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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한 日 "1일 100만명 접종"한다는데…예약사이트부터 먹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연이은 코로나19 방역 실패로 궁지에 몰린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하루 100만명 백신 접종" 카드를 내놨다. 화이자 백신 공급이 원활해지는 5월 중순부터 대규모 접종을 실시해 7월 말까지 의료관계자와 희망하는 모든 고령자에 접종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스가 "7월까지 고령자 2회 접종 완료" 방침 #'느림보 백신 접종'에 비판 나오자 일정 당겨 #지자체 20%는 백신 접종 의료진 부족 호소 #바흐 IOC 위원장 17일 방일도 취소될 듯

7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 시민들이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긴급사태 연장 기자회견 장면을 보며 거리를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7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 시민들이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긴급사태 연장 기자회견 장면을 보며 거리를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하지만 의료진 부족과 접종 예약 시스템 미비 등으로 목표 달성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스가 총리는 7일 도쿄(東京)도 등에 내려진 긴급사태 연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1일 100만 회의 접종을 목표로 해 7월 말을 염두에 두고 희망하는 모든 고령자에게 2회 접종을 마치도록 정부로서 온갖 수단을 다해 지자체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도쿄와 오사카(大阪)에 하루 1만명 이상 접종이 가능한 대규모 접종센터를 마련해 24일부터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거론했다.

총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65세 이상 고령자는 약 3600만 명. 이들이 전원 2차 접종까지 마치려면 7200만 회의 접종이 필요하다. 이달 24일부터 7월 31일까지 매일 100만 회를 접종하면 총 6900만 회를 접종할 수 있어, 희망자에 한해서는 접종 완료가 가능하다는 게 일본 정부의 계산이다.

인터넷 다운되고 전화는 먹통  

일본 정부는 당초 9월 정도까지 고령자 접종을 완료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세 차례에 걸친 긴급사태 선언에도 감염자가 줄지 않고, 백신 접종률마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인 상황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접종 완료 시점을 대폭 당긴 것이다.

하지만 막상 접종을 진행해야 하는 지자체들은 대상자 안내 및 예약 작업, 접종 장소 및 의료진 확보 등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일본 나가노현 기타아이키 마을에서 의료 종사자가 가정을 방문해 노인에게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21일 일본 나가노현 기타아이키 마을에서 의료 종사자가 가정을 방문해 노인에게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미 일본에선 백신은 있는데 시스템이 못 따라가 접종을 못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9일까지 정부가 지자체에 고령자 접종용으로 670만 회분의 백신을 보냈지만, 지난 6일까지 겨우 24만 회의 접종이 이뤄졌다.

9일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에 따르면 가장 큰 문제는 백신을 접종할 의료진 부족이다. 후생노동성의 지난달 조사에 따르면 집단 접종센터를 설치하는 지자체 중 약 20%가 의사나 간호사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고령자에 앞서 완료됐어야 할 의료진 접종마저 겨우 25% 정도만 마친 상황이다.

예약 과정에도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6일 도쿄에서는 통신업체 NTT 동일본의 통신망이 멈추면서 일반전화 착신이 제한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여러 지자체가 백신 접종 예약을 받기 시작하자 인터넷에 익숙지 않은 고령자들이 구청 등에 일제히 전화를 건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아사히 신문은 전했다.

앞서 3일에는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하마(橫浜)시에서 백신 예약 사이트가 개시 45분 만에 먹통이 되면서 관계자들이 사과하기도 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9일 지자체별로 접종을 진행하면서 주민등록이 돼 있는 지자체 이외에서는 접종할 수 없는 상황이 예상된다며 "국가가 접종 관련 정보를 일원화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긴급사태 연장에도 확진자 급증 

일본의 코로나19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8일 일본에서는 7192명의 하루 확진자가 나와 4개월 만에 처음으로 7000명을 넘어섰다. 이날 수도 도쿄에서도 1월 이후 가장 많은 1121명이 확인됐으며, 전국 13개 광역자치단체에서 역대 최다 확진자가 나왔다. 일본에서 코로나19 유행 이후 가장 많은 확진자 수는 지난 1월 8일의 7952명이었다.

지난달 28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일본 도쿄 오다이바에 설치된 올림픽 조형물 앞을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일본 도쿄 오다이바에 설치된 올림픽 조형물 앞을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쿄 등 6개 광역자치단체에 발효 중인 긴급사태가 이달 말까지로 연장됐지만, 이미 확진자가 폭발적인 증가 국면으로 들어선 만큼 감염 억제 효과가 나타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한편 지난 6일 기준 일본 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총 419만 7463회 이뤄졌다.

이에 따라 오는 17일로 예정됐던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방일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75일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을 중단하라는 인터넷 사이트(chang.org) 청원에는 9일 오후 3시까지 30만명이 넘게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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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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