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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마케팅 통한다"···동남아에 깃발 꽂는 '네카라쿠배'

중앙일보

입력

#1. 베트남의 경제 수도 호찌민의 ‘배민’에서 일하는 응우옌 딩 당 코아는 틈날 때마다 배민(배달의민족)의 경영 철학과 일하는 방식에 대한 내용을 담은 ‘우아한 크레도’라는 책자를 읽는다. 회사에서 만든 한국어 강좌도 빼놓지 않고 듣고 있다. 소규모 소통 모임인 ‘우아한 런치’에 참여하고 있다.

이 회사 직원의 90%는 현지인이다. 그런데 마케팅은 한국식이다. 한국에서 성공했던 톡톡 튀는 감성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배민은 2018년 베트남에 진출해 3년여 만에 호찌민 등 주요 도시에서 그랩에 이어 2위 사업자로 뛰어올랐다.

인도네시아 카카오페이지 플랫폼에서 서비스 중인 웹툰 '사내맞선'. [사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인도네시아 카카오페이지 플랫폼에서 서비스 중인 웹툰 '사내맞선'. [사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2. 웹툰ㆍ웹소설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를 서비스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직원인 정모 매니저는 다음 달 ‘카카오페이지 타이완’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매일 현지 직원과 수시로 카카오톡ㆍ화상회의를 연다. 지난해 대만 타이베이 신이구에 설립된 카카오페이지 타이완 법인에는 현재 50여 명이 근무 중이다. 카카오페이지는 다음 달 대만과 태국에서 각각 웹툰 서비스를 시작한다.

국내 대표 플랫폼 사업자들이 잇따라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른바 ‘네카라쿠배(네이버ㆍ카카오ㆍ라인ㆍ쿠팡ㆍ배민)’라고 불리는 플랫폼 기업이 해외 시장에 안착했거나 신산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네이버, 일본 라인·야후재팬에 스마트스토어 접목

글로벌 영토 확장 나선 ‘네카라쿠배’.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글로벌 영토 확장 나선 ‘네카라쿠배’.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웹툰ㆍ라인 메신저 등으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네이버는 올해 3월 1일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야후재팬 간 경영 통합을 완료했다. 이를 발판으로 네이버 쇼핑의 스마트스토어 기술을 라인과 야후재팬 등에 접목할 계획이다. 네이버가 국내 시장에서 입증한 스마트스토어의 기술을 제공하면, 이를 라인이나 야후재팬이 일본 상황에 맞는 서비스로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29일 실적 발표 때 “일본 스마트스토어 출시를 통해 글로벌 커머스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며 “스페인 최대의 리셀(되팔기) 플랫폼 왈라팝과 인도네시아 최대 미디어그룹인 엠텍에 전략적 투자를 집행하며 글로벌에서 다양한 사업 확장을 위한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라인 메신저는 일본ㆍ대만ㆍ태국ㆍ인도네시아 등 4개국에서만 월간 사용자가 1억6700만 명에 달하는 글로벌 메신저로 성장했다. 네이버의 동영상 메신저 플랫폼인 ‘스노우’도 일본ㆍ한국ㆍ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누적 가입자 수 2억 명에 달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는 미국·일본ㆍ중국 등 해외 사용자 비중이 90%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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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내달 대만·태국서 카카오페이지 출시  

카카오는 일본에서 현지법인 카카오 재팬을 통해 웹툰 플랫폼인 ‘픽코마’를 운영하는 한편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인도네시아에서 카카오페이지 법인을 운영 중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다음 달엔 대만과 태국에서 웹툰 플랫폼을 론칭한다. 이와 별개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타파스(북미)ㆍ텐센트 동만(중국) 등에 웹툰을 공급하고 있다.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지난 6일 컨퍼런스콜에서 “오는 6월 대만과 태국을 시작으로 더 넓은 글로벌 무대에서 스토리 엔터테인먼트의 혁신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베트남 진출 배민, 아시아 15개국 사업 총괄  

베트남 호치민 시내의 배민 광고판. [사진 우아한형제들]

베트남 호치민 시내의 배민 광고판. [사진 우아한형제들]

배민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올해 3월 딜리버리히어로(DH)와 합병하기 이전인 2018년 자체적으로 베트남에 진출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은 DH와 우아한형제들의 합작법인인 ‘우아DH아시아’의 이사회 회장을 맡고 있다. 김 의장은 향후 일본ㆍ대만ㆍ라오스ㆍ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15개국의 사업을 총괄할 예정이다. 쿠팡은 지난달부터 싱가포르 법인에서 근무할 운영ㆍ유통ㆍ물류 부문 임원과 실무 개발자 인력 10여 명에 대한 채용을 진행 중이다.

이들 기업은 분야는 다르지만 각자 국내에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시장만 놓고 보면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는 전략”이라며 “인터넷 시장이 덜 발달해 있어 상대적으로 기회가 많은 동남아 시장부터 공략해 이를 교두보 삼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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