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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10분 동네’출현…포스트 코로나 시대 변화상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정영의 이웃집 부자이야기(77)

코로나가 세상을 많이 바꾸었다. 언젠가 언택트 시대가 끝나면 예전의 삶의 방식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대부분의 전문가는 ‘노’라고 대답한다. 바람이 강의 물줄기를 바꾸지는 못한다고 했지만, 코로나로 큰 물줄기가 바뀌고 더 큰 변화를 경험할 것으로 내다봤다. 바뀐 세상에 생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변화된 환경에 잘 적응해야 살아남는다. 아니면 도태되니까. 코로나 이후의 뉴노멀은 무엇일까.

코로나 이후 어떤 직업이 번창하고 어떤 직업이 쇠퇴할지를 구체적으로 연구한 보고서가 있다. 매켄지가 8개국(미국·중국·인도·일본·영국·프랑스·독일·스페인)을 대상으로 조사·연구하여 지난 2월 펴낸 보고서 ‘The future of work after COVID-19’를 소개한다. 이들 국가는 전 세계 인구의 절반과 GDP(국내총생산)의 62%를 차지한다.

이 보고서는 800개 이상의 직업을 직장 동료, 고객과의 상호작용과 근접성에 따라 10개로 분류해 사라질 직업과 유망한 직업을 분석하고 예측하였다. 언택트 시대에 사라지거나 위축될 직업은 현장에서 고객을 대면하는 직업군으로 소매점, 은행, 우체국을 대표적으로 꼽았다. 이들 직업은 E-커머스나 디지털 거래로 빠른 속도로 전환될 것으로 봤다.

코로나 이후 800개 직종에서 2000개 업무가 재택근무로 바뀌고 선진국의 일자리 20~25%를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코로나 이전에 비하면 4~5배 늘어난 수치다. [사진 pixabay]

코로나 이후 800개 직종에서 2000개 업무가 재택근무로 바뀌고 선진국의 일자리 20~25%를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코로나 이전에 비하면 4~5배 늘어난 수치다. [사진 pixabay]

다음은 지난해 이미 상당한 타격을 받았지만 레저와 여행 업종이다. 호텔, 음식점, 공항, 오락과 유흥업소다. 장기적으로 이들 직업군은 노동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보았다. 또 회사, 병원, 법원, 공장 등 컴퓨터 베이스 사무직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다. 선진국 일자리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이 분야는 대면이 필요한 극소수 인력을 제외하고는 원격 업무로 대체될 전망이다. 반면, 실내가 아닌 외부공간에서 작업이 일어나 대면 접촉이 적은 공사장, 공장, 농장과 주거 및 상업용 유지 보수 업무는 비교적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보았다. 중국, 인도 등에서는 이 분야 일자리가 35~55%를 차지한다.

코로나 이후 직업 환경 트렌드는 다음과 같이 크게 3가지 방향으로 변화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재택근무와 화상회의 증가
800개 직종에서 2000개 업무가 재택근무로 바뀌고 선진국의 일자리 20~25%를 대체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 이전에 비하면 4~5배 늘어난 수치로, 주거 환경도 대도시에서 교외나 근교 소도시로 바뀐다. 상시 출근하는 사람이 줄어 도심 사무실 공간도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강남 사무실 공실률이 늘어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전자상거래의 급성장
E-커머스는 나라에 따라 2~5배 성장했고, 이에 따라 배송, 창고업이 크게 성장했다. 중국에서는 2020년 상반기 전자상거래, 배송, 소셜미디어 관련 일자리가 510만 개 증가했다. 의사의 원격 진료, 온라인 뱅킹과 스트리밍 엔터테인먼트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인도에서는 지난해 6개월 만에 원격진료가 10배 늘어났다.

자동화와 AI로의 급속한 전환
고객과의 대면이나 물리적 접근성이 큰 직업은 자동화나 AI 도입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800여 명의 CE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3분의 2는 자동화, 로봇, AI에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특히 식료품점, 콜센터, 창고업, 제조공장 등에서 현장 밀도를 낮추고, 늘어나는 수요에 맞추기 위해 그 필요성이 크다.

좋든 싫든 우리는 언택트 시대의 급격한 직업 환경 변화에 대처해나가야 한다. 단순노동은 점점 축소되거나 대체되고, STEM(과학· IT ·기술· 수학 등 융합) 등 고급 지식 수요는 크게 늘어난다. [사진 pixabay]

좋든 싫든 우리는 언택트 시대의 급격한 직업 환경 변화에 대처해나가야 한다. 단순노동은 점점 축소되거나 대체되고, STEM(과학· IT ·기술· 수학 등 융합) 등 고급 지식 수요는 크게 늘어난다. [사진 pixabay]

이상과 같이 코로나로 인한 직업 환경은 급격하게 변화될 것이다. 저임금 비숙련 노동수요 축소는 가속화되고,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등 융합 분야 고급인력 수요는 늘어날 것이다. 위 8개국은 12명 중 한명에 해당하는 약 1억 명의 노동자가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한다.

언택트 이후 사회는 장거리 이동이 줄어들어 주거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근교 소도시가 인기를 끌고, 주거지 중심으로 보건· 의료·도서관·육아·체육 등 생활기반 시설이 갖추어진 ‘10분 동네’가 현실화할 것이다.

좋든 싫든 우리는 언택트 시대의 급격한 직업 환경 변화에 대처해나가야 한다. 단순노동은 점점 축소되거나 대체되고, STEM(과학·IT·기술·수학 등 융합) 등 고급 지식 수요는 크게 늘어난다.

정책 결정자들은 디지털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맞추어 기업과 근로자들을 지원해 나가야 한다. 정부와 기업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게 학교와 근로 현장에서 새 기술을 공부하고 습득하도록 도와야 한다. 시간은 걸릴 것이다. 그러나 그래야만 점점 기울어지는 운동장을 바로잡고, 더욱 건강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청강투자자문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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