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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럽, 아시아계 혐오 범죄 늘어 사회통합 위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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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5호 08면

[SPECIAL REPORT] 외국인 230만 시대 

지난 3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인종혐오 반대 시위에 나선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 [중앙포토]

지난 3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인종혐오 반대 시위에 나선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 [중앙포토]

지난 3일(현지 시각) 미국 볼티모어 펜실베니아 애비뉴의 ‘원더랜드 주류매장’에 한 50대 남성이 들어와 가게주인인 한인 자매를 벽돌로 공격했다. 이 사고로 이들은 머리에 큰 부상을 입었다. 하루 전날인 2일 오후엔 뉴욕 맨해튼 42번가에서도 아시아 여성 2명을 겨냥한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내에서 아시아계 등 다른 인종을 향한 혐오 범죄는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3월 1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근교에 있는 마사지숍과 스파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나 한인 4명을 포함해 아시아인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은 미국 내 아시아계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다. 당시 조지아주에서 유학 중이던 다코다 정(27세)씨는 “일상생활을 하기도 무섭다”며 “한국으로 돌아갈 채비를 할 것이다”라며 두려움을 토로했다.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과 증오 범죄는 미국 전역에서 증가 추세로 나타났다. 지난 3월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증오 과격주의 연구센터’가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 16개 도시 증오 범죄 발생 건수를 경찰 데이터를 토대로 조사했다.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 범죄는 지난해 122건으로 2019년(49건)보다 2.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에서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1년간 아시아계를 겨냥한 폭력 사건이 1150건이나 발생했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2월 영국에서는 사우샘프턴대 재무관리 관련 강의를 하는 중국 톈진 출신 펑 왕(37)씨가 20대 백인 남성 4명에게 집단으로 폭행을 당했다. 백인 남성들은 “바이러스는 꺼져라”라는 폭언도 했다.

계속되는 외국인 혐오 및 차별 범죄에 심각성을 느낀 해외 각국 정부는 뒤늦게 대응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지난 3월 3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시아계 혐오범죄에 침묵해선 안 된다”며 연방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관련 태스크포스를 신설했다. 미 의회에서는 ‘증오범죄 방지 법안’이 제출돼 연방 상원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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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과 외국인 차별이 상대적으로 적은 나라로 알려진 캐나다도 최근 관련 범죄가 잇따르자 대책을 마련 중이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밴쿠버의 사두 존스턴 도시 관리국장은 “최근 반아시아 정서의 급증은 충격적”이라며 “모든 인종은 밴쿠버에서 환영받으며, 인종차별적 행동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라고 말했다.

영국도 외국인 무차별 폭행 등 늘어나는 인종차별 범죄에 대해 일찌감치 대응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영국은 시민과 정치권과 지방 정부가 한목소리를 낸 것이 주목할 부분이다. 우선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인종차별 반대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영국 곳곳에서 인종차별적 조형물 등의 제거 청원 운동이 대표적 사례다. 지역 하원의원, 지역 의회 의원들도 인종차별주의자나 노예무역상 등의 동상 철거를 요구했다. 영국 지방자치협의회는 인종차별 규탄 대중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고 동상 철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촉구했다. 이민정책연구원의 유민이 부연구위원은 “유럽이나 미국, 캐나다처럼 외국인 이민자를 받아들인 역사가 오래된 나라들이 인종차별에 어떻게 대응하고 사회통합 정책을 펼치는지 한국 사회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성표 기자, 원동욱 인턴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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