈부격차가 절대다수의 유럽 국가들을 넘어섰다”고 말한다.

지난해 전국인민대표대회 기자회견에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월수입 1000위안 이하 서민이 6억 명이나 된다고 털어놓았다. 월 2000위안 이하는 9억에 달한다. 모두가 잘사는 사회주의를 표방하며 탄생한 중국 공산당이 오는 7월로 창당 100주년을 맞지만, 대다수 인민의 삶은 여전히 고단하고 팍팍한 게 사실이다. 특히 “적은 것보다 고르지 못한 걸 근심한다(不患寡而患不均)”는 말처럼 갈수록 커지는 빈부격차는 시진핑(習近平)의 중국 공산당에 큰 위협이다. 중국에서 ‘사회주의’보다 ‘애국주의’가 강조되는 한 이유다.

유상철 중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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