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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맞춤 로비 펀드 아닌가"…라임 청문회 된 김부겸 청문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테티스 11호(라임 자산운용 비공개 사모펀드)의 존재를 알고 경악했습니다. 어떻게 피해자들에겐 2000억원 피해를 주고 사기 행각을 벌이면서 뒤로는 이런 펀드를 만들어서 팔 수 있는지…. 대한민국에 이런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습니까.”

7일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구집 라임 사태 피해자대책위 대표는 김 후보자 둘째 딸 가족이 가입한 테티스 11호를 언급하며 눈물을 흘렸다. 정 대표가 “가해자들이 당당한 궤변을 늘어놓는다. 피해자 중 (김 후보자 가족 같은) 가입 조건을 제안받은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하며 울먹이자 청문회장이 숙연해 졌다.

이날 청문회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테티스 11호였다. 이 라임 펀드에 김 후보자 딸 가족이 가입한 게 특혜냐를 놓고 여야 의원들이 공방을 벌였다.

“김부겸 딸 가족 위한 맞춤형 로비 펀드”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뉴시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뉴시스

테티스 11호는 라임 사태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1심서 징역 15년 선고)이 사태 공론화(2019년 6월) 두달 전인 2019년 4월 김 후보자 둘째 딸 가족을 가입자로 367억원을 설정한 펀드다. 이 전 부사장이 소유한 A사가 349억원, 이 전 부사장이 6억원을 댔고, 김 후보자 둘째 딸과 사위·손녀·손자 명의로 각각 3억원씩 총 12억원이 들어갔다. 김 후보자는 당시 행안부 장관이었다.

야당은 이 펀드가 “이 전 부사장이 김 후보자 가족만을 위해 조성한 맞춤형 펀드이자 유력 정치인 가족을 배후로 두기 위한 로비용 펀드”(국민의힘 김도읍 의원)라고 공세를 폈다. 또한 다른 라임 펀드와 달리 테티스 11호는 성과 보수나, 환매 수수료가 0%인 데다가 환매 제한도 없는 점을 들어 “비정상 특혜”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펀드에 349억원을 댄 A사가 문재인 정부 들어 총 14억5000만원(2017~2019년)의 정부 보조금을 받은 사실도 지적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테티스 11호는 (법정 진술이 없었다면) 아무도 모르는 펀드였다”며 “김 후보자 가족 수익률이 5% 이상이었는데, 바로 (돈을) 빼버렸으면 아무도 몰랐을 펀드”라고 지적했다.

반면 여당은 둘째딸 가족이 라임 환매 중단 사태(10월 10일) 직전 환매를 신청(10월 4일)했다가 실패한 점을 들어 “손해를 본 피해자”(서영교 민주당 의원)라는 논리로 방어막을 쳤다.

'조국 흑서' 저자인 김경율 회계사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흑서' 저자인 김경율 회계사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조국흑서(黑書)’라고 불리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공동 저자인 김경율 회계사도 참고인 자격으로 청문회에 출석했다. 김 회계사는 “테티스 11호가 지극히 유리한 조건이고 특혜라는 걸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이건 김 후보자가 언설(言說)로 호소할 게 아니라 조사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 후보자 가족이 피해자라는 주장에는 “피해와 특혜의 범주는 다르다. 다분히 특혜적인 요소가 가득하다”고 반박했다. 테티스 11호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이른바 ‘정경심 펀드’ 논란과 유사하다는 주장도 했다.

이종필 전 부사장이 테티스 11호를 조성하면서 판매 담당자에 “가입자가 김부겸 장관 사위”라고 말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라임 펀드 판매 사기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장영준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은 이날 “펀드 개설 뒤 (사위) 최모씨가 김 후보자 사위라는 걸 누구에게 들었냐”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이 전 부사장에게 전화로 들었다”고 답했다.

김부겸 “경제 활동 주체 제 사위, ‘딸 가족’은 프레임”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왼쪽)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왼쪽)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김 후보자는 이날 라임 펀드 의혹을 적극 부인했다. 그는 “경제 활동 주체가 제 사위인데, ‘김부겸의 딸 가족’이라고 하는 자체가 일종의 프레임”이라며 “제가 편법을 하거나 권력형 행사를 했다면 어떻게 지금까지 버텼겠나”라고 반박했다. “도저히 제가 알 수 없는 영역에 그림을 그려놓고 ‘이런데도 아니냐’고 하면 뭐라 하겠나”라고 말할 땐 목소리 톤이 높아지기도 했다.

과거 김 후보자 아내가 운영했고, 현재 후보자 여동생이 운영하는 컴퓨터 보수 업체의 수의계약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도 “자꾸 의혹을 부풀리지 말고 사실대로 (자료를) 요구하라”며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직후부터 이어온 계약이고 제 여동생이 내일모레 60세”라고 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그는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태도를 지적하자 이내 “제가 부족했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김 후보자는 향후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느냐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는 “총리가 마지막 공직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총선, 당 대표 선거를 거치며 지금 시대를 제가 감당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선 “사면은 대통령께 주어진 유일한 권한으로 누구를 해달라 말할 순 없다”면서도 “전직 대통령이 영어(囹圄)의 몸인 것 자체는 안타까운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청문특위는 오는 10일 오후 2시 전체회의를 열어 청문보고서 채택의 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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