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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은 떨어져야 산다"…'데스노트' 저주 걸린 임혜숙·박준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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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와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중앙포토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와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중앙포토

지난 4일 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이 제기된 임혜숙(과기정통부)·박준영(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물론 정의당까지 나서 두 후보자의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야당 반대를 뚫고 청문보고서를 단독 채택할 경우 민심의 반발을 초래할 ‘독주 프레임’을 덮어쓸 수 있는 만큼, 두 후보자를 모두 안고 가는 건 부담이라는 기류가 강하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주변에 의원들 의견을 취합해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송 대표 측 인사는 중앙일보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면 당에서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의견을 취합해 당 차원의 입장이 정해지면 10일(청문절차 마감시한) 전까지는 청와대와 의견을 공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도 인사청문회를 직접 담당했던 각 상임위 간사들의 의견을 취합 중이다. 주말까지 의견 취합 절차가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표면적으로 민주당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는 있으나 낙마를 이야기하기에는 이르다”(신현영 원내대변인)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제는 의원들 사이에서 ‘읍참마속’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둘 다 임명을 강행할 분위기가 아닌 건 확실하다”(초선의원) “한 명 정도는 재검토를 해야 한다”(중진의원) 등 주장이 잇따라 나온다. 이에 따라 한 명 정도는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당 내부의 대체적 시각이다.

7일 오전 광주 서구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에서 열린 신임 지도부의 첫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송영길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전 광주 서구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에서 열린 신임 지도부의 첫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송영길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심은 임혜숙·박준영 후보자 가운데 누가 지명철회나 자진사퇴의 카드가 될지다. 임 후보자는 가족동반 해외출장, 논문 표절, 세금 체납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박 후보자는 부인이 영국 도자기 1250점을 관세도 내지 않고 ‘외교행낭’으로 들여와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윤호중 원내대표 측에선 “주말새 여야 간사들에 얘기가 오간 뒤에야 결론이 날 것이며,아직은 관련된 상의가 없었다"고 했지만, 개별 의원들 사이에선 이미 여러가지 의견이 표출되고 있다.

의견들 중엔 임 후보자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기류가 없지 않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임 후보자는 시비하려면 할 순 있겠지만 장관직 수행에 결정적 흠결이 된다고 보긴 그렇다”며 “박 후보자 도자기 불법판매 의혹은, 이걸 되팔았다고 하면 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도 “임 후보자 같은 경우엔 학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일들 아니냐”며 “박 후보자의 경우 도자기를 판매까지 한 건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적 환경도 여성 후보자인 임 후보자에게 다소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 여성장관 비율 30%를 공언했다. 그러나 현재 여성장관은 유은혜(교육)·한정애(환경)·정영애(여성가족) 장관 단 3명이다. 비율 상으로도 16.7%로 정권 출범 후 역대 최저치다. 이런 상황에서 임 후보자 낙마는 다소 부담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반대로 "야당에서 '여자 조국'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의혹들이 제기된 임 후보자가 마냥 유리하다고 보긴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한편,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도 여당의 ‘독주프레임’ 리스크를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새 법사위원장으로 박광온 의원을 내정했지만 아직 본회의를 통해 정식 선출은 하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외통위원장(송영길 대표)·정무위원장(윤관석 사무총장) 자리까지 추가로 공석이 되면서 국민의힘의 “야당 몫 법사위원장” 배분 요구는 더 거세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의 요구를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라도 여권이 장관 후보자 한 명 정도는 낙마시킬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한영익ㆍ김준영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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