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진핑의 거대한 야망 '일대일로'가 부닥친 가장 큰 문제

중앙일보

입력

‘아프리카 최장 길이’를 자랑하는 모잠비크의 현수교, 파키스탄의 심해항, 니제르의 다목적댐….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추진하는 인프라 사업이란 점이다.

중국이 아프리카 모잠비크에 건설한 현수교 [신화=연합뉴스]

중국이 아프리카 모잠비크에 건설한 현수교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야망이 가득 담긴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그간 참여국의 부채, 지나치게 커지는 중국의 영향력 등 여러 문제로 논란을 일으켰지만 최근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기후변화’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해수면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아프리카 국가 해안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들이 특히 위험하다”고 최근 보도했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공들여 건설한 시설이 쓸모없게 되고 사람들도 살 수 없게 돼 막대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어서다. 미국 컨설팅업체 RWR 자문그룹 관계자는 “기후변화에 특히 취약한 국가에서 진행되는 중국의 건설 사업이 최소한 수백 개”라며 “그중 상당수가 해안에 있다”고 우려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사이클론의 피해를 크게 입었던 모잠비크 [AFP=연합뉴스]

기후변화로 인한 사이클론의 피해를 크게 입었던 모잠비크 [AFP=연합뉴스]

◇ 중국 일대일로에 '기후변화' 경고 목소리 높아져

아프리카 국가 니제르의 상황을 보자.

이 나라는 사하라 사막 주변 지대를 일컫는 사헬(Sahel)에 있는데, 이 지역은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 중 하나로 꼽힌다. 유목민과 농민들의 갈등이 점점 심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이 나라에선 최근 남부의 수력발전댐을 비롯해 중국이 진행하는 여러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어떤 피해가 닥칠지 모른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이 공들인 마푸토-카템베 대교가 건설된 모잠비크도 마찬가지다. 이 나라 역시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하다고 꼽히는 곳으로, 지난 2019년에는 사이클론으로 막대한 피해를 보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애지중지하는 파키스탄 과다르의 항구도 위험하다. 해수면 상승 문제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중국이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목표한 2060년께 과다르항이 바다에 잠길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사진 셔터스톡]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사진 셔터스톡]

한 전문가는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별 고민이 없는 것 같다”며 “항구를 건설할 때 해당 지역이 해수면 상승의 영향을 얼마큼 받을지에 대해 연구한 흔적을 거의 찾을 수 없다”고 SCMP에 밝혔다.

중국 정부가 여러 나라에서 진행 중인 각종 기반 시설 건설 사업 자체가 야기하는 환경 오염도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자국 내에서는 ‘친환경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이, 정작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국가들에선 아무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이 여전히 곳곳에서 진행 중이란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중국과 라오스를 잇는 철도 [신화=연합뉴스]

중국과 라오스를 잇는 철도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주석이 얼마 전 열린 보아오포럼 개막식에서 “일대일로 참여국들이 ‘녹색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녹색 일대일로’라는 키워드를 쓰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디언은 “중국 정부는 타국에서 석탄 관련 개발을 확대하고 있는 데 대해 앞으로 어떻게 할지 말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물론 이는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보스턴 대학의 글로벌 개발 정책센터 측은 “중국 기업이든 아니든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때 기후 위험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짚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