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BTS를 찾아라, 아메리카로 뻗는 K팝 오디션

중앙일보

입력 2021.05.1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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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미국 제작사 MGM과 함께 할리우드 유닛 선발 계획을 밝힌 SM의 NCT. NCT 127 등 다양한 유닛으로 활동 중이다. [사진 각 기획사]

미국 제작사 MGM과 함께 할리우드 유닛 선발 계획을 밝힌 SM의 NCT. NCT 127 등 다양한 유닛으로 활동 중이다. [사진 각 기획사]

북·남미에서 K팝 오디션 프로그램 론칭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월 하이브(옛 빅히트)가 유니버설뮤직그룹(UMG)과 손잡고 내년 미국 오디션을 통해 글로벌 보이그룹 론칭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CJ ENM과 SM엔터테인먼트도 연내 새로운 프로젝트 돌입을 알렸다.

하이브, 내년 미국서 보이그룹 선발
SM은 할리우드, CJ 남미서 진행
다국적그룹 넘어 K팝 시스템 이식

CJ ENM은 6일 워너미디어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HBO 맥스와 멕시코를 기반으로 한 제작사 엔데몰 샤인 붐독과 손잡고 남미에서 K팝 DNA를 가진 보이그룹 선발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밝혔다. SM은 7일 미국 제작사 MGM 텔레비전과 함께 할리우드에서 보이그룹 NCT의 새로운 멤버를 발굴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방탄소년단(BTS) 등의 활약으로 세계 음악 시장에서 K팝이 급부상하면서 해외 방송사와 제작사에서도 ‘넥스트 K팝 스타’의 탄생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이다.

K팝에서 글로벌 오디션이 새 개념은 아니다. H.O.T. 등 1세대 아이돌부터 영어 등 외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멤버를 찾으려 해외 오디션을 진행했다. 동방신기 등 2세대 아이돌의 해외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엑소 등 3세대 아이돌은 중국 등 외국인 멤버들이 대거 포함됐다. 2016년 NCT 데뷔 당시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가 “1단계 한류 수출과 2단계 현지 합작을 거쳐 3단계 현지화에 진입했다”고 발표한 것처럼 내수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던 국내 기획사 입장에서 K팝 시스템을 현지에 이식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은 오랜 염원이었다.

Mnet ‘아이랜드’를 통해 선발된 엔하이픈. CJ ENM과 하이브가 합작한 빌리프랩 소속이다. [사진 각 기획사]

Mnet ‘아이랜드’를 통해 선발된 엔하이픈. CJ ENM과 하이브가 합작한 빌리프랩 소속이다. [사진 각 기획사]

SM이 발표한 ‘NCT 할리우드’는 이런 프로젝트의 연장선. 서울을 기반으로 한 NCT 127과 청소년팀 NCT 드림, 중국팀 WayV 등 다양한 유닛이 활동 중이고 인도네시아·베트남 등에서도 준비 중이다. NCT 할리우드는 아시아를 벗어난 첫 팀이자 현지 대형 제작사 MGM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더 보이스’ 등을 연출한 프로듀서이자 MGM 회장인 마크 버넷은 “K팝은 음악의 한 장르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문화적인 현상”이라며 “K팝을 미국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에 매우 흥분된다”고 했다. SM 측은 “연내 채널 확정과 방송이 목표”라고 밝혔다.

하이브는 유니버설 산하 게펜 레코드와 합작 레이블을 설립해 LA에 본사를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게펜은 음악 제작과 글로벌 유통 및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을, 하이브는 아티스트 발굴과 트레이닝, 팬 콘텐트 제작 등을 맡는다. 지난달 저스틴 비버·아리아나 그란데 등이 소속된 이타카 홀딩스를 인수하면서 미국 음악 산업에서 존재감도 더욱 커졌다.

CJ ENM은 ‘미지의 세계’ 남미에서 오디션을 한다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Mnet ‘슈퍼스타K’ ‘프로듀스 101’ 등 히트 프로를 중국·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 리메이크한 적은 있지만 남미와 공동 제작은 처음이다. 지난 3월 발표된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의 글로벌 뮤직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남미 음악 시장 성장률은 15.9%로 아시아(9.5%), 북미(7.4%)보다 훨씬 가파르다.

CJ ENM 측은 “K팝과 K콘텐트의 특성을 모두 가진 오디션 프로그램에 현지 제작사와 협업을 통해 남미의 특성까지 담아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 조지메이슨대 이규탁 교수는 걸그룹 니쥬와 EXP 에디션 등 한국인 없는 K팝 아이돌 그룹을 언급했다. 이 교수는 “현지에서 결성되고 활동해도 현지 그룹으로 인식되면 큰 메리트가 없는 반면 K팝 그룹으로 인식되면 신선함으로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며 “K팝의 문법을 차용한 그룹의 결성 과정을 방송으로 보여주면 초기 단계부터 팬덤 형성에 용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는 “‘디 엑스 팩터’를 통해 결성된 영국의 원디렉션이나 미국의 피프스 하모니처럼 오디션을 통한 스타 탄생은 서구에서도 이미 검증된 모델”이라며 “K팝이 세계 음악 시장에서 보이밴드 혹은 아이돌이라는 카테고리를 모두 점령한 상황에서 충분히 해볼 만한 도전이고 한국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선택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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