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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주가 변동성 줄이려고 액면가 조정 감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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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5호 14면

실전 공시의 세계

사진 삼성중공업

사진 삼성중공업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는 일반적으로 주가에 악재로 작용합니다. 주주에게 아무런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주식을 회수·소각(무상감자)하는 기업들 대부분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주식을 무상감자하면 자본잉여금이 발생해 자본잠식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일반적 주식병합 형태와 달라 #재무 개선 위해 유증 계획도

회사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유상증자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발행주식 수가 늘어나고 주주지분에 희석효과가 생기므로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삼성중공업이 지난 4일 무상감자를 하겠다고 공시했습니다. 무상감자가 완료되면 이후 유상증자를 하겠다는 계획도 동시에 밝혔습니다. 악재성 공시 2개를 한꺼번에 낸 셈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사례는 좀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우선 무상증자의 목적은 재무구조 개선인데, 감자방식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무상감자는 대개 주식을 병합하는 방법으로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 5주를 같은 액면가 주식 1주로 병합합니다. 이렇게 하면 자본금이 80% 감소하고, 감소한 자본금 액수만큼 자본잉여금으로 대체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삼성중공업은 주식병합이 아니라 액면가를 조정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액면가를 5000원에서 5분의 1인 1000원으로 조정합니다. 주식 수는 그대로 유지합니다. 이렇게 하면 5대 1 주식병합 감자처럼 자본금의 80%가 줄어들고, 그 금액만큼 자본잉여금이 발생해 자본구조가 개선됩니다. 주식 수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기준 주가를 조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삼성중공업은 병합감자로 주가 변동성을 키우기보다는 주가 흐름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액면가 조정 감자를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액면가를 1000원으로 낮춰 놓으면 현재 주가가 액면가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거의 없습니다. 주가가 액면가 밑으로 떨어지면 유상증자를 하는 절차가 아주 까다로워집니다.

이 회사는 유증 목적에 대해 “선제적으로 자금을 확보해 친환경 기술 개발, 스마트 생산시설 구축 등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그보다는 선박건조에 필요한 RG(선수금 환급보증)를 차질없이 발급받기 위해서는 부채비율 감소 등 유증을 통한 재무개선이 필요하다는 점, 선박 대금 결제조건이 불리해 조선사가 스스로 상당한 자금을 가지고 있어야 원활한 선박 건조가 가능하다는 점 등 현실적 이유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연말 이후 급속도로 증가한 수주가 실적에 기여하는 시점은 2023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회사는 내년까지 적자가 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2023년에 흑자 전환한다면 8년 연속 적자 뒤의 첫 흑자입니다. 이번 삼성중공업의 무증과 유증이 일반적인 사례와는 다르다고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으로의 주가 향방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수주 선박의 수익성(수주가격), 현재 보유 중인 재고자산(시추선 설비)의 매각 여부 등 지켜봐야 할 요소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중앙일보·이데일리 등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오랫동안 기업(산업)과 자본시장을 취재한 경험에 회계·공시 지식을 더해 재무제표 분석이나 기업경영을 다룬 저술·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1일3분1공시』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뻔 했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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