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G7, 베이징 침공한 팔국연합" 中, 안보리 소집해 쏘아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일 “국제평화와 안보 수호: 다자주의와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시스템 수호”를 주제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순회 의장국인 중국의 소집으로 열린 안보리 고위급 특별 회상 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연설하고 있다. [유엔 사이트 캡처]

7일 “국제평화와 안보 수호: 다자주의와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시스템 수호”를 주제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순회 의장국인 중국의 소집으로 열린 안보리 고위급 특별 회상 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연설하고 있다. [유엔 사이트 캡처]

“유엔이 다자주의 기치다.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해야 한다.”

왕이 "유엔이 진정한 다자주의" G7 우회비판 #블링컨 "국제 질서 위반, 힘으로 바로잡을 것" #라브로프 "민주주의 서밋은 특별한 이익 클럽"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순회 의장국 자격으로 화상 특별회의를 소집해 유엔이 진정한 다자주의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중 연대' 구축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유엔을 통한 견제에 나선 것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장도 이 자리에서 “미국이 소집하려는 민주주의 정상회담은 어느 때보다 통합이 필요한 과제에 직면한 세계를 가르는 선을 긋고 국제적인 긴장을 악화시킬 것이며, 이념에 기반을 둔 새롭고 특별한 이익 클럽”이라며 중국을 거들었다.

안보리 고위급 특별 회상 회담에서 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연설하고 있다. [유엔 사이트 캡처]

안보리 고위급 특별 회상 회담에서 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연설하고 있다. [유엔 사이트 캡처]

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거짓 정보나 무기화한 부패로 다른 나라를 겨냥하거나, 다른 나라의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와 민주제도를 훼손하거나, 해외 언론인이나 반체제 인사를 탄압할 때 그 나라는 경멸받는다”면서 “미국은 국제 질서를 무시하고 모두가 동의하는 규칙이 존재하지 않는 척하거나 멋대로 위반하는 나라를 보았을 때 힘으로 바로잡을 것”이라며 반격했다.

유엔의 공식 중국어 사이트는 7일 '왕이와 블링컨 장관 안보리에서 첫 ‘충돌’, 각각 국제평화·안보·다자주의 수호 입장을 밝혔다'는 보도문을 게재하고 이날 유엔 안보리를 무대로 펼쳐진 블링컨과 왕이, 라브로프 장관의 설전을 자세하게 전했다.

7일 “국제평화와 안보 수호: 다자주의와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시스템 수호”를 주제로 안보리 고위급 특별 회상 회담이 열렸다. [유엔 사이트 캡처]

7일 “국제평화와 안보 수호: 다자주의와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시스템 수호”를 주제로 안보리 고위급 특별 회상 회담이 열렸다. [유엔 사이트 캡처]

이날 안보리 고위급 회담은 지난 5일 런던에서 열린 G7(Group of 7, 7국 집단)에 초대받지 못한 중국이 러시아를 끌어들여 마련한 맞대응 카드의 성격이 짙다. 미국이 영국·일본·프랑스·독일·캐나다·이탈리아 등 서구 선진국을 앞세워 대만과 신장·홍콩 카드 등을 총동원해 중국을 압박하자 유엔 안보리 카드로 중국이 ‘멍군’을 부른 셈이라고 베이징 외교가는 평가했다. 한 소식통은 “다음 달 런던에서 열릴 G7 정상회담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제 지도를 새롭게 그릴 첫번째 대면 다자회담으로, 여기에 초대받지 못한 중국의 초조감이 안보리 특별 화상회담에 반영됐다”며 “G7 세르파 회담에서 안보리 카드를 쓴 중국이 내달 정상회담에서는 어떤 카드로 맞대응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왕이는 이날 미국의 제재 공세에 대해 ‘이중표준’이라며 비난했다. 왕 부장은 “제재 시행과 같은 강제성 조치를 하려면 반드시 다른 비강제적인 수단을 모두 썼다는 전제가 필요하다”면서 “안보리를 건너뛴 일방주의 행동은 모두 합법성이 없다.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신장과 홍콩 탄압을 이유로 부과한 제재에 대한 공격이다.

러시아 라브로프 장관도 가시 돋친 발언으로 미국 공격에 가세했다. 지난 3월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 공방전 2라운드에 러시아를 끌어들여 2:1 구도를 만든 셈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서방국가에 다자주의는 늘 다른 나라가 자신들이 만든 국제질서를 준수하도록 강제하는 구실”이라고 일갈했다.

중국이 소집한 안보리 고위급 회의에서 왕이 부장은 직접 사회를 봤다. 러시아·미국·멕시코·베트남·니제르·케냐·아일랜드·노르웨이·에스토니아·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등 11개국 외교장관과 인도·영국·프랑스 3개국 외교차관이 참석했다. 유엔 본회의 순회 의장인 볼칸보즈크르 터키 국회 외교위원장도 참석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 브리핑에서 “집단정치가 다자기구의 권위성과 유효성을 해치고 있다”며 G7을 향한 공세를 이어갔다.

중국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오합기린(烏合麒麟)’이 G7 외교장관 회의를 1900년 베이징을 침공한 '8국 연합군' 에 빗대 패러디한 사진 [웨이보 캡처]

중국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오합기린(烏合麒麟)’이 G7 외교장관 회의를 1900년 베이징을 침공한 '8국 연합군' 에 빗대 패러디한 사진 [웨이보 캡처]

지난 4일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열린 G7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일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열린 G7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900년 '팔국 연합군' 패러디 사진 화제

한편 중국이 안보리를 소집한 7일 중국 SNS에는 G7 공식 사진을 패러디한 사진이 퍼졌다. 중국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오합기린(烏合麒麟)’이 1900년 베이징을 침공한 8국 연합군 사진을 G7 사진의 구도로 재구성한 뒤 “지난번 이 무리가 중국을 위해 함께 했던 게 1900년. 12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꿈을 꾸고 있다”는 글과 함께 게재했다. 북경일보도 공식 웨이보에 1900년 영국·미국·호주·인도·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이탈리아·일본군 원본 사진을 올리며 중국 네티즌의 “120년이 지났어도 강도 본성은 버리기 어렵다” “중국은 이미 1900년의 중국이 아니다”라는 댓글을 소개했다. ‘오합기린(烏合麒麟)’은 지난해 12월 호주 군인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민간 어린이를 살해하는 장면을 합성한 사진을 만든 당사자다. 당시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트위터에 이 합성 사진을 올려 호주 정부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