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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파업' 부른 강동 아파트…기사들 손수레 이어 차 바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국택배노조가 '총파업'을 가결한 날인 7일 오후 서울 강동구의 G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들어서자 높이가 낮은 '저상 택배 차량'이 보였다. G아파트는 지난달 1일부터 입주민 안전을 위해 구급차와 쓰레기처리 차를 제외한 모든 차량의 지상 출입을 막아 '택배 대란' 사태를 부른 곳이다. 지하주차장 입구 높이가 2.3m에 불과해 일반 택배 차량을 이용하는 택배기사들이 먼 거리를 손수레로 배송해야 한다며 지난달 1일과 8일 집회를 열었다.

7일 오후 G아파트에서 저상 택배차량을 이용해 배달을 하는 택배기사. 편광현 기자

7일 오후 G아파트에서 저상 택배차량을 이용해 배달을 하는 택배기사. 편광현 기자

이날 오후 G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저상 택배 차량을 주차하고 택배를 꺼내던 택배기사 A씨(남·30대)는 "재건축 이후 택배차를 높이가 낮은 것으로 바꿨다"며 "차고가 낮아져 이전에는 (물류허브에 물건을 실으러) 하루 1~2번 왔다 갔다 했던 걸 3~4번 다닌다"고 말했다. 비노조원인 A씨는 "탑차 높이가 낮아져 허리가 아프긴 하다"면서도 "다만 노조를 통한 파업보다는 아파트 입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고 싶다"고 했다.

택배노조 '1907명 파업' 가결

7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G아파트 택배 대란'을 계기로 전국 총파업을 예고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파업안에 대한 전국 조합원 찬성률은 77%다. 택배기사의 '서서 일할 권리'가 침해당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번 총파업에는 파업권이 있는 조합원 1907명(약 30%)만 참여하며, 전체 택배물동량의 10% 정도인 신선식품에 대한 배송만 거부하는 '최소한의 총파업'이란 게 택배노조 측의 설명이다. 파업은 택배노조 위원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판단할 때 돌입하기로 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 관계자들이 7일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아파트 지상 차량출입금지 택배사 해결을 촉구하는 총파업 투쟁계획 및 택배사, 노동부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 관계자들이 7일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아파트 지상 차량출입금지 택배사 해결을 촉구하는 총파업 투쟁계획 및 택배사, 노동부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택배노조는 "택배 노동자들은 저탑차에서 물건을 빼고 정리하기가 힘들다"며 "일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입주민의 안전은 생각하지만, 택배 노동자들의 안전과 처지에는 생각이 충분히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택배회사들은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택배사는 해당 아파트를 배송 불가 지역으로 지정하고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G아파트 측 "논의 있었는데…갑질 프레임 답답"

7일 G아파트 측은 "택배 차량이 지상으로 다닐 수 있게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언론 보도에 오해가 많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입주민 안전을 위한 지하주차장 택배 시스템을 1년 전부터 충분히 공지한 사항"이라며 "노조가 개입하기 이전에도 택배기사 편의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노조가 집회 등을 이유로 현재 대화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30일 입주자대표회의는 입장문을 통해 "(언론 보도처럼) 결코 손수레로 배송하라는 등 일방적 요구를 한 적이 없다"며 "배송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택배기사분들께 배송을 강요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우리 아파트 단지 환경에 맞추어 열심히 배송을 해주시는 택배기사님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면서도 "단지 내 통행로는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니다. 차량의 지상 통행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7일 오후 G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입구. 제한 높이는 2.3m다. 높이가 2.5m인 일반 택배차량은 출입이 불가능하다. 편광현 기자

7일 오후 G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입구. 제한 높이는 2.3m다. 높이가 2.5m인 일반 택배차량은 출입이 불가능하다. 편광현 기자

한편 7일 택배노조는 "택배사를 상대로 투쟁하겠다. 매일 진행되고 있었던 G아파트 앞 촛불 집회는 강동시민연대 등 시민사회가 책임질 예정"이라며 G아파트 측에 업무 환경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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