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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씨父 "부검으로 얼굴 처참…와신상담 심정으로 버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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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손정민씨의 아버지 손현씨가 어버이날인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택시승강장 앞에서 차종욱 민간구조사를 만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故 손정민씨의 아버지 손현씨가 어버이날인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택시승강장 앞에서 차종욱 민간구조사를 만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와신상담(臥薪嘗膽)'

섶나무 위에서 잠자고 쓸개를 핥는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온갖 괴로움을 참고 견딘다는 의미다.

한강 실종 의대생 손정민(22)씨의 아버지 손현(50)씨는 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요즘 딱 이 사자성어 같은 심정"이라고 했다.

손씨는 "부검으로 처참해진 아들의 얼굴을 본 부모가 몇이나 되겠나"라며 "그 모습을 떠올리면 없던 힘도 난다. 정민이의 죽음에 얽힌 의혹을 밝히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날 아들을 떠나보낸 손씨는 처음으로 아들 없는 어버이날을 맞았다. 그는 "아들 없는 어버이날을 상상해본 적이 없다"며 "그래도 한강을 바라볼 때마다 저 큰 곳에서 정민이를 발견한 게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모 걱정 그만하라고 나타난 것 같다"고 했다.

손씨는 지난 5일 발인 후 아들을 집에 모셨다. 유골함은 아들 방 책상 위에 뒀다고 한다. 손씨는 "정민이가 생전 좋아했던 유튜버의 방송도 24시간 틀어준다"며 "아들이 없는 게 아직 실감 안 난다"고 했다.

차종욱 민간구조사가 어버이날인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택시승강장 앞에서 故 손정민씨의 아버지 손현씨(오른쪽)에게 카네이션을 전달하고 있다. 뉴스1

차종욱 민간구조사가 어버이날인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택시승강장 앞에서 故 손정민씨의 아버지 손현씨(오른쪽)에게 카네이션을 전달하고 있다. 뉴스1

손씨는 이날 오후 3시쯤엔 정민씨 친구의 사라진 휴대전화를 찾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을 만나기로 했다. 이 휴대전화는 수사에 주요 단서가 될 것으로 추정되는 물건이다.

봉사자 중엔 앞서 한강에서 정민씨 시신을 찾은 민간구조사 차종욱(54)씨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차씨 주도로 어버이날을 맞아 손씨를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는 "봉사자분들이 어버이날이라고 저한테 조그만 마음의 선물을 하고 싶다 하셔서 나가게 됐다"며 "사실 그런 자리가 현재로선 부담스럽지만, 일면식도 없는 분들이 저희 아들을 위해 고생하시는데 저도 겸사겸사 고마움을 표해야 할 것 같아 거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반포한강공원에 걸려 있던 '실종된 아들을 찾는다'는 현수막. 중앙포토

지난달 29일 반포한강공원에 걸려 있던 '실종된 아들을 찾는다'는 현수막. 중앙포토

손씨는 지난달 25일 새벽 아들이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이후부턴 회사에 휴가를 내고 백방으로 이 사건에 매달려왔다.

혹여 '아들이 납치를 당해 원양어선에 끌려 갔을까' 불법 구인 사이트를 뒤지는가 하면, 한강 수풀 속에 쓰러져 있을 정민씨를 상상하며 인근을 샅샅이 살폈다. 한강공원 주변에 현수막도 걸었다.

그러다 사흘 뒤 자신의 블로그에 '아들을 찾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정민씨의 실종을 세상에 알렸다. 빈소에서도 기자들을 만나 사건에 대한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지난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한강 실종 대학생 고(故) 손정민군의 발인을 앞두고 아버지 손현씨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뉴스1

지난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한강 실종 대학생 고(故) 손정민군의 발인을 앞두고 아버지 손현씨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뉴스1

손씨는 "발인 이후에도 기자와 경찰, 선임한 변호사 등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는데 힘든 줄 모르겠다"며 "이 사건에 대한 의문점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고 변죽만 울릴까 불안한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일상으로의 복귀도 준비하고 있다는 그는 "이런 일이 생기면 왜 가정이 망가지는지 알겠더라"면서 "여기에 매달리게 되니 본업이고 뭐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애쓴다고 누군가가 기소되고 그런 게 아니지 않나"라며 "경찰에 수사를 맡기고 변호사에게도 최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회사로 돌아가기까지 남은 2주 동안 어느 정도 선에선 현재 상황을 정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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